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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 인수 협상 중 암 치료제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스프링웍스의 혁신 치료제와 머크의 포트폴리오 시너지 기대
![](/sites/default/files/styles/large/public/image/2024/11/Bio_drug_20240902_te.png.webp?itok=IvNa4pYa)
세계적인 제약·생명과학 기업 독일의 머크가 미국의 암 및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는 중증 희귀질환과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온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미르다메티닙과 옥시베오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머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반도체 소재와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사세를 확장해 왔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희귀질환 및 항암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獨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강화
11일(현지 시각) 독일의 제약사 머크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중요한 조건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아 구속력 있는 합의는 체결되지 않았으며 최종 합의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는 이르면 몇 주 내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머크의 스프링웍스 인수가 성사되면 최근 몇 년간 회사의 가장 큰 제약 거래 중 하나로 기록된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는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본사를 둔 제약사로, 중증 희귀질환 및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희귀 유전성 질환 치료를 위한 경구용 중추신경계 투과 알로스테릭 저분자 MEK 저해제인 '미르다메티닙(mirdametinib)'을 신경섬유종증 1형 관련 총상 신경섬유종(NF1-PN)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연조직 육종의 일종인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성분명 니로가세스타트)'를 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다. 이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는 2017년 9월 화이자를 비롯한 민간 투자기업들로부터 1억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으로 설립했다. 스프링웍스의 현재 시장 가치는 약 4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로 평가되며 이번 인수 협상이 성사되면 머크의 암 치료제 개발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A로 성장해 온 머크, 의료 기술회사로 변신
360년에 걸친 머크의 역사는 인수합병(M&A)의 역사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활발한 기업 인수와 보유 사업 매각을 통한 사업 재편을 회사의 지속 가능성 제고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지분 인수·매각'을 주요 업무로 넣어 운영할 정도다. 머크는 최근 20년 간 무려 32개 기업을 사들였고, 13개 사업은 매각했다. 사업 재편을 위한 거래금액 기준으로 630억유로(약 87조원)에 이른다. 조(兆) 단위 기업 인수·매각만 8건(금액이 공개된 거래 기준)이다.
여기에는 머크가 전통 제약·화학기업에서 바이오의약품 토털 솔루션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그마 알드리치(131억 유로), 세로노(103억 유로) 인수가 포함돼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의약품(49억 유로)과 컨슈머 헬스케어(34억 유로), 바이오시밀러(6억7,000만 유로) 사업 매각이 이뤄졌다.
머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인 M&A 제1원칙은 잠재력이다. 벨렌 가리호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M&A 대상 기업의 가치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가장 까다롭게 심사한다”고 했다. 그는 “머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거나 공백을 전략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A 추진은 투 트랙으로 이뤄진다. 일상적인 M&A는 이사회 내 투자위원회 검토 후 이사회 승인 순서로 한다. 하지만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전략적 M&A라든가, 투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엔 머크 가문으로 구성된 가족위원회 등의 승인까지 얻어야 한다. 가리호 CEO는 “M&A로 인해 머크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돼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탄’은 늘 넉넉하게 확보해 놓는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 속에서 언제 어떤 사업 재편이 이뤄질지 알 수 없어서다. 가리호 CEO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늘 150억~200억유로의 재정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머크는 M&A에 매우 능하다”며 “2023년에도 대규모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반도체 소재, 디스플레이까지 영역 확장
최근에는 제약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 특수가스, 박막필름, 디지털 솔루션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다각화된 과학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지난 2022년 머크는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메카로의 프리커서(전구체)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인수 방식은 메카로가 오는 11월 프리커서를 생산하는 소재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법인 지분 전량을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인수하는 구조로 총 매각가는 1,462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반도체 관련 계측·결함 검사 장비 공급업체 유니티SC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억5,500만유로(약 2,342억원)로 향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에 따라 지급액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계측 및 검사 설루션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단계로, 특히 이종 3D 최첨단 패키징 디바이스의 제조에서 매우 중요하다. 벨렌 가리호 머크 이사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머크는 반도체산업에서 과학 및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향후 인공지능으로 창출된 성장 기회를 활용하는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전자산업부 역량 강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6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중 6억 유로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력 강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머크가 이처럼 반도체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에 있다. 아난드 남비어 수석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이 현재 5천억 달러 수준에서 향후 7~10년 뒤에는 1조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전세계 여러 거점에서 반도체 공정 전반에 필요한 소재,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 머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