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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고급車’ 이미지에 갇힌 독일 브랜드, 중국 시장 잃고 미국 수출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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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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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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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포르쉐 중국 판매량 28% 급감
폭스바겐그룹은 대규모 구조조정
합작투자 의무에 기술이전, 부메랑으로

뛰어난 기술력으로 오랜 시간 ‘자동차 강국’의 위상을 유지해 온 독일의 명성이 위협받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의 분전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의 먹구름도 짙어지는 양상이다.

‘고급 자동차’ 정의 새로 쓴 중국 업체들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고급 자동차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해 고급 자동차의 정의를 바꿨다”고 진단하며 “중국과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진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매출 급감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독일산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르쉐의 예를 들었다. 포르쉐가 지난달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르쉐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이는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량이 3% 줄어드는 데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이 같은 중국 시장 내 포르쉐의 부진은 폭스바겐 그룹의 위기로 이어졌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으며, 3분기에는 누적 기준 12%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약 35%를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6.3%에서 3분기 누적 2.1%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 시장 내 부진에서 비롯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비단 폭스바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사업부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연간 이익 마진 전망치를 낮췄으며, BMW 자동차 부분은 지난해 2분기 이익 마진이 예상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NBC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로 흔들리는 독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 성장 수혜 ‘반짝’ 그쳐

독일 산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쇠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중국과의 동맹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중국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나아가 기술 이전과 부품의 현지 조달 또한 요구했다. 이 같은 합작투자 의무는 2022년 1월에야 폐지됐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뛰어든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 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2022년 기준 폭스바겐 그룹의 전체 판매량 중 40%가 중국에서 발생했고, 벤츠(36.8%), BMW(33%) 또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대세로 부상한 전기차 전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압도적 기술력을 자랑해 온 독일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발전 속도에 쫓기게 된 배경이다.

2019년 23.6%에 달했던 독일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23년 19.1%로 쪼그라들었다. 비야디(BYD) 같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앞세워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10종 목록에도 독일차는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철퇴 예고

이런 가운데 독일 자동차 산업은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가가치세(VAT) 제도를 가진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부가가치세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 체계”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부과하는 나라들과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산 자동차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10% 관세 외에도 20% 수준의 부가세를 부과해 사실상 세율이 3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유럽산 차량을 수입할 때 2.5% 관세만 매긴다.

2022년 기준 EU에서 생산된 신차 69만2,334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금액으로는 360억 유로(약 54조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으로 넘어간 미국 신차는 11만6,207대로 52억 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부가세로 대표되는 불공정한 관행이 무역 불균형을 유발하는 만큼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가뜩이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거듭 중인 독일 자동차 업계가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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