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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서비스 최초, AI 실제 콘텐츠에 적용 건물 무너지는 장면 AI 통해 구현 기존 VFX 대비 10배 빠른 제작 속도 달성

넷플릭스가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로 AI를 실제 콘텐츠에 적용한 사례다. 업계는 앞으로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시간과 예산 절감을 위해 AI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영상 산업의 제작 방식과 자본 구조를 뒤흔들 변화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엘 에테르나우타 건물 붕괴장면, AI 기반 시각효과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르헨티나의 오리지널 시리즈 ‘엘 에테르나우타(El Eternauta)’의 건물 붕괴 장면에서 생성형 AI 기반의 시각효과(VFX)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제작진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구현하려 했으나 예산이 초과되는 상황이어서 AI를 통해 이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내부 프로덕션 그룹인 아이라인스튜디오와 협업해 AI를 활용한 장면을 완성했다.
넷플릭스는 해당 장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및 영화에서 최초로 등장한 생성형 AI 기반 영상이라고 밝혔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해당 VFX 시퀀스를 기존의 전통적인 시각효과 도구와 작업 흐름으로 했다면 걸렸을 시간보다 10배 빠르게 완성됐다”며 “그 장면을 기존 방식으로 제작하는 비용은 기존 예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동 CEO인 그렉 피터스는 음성으로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과 같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도 AI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피터스는 “’80년대 영화 중 어두운 심리 스릴러를 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결과가 나오는 식인데 이런 건 지금까지는 구현할 수 없었던 경험”이라며 “정말 흥미로운 발전”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생성형 AI가 광고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과 마케터들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자 할 때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우리는 생성형 AI 기법이 점진적으로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영역에서 이를 구현하도록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짜 같은 폭우 영상도 AI 작품
이번 사례는 생성형 AI가 이론적 기술에서 실제 비즈니스 도구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영화 및 TV 제작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소 예산 작품들도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급 시각 효과를 AI를 통해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논란이 된 '폭우에 잠긴 경복궁' 영상도 AI로 제작된 것이다. 유튜브 '골파닭'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노란 우비를 입은 한 남성이 셀카봉을 들고 물에 잠긴 경복궁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해당 남성은 "와, 비가 엄청 왔다. 경복궁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며 다급한 어투로 서울 도심 속 폭우 재난 상황을 전했다. 남성의 뒤로는 플라스틱 양동이로 물을 계속 퍼나르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물에 잠긴 경복궁에서 '물개'가 나타난다. 남성은 "대박, 물개다!"라고 외치며 놀라워한다.
또 다른 영상에 따르면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 위로 양복 차림의 남성이 걷고 있다. 취재진이 다가가 남성에게 "(폭우 때문에) 위험한데 왜 여기에 왔느냐"고 묻자 "출근을 해야 월급을 받는다"라고 답한다. 영상 제목은 'K 직장인 출근길'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영상 역시 AI로 생성한 가짜 영상이다.

구글, 유튜브 영상으로 AI 모델 훈련
불과 5년 전만 해도 AI 영상 제작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5월 구글이 음성 생성까지 지원하는 비오3(Veo3)를 일반에 내놓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구독료만 내면 누구나 쉽게 짧은 고품질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에 따르면 비오3 출시 두 달 만에 제작된 AI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4,000만 건이 넘는다. 하루 60만 개 이상의 '진짜 같은' 영상이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구글은 유튜브에 올라온 방대한 동영상을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에는 현재 200억 개 이상의 영상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어느 정도가 AI 훈련에 사용되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플랫폼 규모를 고려할 때 단 1%만 사용해도 23억 분 분량의 데이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경쟁 AI 모델들이 활용한 데이터보다 40배 이상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튜브는 매일 2,000만 개의 영상이 독립 창작자와 주요 미디어 기업들에 의해 업로드되고 있으며, 이들 영상 대부분은 구글의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 이용자는 영상을 업로드할 때 유튜브에 '전 세계적이며 비독점적이고 로열티 없는 사용권'을 자동 부여하게 되며, 이를 통해 구글은 별도의 동의 없이도 AI 훈련에 해당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생성형 AI의 훈련 뿐 아니라 배포까지 가능한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용자는 유튜브에서 AI가 만든 영상을 시청하고, 다시 그 영상이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는 구조가 작동 중이다. 이는 향후 영상 기반 AI 기술 발전이 구글 플랫폼 내에서 폭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