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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 차세대 이미지 센서 수주 美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서 양산 예정 '적자 허덕' 시스템LSI·파운드리 분위기 전환

삼성전자가 애플과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도체 사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되는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설계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이를 양산해 애플에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분기마다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 반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삼성과 혁신적인 칩 개발”
7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한다”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은 미국에 먼저 도입돼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이번에 양산하게 되는 제품과 수주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도 “고객사명과 그 외에 수주 관련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에 수주된 칩이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의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왔지만, 내년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브랜드 ‘ISOCELL’(아이소셀)은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있으며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다. 아이소셀은 웨이퍼 2장을 접착해 구성되는데, 신기술을 적용한 칩을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공장은 1998년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와 중국 샤오미, 비보와 모토로라에 아이소셀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 관세 부담 등으로 현지 생산 눈 돌린 듯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등을 비롯한 전방위 관세 압박으로 미국 내 생산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것이 계약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로서는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소니보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건설이 99.6%가량 진행된 텍사스 테일러 공장도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했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생산설비를 반입하는 시점부터 적자가 불 보듯 뻔해 장비 반입을 주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대외적으로 테일러 공장 가동은 기존 계획대로 2026년이라는 입장이지만, 시황과 수주 여건에 따라 매출 규모가 낮을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전망이었다.
‘적자 주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회복 청신호
하지만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와도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공정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3조원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가장 큰 수주였다. 수주 부진에 시달리던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며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이미지센서까지 수주하면서 시스템 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문은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 반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2조원 후반의 영업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템LSI는 자사 AP인 ‘엑시노스’ 공급 난항과 이미지센서 부문의 점유율 정체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와 수주 부진으로 적자가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번 수주로 향후 적자도 점차 회복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애플 공급망 진입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미지센서는 최근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적용처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4년(28조7,000억원)에서 2029년 265억 달러(약 36조5,57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전자가 연이어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 파운드리 분야에서 새로운 수주를 거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대부분의 팹리스 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지만, 2나노 공정을 포함한 선단 공정에서는 계속 고객을 잃어왔다. 애플의 이미지센서도 첨단 반도체인 만큼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에서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