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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로 채굴 허가 만료, 10일부터 가동 멈춰 "단기간 내 재개 계획 없어" 생산 공백 가능성 '내권식 경쟁' 단속 나선 中 당국 뜻 반영됐나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중국 장시성에서 운영 중인 대형 리튬 광산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채굴 허가 만료'가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내권식(內卷式·제살깎아먹기) 경쟁 방지'를 천명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리튬 공급 과잉 완화와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CATL, '아시아 리튬 수도' 이춘 광산 가동 중단
1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CATL이 장시성 이춘시 젠샤워 리튬 광산의 가동을 멈춘다고 내부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춘은 '아시아 리튬 수도'로 불릴 만큼 중국 안 리튬 생산의 핵심 거점이다. 이번 조치로 CATL 내외부 직원과 인근 제련소들을 아우르는 생산 공급망이 일시 중단됐다. 소식통은 "CATL이 이달 9일 만료된 주요 채굴 허가를 연장하지 못해 생산을 멈췄다"고 밝혔다.
채굴 허가 중단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CATL은 생산 중단 기간 등은 언급하지 않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광산 면허를 갱신하기 위한 신청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있다"며 "승인이 나면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ATL의 관계자를 인용한 또 다른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젠샤워 광산의 채굴 작업이 단기간 내 재개될 계획은 없어, 수개월간 생산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작년 9월 가동 중단 후 올해 2월 재개
CATL이 젠샤워 광산 가동을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ATL은 지난해 9월에도 채굴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CATL의 이춘 공장은 연산 20만 톤 규모로 대형 리튬 공장에 속한다. CATL은 이춘 지역의 리튬광산의 채굴권을 2022년 4월 8억6,500만 위안(약 1,670억원)의 입찰가로 취득했으며, 지난해 1공장을 완공했다. 그런데 공장이 가동된 지 1년여 만에 조업 중단에 돌입한 것이다.
젠샤워 광산은 리튬 채굴 난도가 높아서 생산 단가가 높다. 하지만 공급 과잉에 따라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은 2024년 7월 이후 8만 위안(약 1,545만원)대로 하락했으며, 공장 중단 결정 당시에는 7만 위안(약 1,352만원)대 초반으로까지 하락했다. 공장 입장에서는 생산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CATL이 공장을 다시 재개한 건 올해 2월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UBS는 "CATL은 이춘에서 채굴한 리튬과 타지에서 생산된 고순도 리튬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라며 이춘 광산 생산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가동을 재개한 지 반년 만에 다시 채굴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中 당국 공급과잉 단속 기조 속 생산 조절
이번 생산 중단은 산업 전반의 과잉 생산을 규제하고 환경·안전 감시를 강화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서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복잡해진 허가 갱신 절차를 통해 사실상 감산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거륭후이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이번 젠샤워 광산 생산 중단이 중국 정부의 내권식 경쟁 방지 조치의 일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전기차(EV), 배터리, 태양광 패널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만에 공급구조 개혁에 나선 상태다. 중국 관영 매체와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이르면 9월 중 공급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혁의 핵심 방안은 ‘좀비 기업’ 퇴출, 노후 공장 폐쇄, 과도한 보조금 삭감 등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는 산업별로 최대 30% 수준의 과잉 생산량을 감축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조치는 시진핑 주석이 2025년 도심회의에서 “AI·EV 산업에 막대한 투자가 과잉공급과 자원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뒤 이뤄진 것이다. 블룸버그도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며 시장 경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2022년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4,800 기가와트시(GWh)로, 자국 내 EV 수요의 약 4배에 달했다. 이에 중국 국무원은 ‘비합리 경쟁 규제’ 계획을 발표하고, EV 산업 경쟁 강도를 완화하고자 공급 조절에 나선 상태다.
특히 젠샤워 광산은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하는데, 리튬 산업은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침체를 겪고 있다. 2022년 이후 리튬 가격은 90% 가까이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2년 넘게 공급 과잉에 시달린 리튬 산업에 이번 생산 중단이 공급 조절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CATL의 이번 광산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리튬 가격은 출렁였다. 중국 탄산리튬 선물 가격은 8일 광저우선물거래소에서 약 9% 오르며 1톤당 7만5,000위안(약 1,450만원)을 기록했다. 씨티그룹은 "해당 광산의 공급 중단으로 향후 수일 안에 리튬 가격이 1톤당 8만 위안 이상으로 올랐다가 이후 7만∼8만 위안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