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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 국내 직판제 도입 놓고 한성자동차와 노사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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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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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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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최대 딜러사 한성자동차
영업직 및 정비직 파업 돌입
직판제·온라인판매 확대 속 인력 축소 전망
지난해 9월 7일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한성자동차 노조의 메르세데스-벤츠 강남 전시장 앞 가두시위 현장/사진=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한성자동차 노조

메르세데스 벤츠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영업직의 총파업에 이어 일부 서비스센터 정비직이 준법 투쟁에 들어가면서 벤츠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준법 투쟁은 규정을 철저히 지켜 정비 지연을 초래하는 쟁의 행위로, 영업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벤츠코리아가 내년부터 직접 판매 제도(직판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한성자동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성자동차 노사 갈등 심화

11일 전국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에 따르면 한성자동차 전시장 영업직군은 지난달 31일 총파업 대회를 열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상태로, 일부 서비스센터 정비직원은 지난 7일부터 준법 투쟁 중이다. 파업 이유는 지난 2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영업사원이 받는 인센티브를 차량 할인에 사용하는 ‘선수당 할인’을 허용하는 게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해에도 사측과의 임금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한성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2월부터 같은 달 9월까지 이어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도 난항을 겪었고, 이후 파업에 나섰다. 당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것은 매년 200~300%씩 지급되던 성과급이 지난해 50%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벤츠 판매량은 많은데, 본사인 벤츠 AG와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기업인 레이싱홍그룹에만 수천억원을 배당하고 직원들의 처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 50만원 인상을 요구한 데 이어 상여금 지급 등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만을 제시했다. 사측은 내부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출혈 할인 경쟁에 수익성 추락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의 국내 판매량은 6만6,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딜러사들은 비용 절감과 전략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한성자동차만은 예외였다. 한성자동차는 같은 시기 648억원의 영업손실, 7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비용 통제의 실패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같은 판매 감소 국면에서도 다른 딜러사는 임차료, 수수료 등을 줄인 반면 한성자동차는 이 항목 모두에서 오히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판관비만 전년 대비 14.6%나 늘었고 파생상품 손실, 유형자산 처분손실 등 영업 외 손실이 대거 반영되며 내우외환이 겹쳤다.

여기엔 할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선수당 할인은 영업사원이 받아야 할 인센티브를 미리 소비자에게 넘겨 차 가격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업사원이 자신의 몫을 깎아내는 행위로, 딜러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금기시돼 온 구조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방식이 벤츠에서도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그간 벤츠는 오랫동안 할인이 없다는 인식 덕에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해 왔다. BMW나 아우디 등 경쟁 브랜드는 할인 정책이 적극적인 반면 벤츠는 가격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벤츠에서조차 최근 몇 년 사이 할인을 놓고 딜러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영업사원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수당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질서의 붕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조직 내부의 인센티브 체계와 영업사원 간 신뢰, 딜러사 위상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특히 한성자동차처럼 규모가 큰 딜러사는 고정비도 크기 때문에 선수당 할인이 보편화될수록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GLE 450 4MATIC/사진=한성자동차

직판제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 우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내년 직판제를 앞두고 한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올해 하반기에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벤츠가 시행하려는 직판제는 테슬라, 폴스타, 혼다 등이 진행 중인 '온라인 직접 판매'와는 성격이 다르다. 본사가 직접 차량 재고를 관리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온라인에서만 차량을 판매하는 타사와 달리 벤츠의 경우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 채널을 동시에 유지할 예정이다. 고객의 입장에선 가까운 전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은 동일하게 유지되는 셈이다.

직판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벤츠코리아가 소유한 차량 재고를 구매해 딜러사의 소유로 소비자들에게 파는 구조가 없어지고, 차량 재고를 벤츠가 직접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직판제 도입의 효과로는 재고를 털기 위해 딜러들이 출혈 경쟁을 펼치던 악습이 없어지고, 소비자들 역시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혜택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대로 차량 혜택을 자체적으로 조정했던 기존 방식이 사라짐에 따라 딜러사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혜택을 골라 구매할 수 있었던 선택권도 사라지게 된다. 관점에 따라 이득이라고 볼 수도, 손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직판을 하게되더라도 오프라인 판매는 그대로 진행된다. 딜러와 벤츠의 역할을 조정할 뿐"이라며 "지금도 온라인 판매는 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는 똑같다"고 했다.

하지만 벤츠코리아 한국 설립 당시부터 이어졌던 딜러사 판매체제가 처음으로 뒤바뀌는 만큼, 적지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직판제 도입이 딜러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츠 본사가 직접 차량 재고를 관리하고, 전국 전시장에 똑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기존 영업사원 수를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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