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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車 관세’ 압박, 현대차 현지생산 확대 명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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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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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4월 2일 수입차 관세 부과"
미국 내 현대차그룹 견제 분위기에 '긴장'
현지 생산 늘리고 미국 기업 협력 활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최다 판매 시장인 미국을 겨냥해 현지화 전략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 생산 차종을 늘리고 아마존에서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현지 판매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고관세 우려 현실로, 관세 부과 땐 연간 영업익 20% 감소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수입차 관세 도입 시기를 묻는 말에 “4월 2일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조지아에 새로 조성한 친환경차 전용 생산 시설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작년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에서 대량 판매되는 모델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실행하면, 현대차그룹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총 225만8,026대를 수출했는데, 이 중 45%인 101만5,005대를 미국으로 보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공장에서 수출용으로 생산한 차량 2대 중 1대는 미국으로 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미국에서 총 170만8,293대(현대차 91만1,805대·기아 79만6,488대)를 팔았고, 미국에서 생산한 차는 총 71만5,732대(현대차 36만1,632대·기아 35만4,100대)였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인 투싼으로 총 20만6,126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는 13만6,698대, 중형 SUV 싼타페는 11만9,010대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기아는 16만1,917대가 팔린 중형 SUV 스포티지가 최다 판매 모델이었다. 준중형 세단 K3와 후속 모델인 K4가 합산 판매량 13만9,778대로 뒤를 이었고,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는 11만5,504대가 판매됐다. 이런 가운데 관세 20%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최대 20% 위축될 것으로 계산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만들고 있다/사진=현대차

메타플랜트·조지아·앨리배마 등 현지 생산 차종 및 물량 확대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의 생산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생산량을 확대해 관세 부과의 위험을 일부 피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올해 하반기까지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체제를 갖춰 연간 생산(연산) 규모를 기존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3만 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35만 대)의 연간 생산량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량은 총 118만 대로 예상된다.

생산량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보유한 앨라배마, 기아의 조지아 공장에서도 생산 모델 확장도 고심 중이다. 현재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투싼,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싼타페, 싼타페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GV70과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신규 판매 채널도 확보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아마존 내 오토스 코너에서 자동차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11월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아마존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고 아마존을 통한 차량 판매 계획을 처음 밝혔고 1년여가 지난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는 자사 제품이 아마존 오토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 '최초의 브랜드이자 현재 유일한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오토스는 미국 전역에 있는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하고 금융 서비스를 받아 결제한 후 원하는 곳의 현대차 딜러 매장에서 차량 인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현대차는 2020년대 말까지 이런 온라인 플랫폼 매출이 미국 전체 판매의 3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생산 늘리려면 노조 동의 필요

다만 현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선 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 1999년 체결한 단체협약에 ‘해외 공장으로 차종을 이관하거나, 국내에서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을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기아 역시 비슷한 협약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속해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2010년 해외 공장의 생산 비율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5년과 2019년에도 생산량 노사 합의, 생산 비율제 도입 등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 노조에 있어 생산 물량의 해외 이전은 예민한 문제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신차 부족으로 국내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 인기 모델의 생산까지 줄면 수당과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인기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에 합의해도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해 4월 2일부터 관세가 부과되면 당분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업 등으로 회사의 파격적인 양보안을 이끌어 냈던 이전과 달리, 더 이상 노조의 강경한 투쟁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공장 생산 차질로 인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현대차는 핵심 거점별 전략 차종의 현지 생산 기반을 꾸준하게 다져왔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인도, 중국, 튀르키예, 체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8곳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250만 대에 육박한다. 또한 이들 공장에서는 해외 시장 인기가 많은 싼타페, 투싼 등 현지 전략형 모델을 생산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의 수만 해도 10종이 넘으며, 중국은 생산 시설이 남아돌고 있고 인도 법인(HMI)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32만 대를 생산해 현지에서 팔았다. 한국 공장 노조가 파업을 하고 생산을 멈춘다고 해도 예전과 다르게 해외 판매가 멈출 일이 사라진 셈이다. 해외 공장 네트워크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절대적 사업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에 별 타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노조와 협상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국내 사업 비중이 60% 수준이었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회사가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파업을 벌이며 강경한 투쟁을 한다고 해도 무리한 요구는 걸러낼 수 있게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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