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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신소재·친환경 줄줄이 매각”, 몸집 줄이기 배경엔 ‘아픈 손가락’ 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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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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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자회사 연이은 매각 행렬
비주력 자산 매각, 사업 재편 박차
친환경 핵심 자회사도 하나둘 시장에

SKC의 자회사 SK엔펄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일부 사업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이 전 사업 영역에서 본격화한 양상이다. 업계는 이번 매각으로 SKC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룹 차원으로 시각을 넓히면, SK온 등 주요 계열사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본격 전략 사업 육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SK 신소재 계열사 SK엔펄스 구조조정 가속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 자회사 SK엔펄스는 블랭크마스크(Blank Mask) 사업부와 CMP슬러리(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Slurry)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블랭크마스크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이며, CMP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화학 반응으로 연마해 평탄하게 만드는 ‘CMP’ 공정에 필요한 용액이다.

국내 반도체 및 LCD용 파인세라믹 업계 1위 기업인 SK엔펄스는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장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완료된다면 SK엔펄스에는 PCB(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 사업과 장비 사업(테스터 및 EFFM) 등이 남게 된다. SKC는 SK엔펄스 일부 사업 외에도 배터리 소재 자회사 SK넥실리스의 박막 사업부를 95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한 상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과거 외형 확장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비주력 자산 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매각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재무적투자자(FI) 물색을 이어오고 있다. 시장은 11번가의 기업가치로 5,00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SK네트웍스 산하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면서 리밴런싱에 박차를 가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매각하며 8,2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7,000억원에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베트남 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 5.05%와 자회사인 원커머스 지분 7.1%를 각각 2,948억원과 2,700억원에 정리했다.

최 회장은 이들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 투자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6년까지 계열사를 효율화를 통해 80조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주요 투자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칩, AI 데이터센터, AI 개인비서 등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해 SK텔레콤 주도로 AI 연구개발(R&D) 센터도 신설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서 “SK는 AI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파트너십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SK의 에너지솔루션 역량을 통합해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영역의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한 AI 밸류체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 점찍은 친환경 사업도 떠나보낸다

주목할 만한 점은 SK가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던 친환경 사업 또한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가 수처리·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폐기물 매립·소각 전문기업 리뉴원 지분 100%의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자회사는 SK에코플랜트가 기존 건설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매각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 사업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도 이 시기 SK에코플랜트의 품에 안겼다. 특히 2020년 11월 어펄마캐피털로부터 1조500억원에 인수한 리뉴어스는 전국 1,300여 개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6개의 소각장을 운영하는 종합 폐기물 처리 기업으로 친환경 사업 확장의 핵심 축과도 같았다.

SK에코플랜트는 약 4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이들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환경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기존 건설회사에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환경·에너지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환경 사업은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3분기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의 매출 총이익은 2,046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7.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에너지사업 매출 총이익률이 25.4%, 플랜트 사업이 22.8%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높은 운영비와 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성적은 더 뼈아프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전체 자산 5조1,249억원 중 환경 관련 자산은 3조2,811억원으로 약 64%에 달한다.

실적이 부진한 사이 재무적 부담은 쌓여만 갔다.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9월 이자 지급액은 2,953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1,153억원)의 2.5배 수준에 달했다. 본업의 수익으로도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먼저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주식을 매각해 1,300억원을 확보했고, SK로부터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해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계열사 SK테스와 함께 반도체 설비 구축, 모듈 제조·유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재무적 불확실성 키우는 SK온의 부진

업계는 SK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의 원인을 SK온의 재무 상황 악화에서 찾는다. SK온의 대규모 신규투자가 그룹의 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SK온의 투자 성과가 그룹의 신용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의하면 2020∼2023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SK온이 발행한 전환우선주에는 기업공개(IPO)와 연계한 약정이 체결돼 있어 재무적 불확실성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한신평의 지적이다.

장수명 한신평 연구원은 “SK온은 2026년 말까지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콜옵션(주식을 일정 금액에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짚으며 “이 경우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며,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있어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온의 IPO는 재무적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 재무 부담 수준까지 좌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SK온의 실적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4조6,679억원, 영업손익은 –7,67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10조1,741억원·영업손실 5,632억원) 대비 6조원가량의 매출 급감과 2,000억원 상당의 손실규모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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