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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대차거래, 주가 변동성 확대" 공매도 재개 직격탄, 누적 공매도 2,000억 알테오젠·HLB 등 제약바이오 집중 포화

셀트리온이 개인 주주들에게 대차거래가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며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고 나섰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공매도 금지 이전 집중적인 타깃 종목 중 하나로, 지난달 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자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려주지 않기를 주주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공매도 세력한테 주식 빌려주지 마”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셀트리온은 배당 통지서와 함께 ‘대차 해지 관련 주주 안내문’을 주주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했다. 셀트리온은 안내문을 통해 “대차거래는 주주 개인의 권리지만, 공매도와 연계돼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대차 잔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줄이는 것이 주가 안정과 기업 가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거래로,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이 대차거래에 동의했는지 여부도 증권사에 확인할 것을 부탁했다. 셀트리온은 “일부 주주님들이 증권 계좌 개설 시 본의 아니게 보유주식의 대차거래에 동의한 상태일 수 있다”며 “한 번 더 증권사에 확인해 보시고, 대차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면 해당 절차는 이용 중인 증권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가 고심' 셀트리온 공매도 악몽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에도 회사 공지를 통해 사업 현황과 실적 전망을 공유하면서 주주들에게 자사에 대한 대차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공매도 전면 재개 전부터 주요 공매도 타깃 종목으로 꼽혔다. 제약·바이오기업 특성상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대차거래 잔액 규모도 시총 대비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셀트리온의 누적 공매도 금액은 2,089억원에 달한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중 9위로, 전체 거래 비중의 17.29%에 이르는 규모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은 주요 제약·바이오업종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7.41%), 유한양행(16.4%), GC녹십자(12.8%), 대웅제약(7.8%), 한미약품(6.6%) 등보다 높았다.
지난달 26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3,664억원으로,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매도 잔고금액은 공매도 잔고수량에 주식 종가를 곱한 값이다. 공매도 잔고수량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주식 수를 뜻한다. 대개 공매도 잔고수량이 늘어나면 공매도 잔고금액이 증가한다.
제약·바이오 기업 집중 타깃
대규모 공매도는 셀트리온의 주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17일 오후 3시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는 158,800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 18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이달 15일 들어 처음으로 15만원대에 진입했다.
셀트리온은 과거에도 공매도로 홍역을 치렀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1년 11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다. 2013년 4월에는 공매도를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에 셀트리온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 때문에 회사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분 매각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셀트리온은 201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된 후에도 공매도의 타깃으로 꼽혀 왔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알테오젠은 이달 1일 591억원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하루에 이뤄졌다. 알테오젠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707억원에 달한다. 같은 날 알테오젠과 함께 코스닥 공매도 거래금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8개를 제약·바이오기업이 차지했다. HLB 208억원, 삼천당제약 121억원, 코오롱티슈진 95억원, 올릭스 80억원, 젬백스 69억원 펩트론 68억원, 루닛 38억원 등이다. 이 밖에 네이처셀 28억원, HLB제약 24억원, 보로노이 23억원, 셀트리온제약 19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 18억원, 파마리서치 13억원, 에이비엘바이오 10억원 등으로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