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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의료기술회사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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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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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웍스, 설립 8년 만에 기업가치 40억 달러로 성장
최근 신경섬유종증 등 희귀질환 치료제, FDA 승인 획득
중증 희귀질환·항암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확보 기대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고메클리/사진=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

독일의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 머크(Merck)가 미국의 제약 업체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의 인수를 추진한다. 중증 희귀질환과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온 스프링웍스는 고메클리, 옥시베오 등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현재 40억 달러(약 5조7,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머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제약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희귀질환 및 항암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머크·스프링웍스, 곧 계약 체결 가능성"

11일(현지시각) 머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중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구속력 있는 합의는 체결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인수합병(M&A)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사는 이르면 몇 주 내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스프링웍스는 그동안 중증 희귀질환 및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연조직 육종의 일종인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획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사례다. 또 올해 2월 희귀 유전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PN) 치료제로 경구용 중추신경계 투과 알로스테릭 저분자 MEK 저해제 '고메클리'를 개발해 FDA에 허가를 받았다.

스프링웍스는 2017년 화이자를 비롯한 민간 제약회사로부터 1억300만 달러(약 1,483억6,000만원)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해 설립됐다. 2019년에는 출범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며 1억6,2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했으며 이후에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왔다. 현재 기업 가치는 약 40억 달러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딜은 머크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한 제약 관련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라며 "인수가 성사되면 머크는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제약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크, 적극적인 M&A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 성장

168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약국으로 설립된 머크는 1827년 현대적인 화학·제약회사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기업화에 나섰다. 이후 200년에 걸친 머크의 역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활발한 기업 인수와 보유 사업 매각을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제고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최근 20년간 3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고 매각한 사업도 10건이 넘는다. 이 기간 거래액이 공개된 계약만 700억 유로 규모에 육박한다. 조 단위 기업 M&A도 8건에 달한다. 특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5건의 M&A를 성사시키며 글로벌 제약 기업 중 최다 M&A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07년 스위스 세로노(Serono)와 2015년 미국 시그마 알드리치(Sigma-Aldrich) 인수는 머크가 전통 화학·제약기업에서 바이오 의약품 토털 솔루션 회사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세로노는 암, 다발성경화증, 불임증, 내분비 질환,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입지를 다졌고 시그마 알드리치는 연구용 시약, 의약품 중간재 등을 개발하며 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로노와 시그마 알드리치의 인수 금액은 각각 103억 유로(약 15조5,300억원), 131억 유로로 이 기간 머크는 일반의약품(49억 유로)과 컨슈머 헬스케어(34억 유로), 바이오시밀러(6억7,000만 유로) 사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M&A의 핵심 전략은 잠재력이다. 벨렌 가리호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M&A 대상 기업의 가치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가장 까다롭게 심사한다"며 "특히 머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거나 공백을 전략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급변하는 산업 흐름 속에서 언제, 어떤 사업이 재편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머크는 늘 실탄을 넉넉히 확보해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가리호 CEO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항상 150억~200억 유로의 재정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 이후 넉넉한 실탄 확보, 반도체 투자 확대

현재 머크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반도체 소재, 특수가스, 박막 필름, 디지털 솔루션, 화장품용 안료 등을 생산하는 과학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머크의 주요 사업은 헬스케어·라이프 사이언스와 일렉트로닉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현금 보유고가 증가하면서 전자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인수 기회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에는 일렉트로닉스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6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팬데믹의 종식 이후 머크는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에는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메카로(Mecaro)의 프리커서(전구체)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선행 물질로, 주로 D램 공정에서 금속 박막과 배선을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당시 인수는 메카로가 프리커서를 생산하는 소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 전량을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총매각가는 1,462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반도체 관련 계측·결함 검사 장비 공급업체 유니티SC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억5,500만 유로로 향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에 따라 지급액이 추가되는 방식이 적용됐다. 계측 및 검사 솔루션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단계로, 특히 이종(heterogeneous) 3D 최첨단 패키징 디바이스의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가리호 CEO는 유니티SC 인수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인공지능(AI)으로 창출된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기술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머크는 지난해까지 한국 반도체 시장에 3억 유로(약 4,520억원)를 투자했고, 머크가 인수한 엠케미칼 음성 공장의 시설 투자 확대에 추가로 3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머크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헙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또한 발맞춰 그에 맞는 투자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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