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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알리 올해 상반기 JV 설립 예정 JV 기업가치 6.2조원에 형성될 전망 이마트, G마켓 투자로 약 1조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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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략적인 동맹을 구축한 가운데, 양사의 합작법인 기업가치가 6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던 6조원 내외 기업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G마켓과 'C커머스 거인'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한 지붕 아래서 시너지를 창출해 쿠팡과 네이버에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이번 합작은 쿠팡·네이버에 밀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부진을 겪어 온 G마켓과 품질 논란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주춤하던 알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G마켓 기업가치, 3.1조 평가
17일 유통업계와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G마켓과 알리 한국법인의 JV(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신세계그룹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1%를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역산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당시 4조2,00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G마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으면서 2022년 655억원, 2023년 320억원, 2024년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간 G마켓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1,650억원에 달한다. G마켓의 매출액도 지난해 9,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하락했다. 영업손실에 이어 ‘역성장’이라는 성적표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이에 이마트는 이번 공시를 통해 약 G마켓 손상차손으로 9,339억원을 반영했다. G마켓 지분 80%에 대해서 그동안 회계적으로 약 3조4,000억원이라고 처리해 왔는데, 손상차손을 반영해 앞으론 지분 80%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재산정한 것이다. 나머지 20% 지분까지 감안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4조2,000억원(2021년)에서 3조1,000억원(2024년 말 기준)으로 약 1조1,000억원이 떨어지게 된다.
조인트벤처 기업가치 산정에는 GMV(총거래액)이 사용됐다. G마켓의 지난해 GMV는 약 13조원, 매출액은 9,612억원이었다. GMV 대비 매출액은 불과 7%에 불과했다. G마켓은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돼 수수료 기반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알리 역시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된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조3,000억 달러(약 1,875조원)에 달하는 GMV를 발생시켰다. 다만 당시 알리바바 이커머스 분야 매출액은 1,031억 달러(약 148조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GMV는 7.8%로 현재 G마켓과 비슷한 수준이다. G마켓 지분 100%와 알리 한국법인을 각각 5 대 5의 비율로 현물출자해 JV를 설립하기로 한 만큼, G마켓·알리 JV는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속된 G마켓 적자 희석 기대
이번 합작으로 신세계그룹이 얻는 건 수익 개선 효과다. 조인트벤처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되면 G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G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이후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G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컨대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G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가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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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안착 위한 교두보
알리바바그룹에 있어선 이번 합작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조커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조 단위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만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공격적인 M&A 전략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200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10여년 간 알리바바그룹이 단행한 인수합병·투자 건수는 무려 502건에 달한다. 특히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견고한 기반과 검증된 경영진을 갖춘 현지 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이커머스 주릴리 지분을 1,7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진출 포석을 쌓았고,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 라자다를 인수해 단숨에 동남아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알리바바그룹은 이후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수년 사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시선과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환경 탓에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앞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2,000억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역시 국내에서 입지를 갖춘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안착을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던 알리바바그룹과 신속한 쇄신이 필요한 신세계그룹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G마켓은 2003년 출범해 20년 넘게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이끌어 왔다. 전문가들은 G마켓의 인적 자원과 사업 노하우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한국 시장 공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