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데이터센터 2곳 임차 계약 파기
AI 전력 소모량 예측 어려워
韓 분산법 시행 효과 지지부진

세계 2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력 확보에 대한 부담과 수요 예측 변화 등이 프로젝트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는 전 세계 클라우드 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좌초되는 사례가 많아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MS 데이터센터 확장 중단 가능성↑
2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TD코헨을 인용해 MS가 미국과 유럽에서 약 2기가와트(GW) 용량 규모로 추진하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MS가 최소 두 곳의 민간 운영업체와 체결했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취소했으며, 이는 지난달 취소한 임차 계약과는 별개라는 게 TD코헨의 전언이다.
앞서 TD코헨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MS가 미국에서 최소 2곳의 사설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임차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MS 대변인은 “일부 지역에서 인프라 전략을 조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으나, 모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임차 계약 취소로 MS의 데이터센터 확장 중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력 문제가 MS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모건 스탠리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오는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추가 전력은 57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 70개를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에너지다.
최근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도입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가 전체 전력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82곳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인 아일랜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신규 데이터센터 심사 기준을 높였다. 이에 따라 엣지코넥스(EdgeConneX), 에퀴닉스(Equinix) 등 일부 기업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됐다.
AI 수요 부족에 가동 여부 불확실
과잉 공급 또한 업계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의 사례처럼 저비용·고성능 AI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현재 건립 중인 데이터센터 가운데 상당수는 수요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딥시크는 생성형 AI ‘R1’을 선보이며 “일부 일상적인 AI 쿼리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합리적인 전력 수급 계획을 위해 기업들이 AI 학습과 사용에 쓰이는 전력 소모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AI의 전력 수요량이 확실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가 필요 이상으로 증설되거나 전력 수요 예측 실패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AI 개발·운영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짚었다.
AI 개발·운영사의 협조 없이 해당 AI의 전력 수요량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냉각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추정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데다, 데이터센터는 AI와 관계없는 작업도 수행하기 때문에 AI가 사용하는 에너지만을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향후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그 증가 폭과 속도는 가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데이터센터가 머지않은 미래에는 AI 수요 부족으로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근거 없는 낭설에 인프라 구축 더딘 한국
한국의 경우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역 주민들의 반기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33곳 중 17곳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됐다.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35%는 1년 이상 착공하지 못했고,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들도 약 30%가 인허가 후 착공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이 같은 사업 속도는 과거 4년간 개발된 데이터센터들이 인허가 이후 평균 4~5개월 내 공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느린 속도다. 많은 주민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소음, 백연 현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각종 연구 결과에서 낭설로 드러났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가 실시한 전자파 인체 노출량에 대한 측정 평가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16개 지점에서 전자파 강도가 가장 높은 특정 지점의 반경 2m 내 전력 설비 전자파 노출량은 최대 14밀리가우스(mG)로 조사됐다. 이는 정부가 인체 보호 기준으로 삼는 국제비이온화방호선위원회(ICNIRP) 기준인 883mG의 1.5%에 불과한 수준이자, 전기밥솥보다 낮은 전자파 노출량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법)’을 시행, 데이터센터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데이터센터 건립에 인근 주민들이 전력 및 냉각수 과다 사용 등 불만을 주로 표출하는데, 국내에서는 유독 전자파 관련 우려가 많다”며 “아무리 업체 측에서 해명을 해도 여론이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