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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규제 철회하라" 美, 관세 전쟁으로 자국 빅테크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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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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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율 관세 무기 삼아 빅테크 수호 나서
OECD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도 발 뺐다
美 떠받치는 빅테크 중심 '디지털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전쟁을 자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이 관세 협상을 기회 삼아 각국의 빅테크 과세·규제 철회를 유도, 자국 기업의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수의 국가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비롯한 빅테크 견제 방안 폐지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국 빅테크 규제, 美 압박에 줄줄이 폐지

2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한국·유럽연합(EU)·브라질 등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 빅테크에 대한 세금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무역 분쟁을 빅테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핵심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와 미국 시장 접근권을 무기 삼아 미국 기술 기업 및 제품에 대한 무역 상대국들의 과세와 규제를 막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제 각국 빅테크 대응 체계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자국 시장에 진출한 빅테크 기업들에 디지털세(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에 부과되는 새로운 형태의 조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빌미로 무역 협상을 중단하자 곧장 계획을 철회했다. 인도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폐지했고, 인도네시아는 영화·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전자제품 관련 관세 계획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WSJ는 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배경에 수년에 걸친 업계 로비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MS, 오픈AI 등은 트럼프의 취임식 기금으로 각각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소재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잇달아 방문, 그와 해외 규제 정책 관련 논의를 반복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美에 불리해" 글로벌 최저한세도 외면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빅테크 기업 수호 의지는 최근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최저한세(필라 2)’ 합의 이탈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앞서 지난달 27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주요 7개국(G7)과 수개월의 생산적인 대화 끝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글로벌 세금 합의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공동 협약을 발표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협력기구의 글로벌 최저한세는 미국 기업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글로벌 최저한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미국의 과세권을 훼손하고, 미국 기업에 불리한 시장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미국민을 위한 훌륭한 합의를 이뤘으며, (최저한세 적용 예외로) 미국 기업이 1,000억 달러(약 136조6,500억원) 이상 손실을 보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1,000억 달러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적용될 시 미국 다국적 기업이 향후 10년간 다른 나라에 납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미국 재무부 추산)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활성화할 경우 연결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2,0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 사업을 하든 15% 이상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구글·애플 등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인 만큼, 일각에서는 ‘구글세’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빅테크 기업의 경제적 영향력

미국 정부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사격'을 실시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디지털 경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디지털 서비스(통신,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인프라(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등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관련 시장 규모는 미 경제분석국(BEA)의 가장 최신 데이터인 2022년 집계 기준 4조3,000억 달러(약 5,880조9,600억원)에 달한다. 고용 창출 효과 역시 매우 뛰어나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발표한 팩트 시트를 통해 미국 국민 중 약 890만 명이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무역 시장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제분석국 발표 기준 2023년 미국의 디지털 제공 서비스(Digitally delivered services) 수출액은 6,555억 달러(약 896조2,000억원)로 2018년 대비 약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서비스 수출이 약 19%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가파른 성장세다. 수익성 역시 확실하다. 2023년 미국의 디지털 제공 서비스 수입액은 3,888억 달러(약 531조5,673억원)로 수출액을 크게 밑돌았다. 흑자 규모는 2,668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세 도입 움직임이 확산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빅테크 편들기' 정책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 민주당, 현지 노동계 등에서는 이미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빅테크를 정부가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한 독단적 정책이 파트너국과의 통상 갈등 심화, 디지털 규제의 국제 공조 실패, 빅테크 외 산업 분야의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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