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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전공 선택은 성별보다 임금·고용 위험 차이에 좌우 핀란드는 흥미 위주, 스페인은 수익성 높은 전공 선호 보조금·소득 연계 상환제·전공별 데이터 공개가 해법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전공별 임금 차이는 국가별 경제 구조와 노동시장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2024년 10월 기준, 핀란드의 신입 엔지니어 중위 월급은 3,900유로(약 570만원)로 인문학 졸업자의 3,500유로(약 510만원)보다 12% 높았다. 반면 스페인 산업공학 전공 신입의 연봉은 3만8,200유로(약 5,570만원)로 전국 고등교육 졸업자 중위 연봉보다 57% 높았고, 전국 최빈값 연봉의 거의 두 배였다.
이러한 수익 격차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금 차이가 작고 복지제도가 초기 경력의 위험을 흡수하는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경제적 요인을 덜 고려하지만, 보상이 크고 실업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수익이 높은 전공으로 쏠린다. 이 현상은 성별 때문이 아니라, 전공 선택을 좌우하는 구조적 유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공 선택의 구조적 요인
현재 논쟁은 선진국에서 전공별 성별 분리가 문화·자신감·학교 환경 등의 영향이라는 관점이 우세하다. 그러나 동일한 데이터를 노동경제학 시각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핀란드는 강한 노조 기반의 임금 체계와 누진세, 소득연계형 복지로 전공 간 임금 격차가 작다. 이런 환경에서는 난도가 높은 수학·공학 전공을 택할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 반대로 스페인은 사회안전망이 제한적이고 청년 실업률이 유럽 최고 수준에 달해, 안정적 일자리와 높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는 전공 선호가 뚜렷하다. 위험이 사회적으로 분산되고 보상이 비슷하면 흥미가 선택을 좌우하지만, 위험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보상이 차이가 크면 경제적 판단이 우선한다.

주: 연도(X축), 지수값(Y축)/성별 분리 지수(빨간 선), 성불평등 지수(점선)
전공별 임금 격차
2024년 핀란드 공학인협회(TEK) 노동시장 조사 4,100건을 10분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공학 졸업자의 상·하위 분위 차이는 7,800유로(약 1,140만원), 위험 조정 수익 지수는 0.24였다. 인문학 전공은 각각 6,900유로(약 1,010만원), 0.21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같은 방식으로 스페인 2025년 전공별 급여를 분석하니, 공학 전공은 2만2,400유로(약 3,270만원), 인문학은 9,400유로(약 1,370만원)로 나타났다. 위험 조정 수익 지수는 각각 1.08과 0.46으로, 스페인은 핀란드보다 전공 간 수익 격차가 훨씬 컸다. 즉, 핀란드에서 인문학을 선택해도 불이익이 작지만, 스페인에서는 공학 전공의 추가 소득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10대의 전공 선택
10대가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달랐다. 2025년 3월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가 EU 9개국 고등학교 3학년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예상 임금을 20% 조정하자 응답자의 82%가 전공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핀란드 탐페레(Tampere)와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의 도심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추가 조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예상 소득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성별은 STEM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고, 임금 전망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 여성의 STEM 진출 성향(X축), 성불평등 지수(Y축)/선형 회귀선(점선)
특히 졸업 후 실직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수록 핀란드 여학생의 정보통신기술 전공 선택 확률은 11% 줄었지만, 스페인에서는 8% 늘었다. 연구진은 이를 두 나라의 ‘전공별 임금 차이’와 ‘복지 수준’의 조합으로 설명했다. 핀란드는 전공 간 임금 차이가 작아 위험한 전공을 택해도 추가 보상이 크지 않고, 복지제도가 안정적이어서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낮다. 반면 스페인은 전공 간 임금 차이가 크고 사회안전망이 약해, 실직 위험이 커질수록 오히려 보상이 큰 전공을 택해 손실 가능성을 상쇄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유럽의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
팬데믹 이후 유럽의 노동력 부족은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높였다. 2014~2024년 사이 유럽에서 저숙련 일자리는 230만 개 줄었지만, 대학 졸업자 일자리는 2,000만 개 이상 늘었다. 특히 STEM 분야 채용에는 법학·언론보다 세 배 이상 긴 시간이 걸렸다.
란드스타드 리서치(Randstad Research)는 스페인이 회복 기금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엔지니어 7만5,000명이 더 필요하고, 핀란드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할 데이터 과학자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성별 격차를 단순히 ‘자신감 문제’로만 보고, 임금 구조에 담긴 위험·보상 신호를 무시한다면 재정이 실질 효과가 없는 홍보성 사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험 완화를 위한 정책 과제
핀란드는 노조 권고 임금을 바탕으로 저소득층 STEM 신입생에게 세금 면제 6,000유로(약 880만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순 입학 임금을 15% 높여,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학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 재원은 기업 연구개발(R&D) 세액 공제율 0.1%포인트 조정으로 마련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스페인은 일부 대학이 운영 중인 소득분할 계약(Income Share Agreement, ISA)을 확대해, 졸업 후 연소득 1만7,000유로(약 2,490만원) 이상일 때만 상환을 시작하고 가처분 소득의 13.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유로스타트 자료 분석 결과, 이 제도는 물리학 여성 졸업자의 소득 변동성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애 소득 성별 격차를 8%포인트 축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반론과 대응
일부는 북유럽 여성들이 사람 중심 직업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25년 세계성격차보고서에서 아이슬란드·노르웨이·핀란드가 성평등 지수 상위권임에도 여성 STEM 등록률은 28% 미만이었다. 성평등이 핵심 요인이라면 결과는 반대여야 한다.
일각에선 ‘여성은 STEM 분야에 약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여학생의 성과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그러나 2024년 다국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분석에서는 졸업 후 예상 임금을 반영하면 남녀 간 자기효능감 차이가 사라졌다. 이는 여학생의 자신감 부족이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불리한 임금 전망에 따른 현실적 판단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OECD 인력 전망은 보조금 정책이 학과 과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박한다. 유럽의 공학 프로그램은 팬데믹 이전 교원 대비 학생 비율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17%의 학생 증가를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구조를 조정하는 정책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측정으로 완성하는 개혁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졸업 3년·5년 후 전공별 중위 소득, 소득 변동 폭, 학자금 대출 연체율, STEM 핵심 직종의 채용 소요 기간 등 네 가지 지표를 묶어 분기마다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이미 일부 지표를 수집 중이며, 스페인 통계청도 2025년 2분기부터 세부 통계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지표를 고등학교 진로 상담 프로그램에 연동하면 학생들이 임금과 위험 수치를 직접 조정해 보며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sia)의 통합 지표판 사례에서는 물리 과목 선택의 성별 편향이 한 학기 만에 3분의 1 줄었다.
지표가 공개되면 재정 당국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원금이나 ISA가 위험 분포를 완화하면 수치로 확인되고, 그렇지 않으면 예산을 다른 분야로 전환하면 된다. 투명한 수치는 예산 집행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으로 바꾸고, 장기적으로는 공공 데이터로서 연구와 정책 설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통찰에서 유인으로
유럽의 STEM 성별 격차는 경제적 유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핀란드처럼 임금 격차가 작으면 흥미가, 스페인처럼 격차가 크면 수익이 전공 선택을 좌우한다. STEM 진입 장벽을 낮추는 보조금, 소득 연계 등록금 제도, 전공별 소득·고용 데이터 공개 같은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위험과 수익이 균형을 이루면 학생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역량과 관심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지금 유인을 조정하는 것이, 다음 세대가 다양한 경로를 가질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oice, Risk, and the STEM Gender Divide—Why Pay Matters More Than Polic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