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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500억 달러 대미 투자, 트럼프식 관세 압박에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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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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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역사상 최대 단일 국가 투자
유럽 제약업계 美 공급망 투자 러시
리쇼어링 압박·관세 리스크 대응 목적

영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AZ)가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입해 신약 중심의 대형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AZ 외에도 다수의 바이오·제약사가 미국 내 설비 확장에 나서면서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0% 관세 부과’ 발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관세 부과와는 무관하게 제약 업계의 리쇼어링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북미 시장 공급망 강화’ 동시 겨냥

22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AZ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총 500억 달러(약 69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확장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고, 최근 부상하는 정책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AZ는 “이번 투자로 우리는 매출 8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한발 다가서게 됐으며, 이 가운데 50%가량이 미국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버지니아주에 새로 건설되는 원료 생산시설이다. 해당 시설은 인공지능(AI), 자동화, 데이터 분석 기반의 첨단 생산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며, 주요 생산 품목은 GLP-1 경구제와 바크드로스타트, 경구 PCSK9 저해제, 복합소분자 치료제 등 대사질환 및 체중조절 파이프라인에 사용될 원료의약품이다. 또 다품목 대응이 가능한 멀티 플랫폼 설비를 도입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강조되는 신속 대응형 생산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AZ는 이번 생산시설 건설로 향후 5년간 최대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했다. 투자 지역인 버지니아주는 이미 바이오 및 제약 산업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 고급 연구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물류 접근성도 뛰어나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각광받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장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북미 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AZ의 판단이다.

버지니아 주정부도 이번 투자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기업 유치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는 “미국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의 초석으로 버지니아를 선택한 AZ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의약품 제조의 최신 기술 발전에 대한 표준을 설정해 수백, 수천 개의 고도로 숙련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미국 내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 제약사들 연이은 미국행 “현지화에 속도”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선 다국적 제약사는 비단 AZ뿐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4월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가 향후 5년간 미국에 총 23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이는 노바티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 확장 계획으로, 미국 내 고도화된 생산 기지를 통해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핵심 제품군의 현지 생산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노바티스는 미국 내 복수의 주에 걸쳐 기존 생산시설을 재정비하고, 일부 지역에는 최첨단 공장을 신규 설립할 계획이다. 또 샌디에이고에는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입해 R&D 허브를 구축, 상업 생산과의 연계를 강화해 신약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임상시험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또한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청사진은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미국 내 제약 생태계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겠다는 장기 전략으로 평가된다.

노바티스와 비슷한 시기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 또한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일라이릴리(Eli Lilly),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사노피(Sanofi) 등 다수의 글로벌 바이오·제약사가 앞다퉈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놨다. 세계 최대 제약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이들 기업의 공통된 목표다.

5월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약값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백악관

트럼프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 관세” 경고, 업계 불안 가중

그러나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투자 행렬의 근저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약 리쇼어링(자국 내 제조시설 이전)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다국적 제약회사가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약물을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으며, 최대 1년 6개월 이내 자국 생산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8일 열린 내각 회의에서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수입 규제를 넘어 본격적인 생산기지 이전을 압박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라며 구체적 관세 정책이 곧 발표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물품이 자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고율 관세 부과 및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관세 압박’은 기업 전략을 바꾸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소프트뱅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말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0조원)를 투자해 최소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그룹도 고율 관세 위협 발언이 나온 직후 미국 공장 증설 방침을 밝혔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제약업계의 대응 역시 유사한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관세 부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기업의 투자 방향과 시점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이은 대미 투자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 “사실상 백기 투항”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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