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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액 매년 최대치 경신 中 BYD, 자국과 해외시장 모두 고르게 성장 국가별 지원 정책에 따라 판매량 차이 보여

중국산 전기버스의 수입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자국에서 보조금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키운 중국산 전기버스가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까지 받으며 점유율을 높인 결과,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 3대 중 1대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 속에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을 점진적으로 손질하는 가운데, 전 세계 주요국들도 인센티브 축소에 나서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전기버스 수익액 2억 달러 넘어서
29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2억5,522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5년 전인 2020년 4,972만 달러에 불과했던 전기차 수입액은 △2021년 7,764만 달러 △2022년 1억3,119만 달러 △2023년 2억3,114만 달러로 해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수입액이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산 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2021년 33.2%에서 2023년 50.9%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점유율이 36.6%로 떨어졌지만,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전기버스 3대 중 1대는 여전히 중국산이다. 중국산 버스 도입 대수는 △2021년 358대 △2022년 565대 △2023년 1,239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신규 등록 전기버스 중 중국산 비중이 54.1%를 기록하며 국산 전기버스를 앞질렀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배경에는 정부의 보조금이 있다. 2030년 무공해차 350만 대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중국산 버스가 가격 경쟁력을 더 키우게 됐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가 들어간 국산 전기차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탑재한 중국 전기차보다 보조금을 더 많이 받게 됐다.

中, 전기차 산업 육성 2,300억 달러 투입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가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이들의 강점은 단순히 보조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 15년간 자국 전기차 산업에 총 2,309억 달러를 투입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고 그 결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갔다. 지난해(1~11월 기준) 중국 BYD는 전년 대비 43.4% 증가한 3,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 테슬라와의 점유율 격차도 두 배 이상 벌렸다. BYD의 성장은 중국과 해외 시장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아토 시리즈가 국제 시장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BYD뿐 아니라 지리, 지커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동반 성장하며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1,034만9,000대로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588만8,000대로 지난해보다 58.9% 급증하며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다만 글로벌 전기동력차(BEV+PHEV) 시장이 국가별 정책 차이 등으로 지역별 격차가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적이 둔화됐다고 KAMA는 분석했다.
실제로 국가별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주요 시장의 판매 감소가 큰 반면 영국,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인센티브 등 정책 효과로 성장해 전체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유럽 판매는 주요국의 보조금 축소와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294만5,000대(BEV 199만3,000대, PHEV 95만2,000대)에 그쳐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신모델 출시 등의 효과로 전년 대비 6.9% 늘어난 156만2,000대가 판매됐다.
韓, 역차별 논란에 보조금 지급 조건 강화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한국 정부도 보조금 지원체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올해 초 환경부는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를 제공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국내 제조사의 전기차는 별 문제가 없지만, BYD, 폴스타 등 일부 수입차들은 SoC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BYD 아토3, 폴스타코2rk SoC를 제공하지 않아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업체는 1년 내 SoC를 제출하겠다는 확약서를 환경부에 내지 않고 현재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새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관련해 "중국산 제품에 보조금을 다 줘서 국내 전기버스 업체가 죽어버렸다"며 "지금이라도 보조금 정책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당연히 인식했을 텐데 몇 년 동안 조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타하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상황도 올해 들어 급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주요국들의 탄소배출 목표 완화 요구로 인해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혹은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며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유럽 일부 국가와 자동차 업계는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도 BEV 판매 목표를 조정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전동화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