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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입지 잃어가는 테슬라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 안 산다" 시장 여론 악화 향후 관건은 트럼프 관세 정책?

전기차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히던 테슬라가 시장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며 판매량·실적이 줄줄이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향후 테슬라에 '재기'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테슬라
28일(현지시각) CNN은 테슬라가 매출 감소와 수익 급락, 주가 하락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실제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4억900만 달러(약 5,6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1%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 부문에서는 사실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의 대부분이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판매한 5억9,500만 달러(약 8,190억원) 규모 규제 크레딧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 역시 급격히 악화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총이익률은 2022년 1분기 30%에서 올해 1분기 12.5%로 감소했다. 이는 테슬라가 연간 5,600대를 겨우 판매하던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테슬라의 빈자리는 중국 비야디(BYD)가 차지했다. BYD의 올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41만6,400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33만6,600대였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살펴보면 양 사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BYD 176만 대, 테슬라 178만 대로, 격차가 2만 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머스크 정치 행보에 소비자 등 돌려
테슬라 실적 하락의 배경에는 머스크 CEO가 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연방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정부효율부(DOGE) 책임자로 임명됐다. 아울러 독일 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의 집회에 동영상으로 출연하고, 온라인상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등 해외 정치에도 개입했다.
곳곳에서는 머스크 CEO의 이 같은 행보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포르투갈 등에 있는 수십 곳의 테슬라 대리점에서 시위가 벌어질 정도다. 시위 도중 전시장과 충전소 등이 파손된 사례도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반(反)머스크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이버트럭을 쓰레기로 뒤덮거나, 스케이트보드 경사로로 활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정치적 갈등에 휘말린 테슬라 차량의 구매를 꺼리고 있다. 최근 야후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미국 성인 1,6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7%가 향후 테슬라 차량을 소유하거나 리스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37%가 ‘일론 머스크가 전부 또는 일부 원인’이라고 답했다.

車 관세 완화는 호재
다만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활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최근 공개된 자동차 관세 완화 방안이 테슬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 내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위해 자동차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라 제조사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되어 판매되는 차량에 대해 차량 권장소비자가격(MSRP)의 15%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관세 상쇄용 크레딧을 제공받는다. 이 크레딧으로 향후 부품 수입 때 납부해야 할 관세를 상쇄할 수 있다. 이 혜택은 2025년 4월 3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2년간 적용된다. 2년 차에는 크레딧 제공 금액이 MSRP의 10%까지 줄어들고, 3년 차부터는 이 같은 혜택이 사라진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부품 관세를 다른 품목별 관세와 중첩해서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알루미늄·철강 관세 등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정 제품이 두 개 이상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를 가장 우선해서 적용한다. 다만 행정명령에 별도로 명시되지 않은 관세와 자동차·자동차 부품 관세는 중첩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통상 압박 역시 BYD와 경쟁하는 테슬라에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관세를 감수할지, 안 할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이 아마도 관세를 감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가 거의 무역 금수 조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신호를 보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