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TE분석
  • 美, 희토류 공급망 재편 속도전, 민간 기업에 '최저가 보장' 초강수
美, 희토류 공급망 재편 속도전, 민간 기업에 '최저가 보장' 초강수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나바로 고문, 애플·MS·코닝 등 주요 빅테크에 협력 요청
美 국방부, 자국 희토류 전문기업에 4억 달러 지분 투자
'트럼프 타임'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급망 장악할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터리얼스의 희토류 광산/사진=MP 머터리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에 맞서 자국 희토류 산업 보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희토류 생산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술기업이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업과 협력할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조치는 광산부터 최종 소비재까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식 실행 전략’의 일환이다.

희토류 생태계 조성에 대대적 지원계획 마련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토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제조업 고문인 피터 나바로와 국가안보회의(NSC)의 데이비드 코플리 전략담당관은 지난달 24일 애플·마이크로소프트·코닝 등 대형 기술기업 및 희토류 업체 관계자 10여 명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중국산 희토류의 공급망 지배력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기업은 스마트폰·반도체·통신장비 등의 핵심 부품 생산에 희토류를 다량 사용하는 주요 수요처로, 나바로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지출 법안에 포함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나바로 고문은 회의에 참석한 희토류 업체에 희토류와 영구자석 생산 촉진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지난달 미 국방부가 희토류 채굴기업 MP 머터리얼스에 4억 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와 최저 가격을 보장한 약정에 대해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MP 머터리얼스는 희토류 채굴부터 정제, 영구자석 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전문기업으로 지난달 공개된 합의에 따르면 MP 머터리얼스가 보장받는 최저 가격은 현재 시장 수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나바로 고문 명의의 성명을 통해 "MP 머리티얼스에 적용된 최저가격보장제도는 일회성이 아니다"라며 "향후 다른 업체에도 동일한 혜택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희토류뿐 아니라 광산에서 최종 소비 제품에 이르는 핵심 광물 전체에 걸친 공급망의 재편”이라며 “효율적이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트럼프 타임’ 방식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속한 백신 개발과 공급을 위해 추진한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 수준의 빠른 속도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개입' 논란에도 즉각적인 효과 있을 듯

일각에서는 미 국방부가 지분 투자를 통해 MP 머터리얼스의 최대주주(지분율 15%)에 오른 것을 두고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은 이번 투자가 첨단 군사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중국식 국가 개입'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의 민간 기업 직접 투자는 극히 이례적인 데다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줘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진행된 나바로 고문과의 비공개 백악관 회의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MP 머터리얼스의 독주로 희토류 업계의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저가격보장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국방부는 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 등 가장 수요가 많은 두 희토류에 대해 kg당 110달러(약 15만원)의 최소 가격을 보장한다. 시장 가격이 이보다 낮을 경우, 국방부가 MP 머터리얼스에 그 차액을 직접 현금으로 보전 해주고, 반대로 시장 가격이 110달러를 넘어서면 초과 이익의 30%를 국방부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 국방부가 하룻밤 사이에 Nd·Pr 시장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희토류 생태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 정도 가격 개입은 사실상 중국식 국영 산업 모델을 복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계약은 중국이 지배해 온 희토류 시장에 단기간에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월가와 워싱턴 정가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해군 차관보를 지낸 에릭 레이븐은 "기업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방부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희토류 전문 컨설팅 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의 라이언 캐스틸럭스 창립자 겸 전무도 "국방부가 보장한 kg당 110달러 기준은 희토류 업계의 새로운 무게 중심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즉시 효력이 발휘되는 가격 책정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 수출 통제 완화 합의에도 실제 이행은 없어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민간 시장에 개입하는 파격적인 조처를 취한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높다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저가 공세를 앞세워 세계 희토류 공급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지난 4월 4일부터 희토류 7종과 희토류로 만든 영구자석의 수출에 대해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른 나라들도 규제 대상국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조치로,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비장의 카드를 협상 지렛대로 꺼내든 것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디스프로슘 국제가격은 중국의 규제 직전인 4월 3일 기준 kg당 230.5달러에서 발표 일주일 후인 4월 10일 277.5달러로 20.4% 급등했다. 디스프로슘은 구동 모터 고성능화, 전기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소재로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함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조치는 매우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미 완성차업계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직후 "희토류 공급 부족으로 미국 내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내용의 비공개 서한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희토류를 중국만 보유한 것은 아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 톤으로 세계 최대지만, 베트남(2,120만 톤), 브라질(2,100만 톤), 러시아(1,000만 톤) 등도 상당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역시 180만 톤의 희토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를 정련·가공하는 기술력과 환경 규제다. 중국 정부는 1986년부터 ‘광산자원법’을 통해 희토류 기술을 발전시켰고, 방사능·폐수 문제도 규제 완화로 해결했다. 반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환경오염 문제 탓에 희토류 생산을 후진국에 의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을 서구 선진국들이 단기간에 되찾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6월 열린 제2차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 방침을 일부 철회하며 한발 양보했다. 당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맞서 미국이 취한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등도 균형 있게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이 협상 내용을 즉시 이행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실제 이행은 현재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