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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장 판도 변화’ 중국 지고 한국 뜬다, 해운 업계는 “닭 대신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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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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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신 한국, ‘조선 대박’ 현실로
한국 조선업 되살린 美 입항료 패널티
‘중국 피하기’ 반사이익은 조선업 한정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산 선박을 택하는 글로벌 해운사가 늘고 있다. 과거 대량생산과 저가 공세로 중국이 장악하고 있던 컨테이너선 부문까지 한국으로 발주가 몰리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예상치 못한 수주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선박 구매 단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짙어지는 양상이다.

범용 선종에서도 韓 조선사 두각

29일 공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6일 오세아니아 선사와 △8,4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1,8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3일과 24일 각각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은 것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불과 나흘 사이 총 2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뤘다. 액수로 환산하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첫 컨테이너선 소식을 알렸다. 28일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주와 컨테이너선 2척을 5,619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연내 이들 선박에 대한 건조에 들어가 2018년 1월까지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지난 3월에는 한화오션이 대만 에버그린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2조3,286억원에 수주하기도 했다.

이는 오랜 시간 중국 주도로 전개되던 컨테이너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의미한다. 그간 중국은 기술 요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컨테이너선을 위주로 글로벌 조선 시장 내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을 무더기로 수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의하면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한국 조선업체의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약 131만7,900CGT로 세계 시장에서 2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시장 점유율이 11.4%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반면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86.6%에서 올해 58.1%로 급감했다.

미국, 중국산 선박에 ‘입항료 추가 과금’

이 같은 판도 변화는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중국산 선박 사용에 따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나선 결과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의 해운·물류·조선업 지배 관련 집중적인 조처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대한 후속 조처로,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애초 USTR는 중국산 선박이 미국 내 모든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제한 없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연간 최대 5회로 제한을 뒀다. 또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한 번만 수수료를 부과하며, 이후 미국 내 항만을 오갈 때는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수수료 액수 또한 낮아졌다. 중국 국적 해운사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선박당 최대 100만 달러 또는 순톤당 1천 달러에서 순톤당 50달러로 줄었으며, 타 국적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 운용에는 순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다만 해당 수수료는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해운업계는 처음에 선박을 살 때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이후 항구 이용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는 식으로 전체적인 운송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해운사들게는 ‘중국산=입항료 폭탄’이라는 공식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기술력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한국 조선사들이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떠올랐다. 가격이 아닌 정치적 리스크 회피가 조선 발주의 핵심 기준이 된 셈이다.

소비자 및 물류망 전반에 비용 전가 가능성↑

한국 조선업계는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 요인 덕분에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년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주춤했던 국내 조선업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국의 ‘중국산 입항료 페널티’라는 기묘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이런 호재의 이면에는 또 다른 긴장이 숨어 있다.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는 만큼 글로벌 해운업계 전반에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 조선업체의 납품량이 늘고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이를 운용하는 해운사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해운사들은 중국산 대신 한국산 선박을 선택하면서 초기 구매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더해 항만 규제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추가 보험료, 항만 전략 조정 같은 간접 비용 또한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부담은 운임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미 연료비, 항만 이용료, 인건비 상승이라는 다중 부담을 안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로선 또 하나의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나아가 미·중 갈등까지 심화하면서 복합 비용 구조가 형성되는 등 물류비 상승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전가가 단순히 해운업계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류비 상승은 곧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최종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수입산 물건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입항료라는 정치적 수단이 한국 조선업에 이례적인 특수를 안기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비효율을 심화하는 부작용 또한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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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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