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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파전' 돌입한 애경산업 인수전, 시총 2배 넘는 6,000억 몸값에는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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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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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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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컨소시엄 등 3곳에 대한 실사 진행
8월 본입찰 후 9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새 주인 역량에 따라 체질 개선·반등 가능성

애경산업 인수전에 태광그룹 컨소시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이 적격 예비인수후보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햇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인수후보자들은 애경산업이 지닌 브랜드 자산과 유연한 생산 구조, 그리고 글로벌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의존도가 과도한 수출 구조와 미국·온라인 채널 공략 부진 등 뚜렷한 실적 반등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향후 인수전의 성패는 ‘기민한 체질 전환’ 가능성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광그룹 자금조달·매각가 등 변수 될 듯

25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들 가운데 태광그룹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PE),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을 적격 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라이온코퍼레이션도 일본과 한국 사모펀드(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쇼트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본입찰은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는 9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쇼트리스트 중에서 태광그룹 컨소시엄은 강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된다. 태광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섬유·화학 부문이 업황 부진과 중국 경쟁사의 약진으로 부진을 겪으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에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은 지난 2일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 및 설립에 오는 2026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최근 자금 조달 과정에서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이 불거지며 이번 인수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각가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회사 측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약 6,000억원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기업가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4일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이 4,389억원임을 감안하면, 해당 지분의 시장 가치는 2,78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높은 가격이란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현재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인수 후보들 대부분이 매도자 측 희망 매각가인 6,000억원 내외의 가격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 대응 빠른 ODM 생산구조가 강점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이번 거래에서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레거시(전통) 형태의 사업이 아니라 현재 K뷰티의 인기를 주도하는 인디 브랜드처럼 속도전을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는 오히려 독이 되는 형국이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자체 운용하다 보니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트렌드를 쫓아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장기간 공들인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는 것도 만만찮다. 10년 전 K뷰티 대장주였던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이 이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반면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양대 축으로 하는 중견 소비재 기업으로 충남 청양에 위치한 공장 한 곳 외에는 생산 기능 대부분을 ODM(제조자 개발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 과정 전반에 밸류체인을 구축했지만, 조직은 비교적 크지 않다. 애경그룹이 책정한 몸값에 동의하는 이들은 애경산업이 대기업 계열사인데도 몸집은 가벼워, 인디 브랜드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새 주인이 역량을 발휘할 경우 유연한 생산구조를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맞춰 체질을 확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인수 후보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브랜드 자산 자체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색조 브랜드 루나는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다. 로프트, 플라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현지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쿠션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도 홈쇼핑 채널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부문도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2080, 케라시스, 울샴푸 등 주요 브랜드가 마트,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에 입점해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에 입점한 에이지투웨니스 쿠션/사진=아마존

中 의존도 90%, 시장·채널 다변화 관건

일각에서는 애경산업이 새 주인을 맞더라도 기민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K뷰티가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한 것과 달리 애경산업은 수출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부진의 여파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고 같은 기간 화장품 수출은 12%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7%, 63.3%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 수출 역시 1분기에만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부진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수출 구조에서 기인한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4분기 기준 화장품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내수 침체와 애국 소비 확산, 샤오홍슈·틱톡 등 플랫폼 경쟁 심화로 현지 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전체 수출 구조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일본, 베트남, 미국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반짝 성장 이후 다시 부진에 빠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애경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꼽히지만, 현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북미 현지에서 유통 채널, 브랜드 인지도, 현지화 전략 등에서 리케이트·제로투 등 글로벌형 인디 브랜드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주력 제품인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팩트가 호수를 11개로 확대하고 제품 리뉴얼, 아마존 집중 마케팅 등을 병행했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루나의 롱래스팅 팁 컨실러 등 일부 품목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중국 시장의 부진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고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상황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애경산업은 한때 홈쇼핑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채널 의존도가 높았다. 상장 당시 홈쇼핑 편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유통 채널 다변화를 추진했고, 2019년 홈쇼핑 비중이 23%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전략적 성과라기보다는 홈쇼핑 시장의 위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사에 비해 올리브영 등 H&B(헬스앤뷰티) 채널이나 온라인 시장 개척이 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마진이 낮아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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