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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지난달 오픈AI에 2조2,000억원 추가 투자 ARM과의 시너지 이끌 AI 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업체에도 출자 고토 CFO "AI 반도체 분야는 우리 강점, 초인공지능 실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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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I 굴기'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오픈AI에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총출자액은 약 3조원으로 늘어났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 재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 "딥시크 등장은 AI 업계가 환영해야 할 일"
13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오픈AI에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추가 출자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출자액은 총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로 증가했다. 다만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열린 2024년 4∼12월 결산 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가 향후 오픈AI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삼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웹사이트의 월간 접속 수를 비교하면 오픈AI는 다른 서비스와 압도적으로 차를 벌리고 있다”며 “이만큼 차이가 벌어지면 후속 업체가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지지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디와 협력해야 할지 생각한다면 망설임 없이 오픈AI”라고 말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해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것은 AI 업계가 환영해야 할 일”이라며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자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앞서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일본에서 합작사를 만들어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두 업체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함께 최소 5,000억 달러(약 727조원)를 투자해 새로운 AI 기업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고토 CFO는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깜짝 놀랄 금액이지만, 우리가 수십조 엔의 자금을 자신의 자산과 현금으로 모으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은 각 프로젝트의 10∼20% 주식을 취득하고, 나머지 자금은 은행과 투자 펀드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토 CFO는 또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로봇 등 4가지 분야를 언급하면서 AI 사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인류의 1만 배 지성을 가진 초인공지능(ASI)을 꼭 실현하고 싶다"며 "AI 반도체 분야는 우리 그룹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인수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공동기업체(조인트벤처)를 세운다는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며 "머스크 CEO와 대립하지 않고 냉정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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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브릭스 등 AI 기업 4곳에도 신규 투자
소프트뱅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오픈AI 외에 4개의 회사에 신규 투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데이원(DayOne) △헬리온(Helion) △큐에라(Quera)가 이에 해당한다. 데이터브릭스는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비정형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데이원은 아시아 지역 대상 AI 인프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기업이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영국 AI 반도체 전문 ARM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에 기반이 되는 CPU 코어 등 컴퓨팅서브시스템(CSS)과 CPU 명령어세트(ISA)에 강점이 있다. 대형 클라우드사들도 ARM의 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 맞춤 반도체(ASIC)를 개발했다. △아마존웹서비스 - 그래비톤4 △마이크로소프트 - 코발트100 △구글 - 엑시온이 대표적 예다. ARM 기반 반도체가 많이 출시되면 데이터브릭스의 소프트웨어와 데이원의 인프라 구축 서비스 수요도 자연스레 커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이 공생관계를 노려 두 회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헬리온은 소형원자력발전모듈(SMR) 개발하며 큐에라는 양자컴퓨팅 프로세서(QPU)를 만들고 있다. 이들 또한 사실 AI 생태계로 묶일 수 있다. 최근 들어 방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에 원자력 발전이 채택되는 추세다. QPU는 GPU로 어려운 고차원 연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AI 기업 전환 속도 내는 소프트뱅크
업계는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투자 행보가 단순한 투자를 넘어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회사에서 AI 기업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대규모 투자는 소프트뱅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리스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비전펀드를 출범한 이후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성장해 왔다. 보유주식 가치에서 순이자 부채를 차감한 시가 순자산(NAV)은 작년 12월 말 기준 29조6,000억 엔(약 278조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조8,000억 엔(약 35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대출 한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일정 부분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AI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융 조달이 필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 기관과 협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소프트뱅크의 실적을 크게 좌우할 요소는 AI 관련 사업이며, AI 중심의 사업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오픈AI에 대한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화 방향에 반대하며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AI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소프트뱅크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