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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해법인가 우생학 문턱인가” 유전자 분석으로 낳고 싶은 아이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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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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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로 난임 유발 요인 해소
아이의 유전성 질환 가능성도 낮춰
"부자들만 건강한 아이 선택" 비판도

아이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질병 발병 확률을 수치화하고, 스프레드시트처럼 배아를 선택하는 시대가 실리콘밸리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더 나아가 유전자를 직접 편집해 원하는 특질을 가진 아이를 설계하려는 시도까지 나서고 있다.

배아 유전체 분석해 질병 위험 선별

17일(현지시간)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유전학'이다. 뉴욕에 있는 유전자 검사 기업 뉴클레우스지노믹스는 지난 1월 미국의 유명 투자자 피터 틸이 만든 파운더스펀드 등으로부터 1,400만 달러(약 20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키드 헬스는 2023년 12월 1,200만 달러(약 166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난임 부부들에게는 한 줄기 빛같은 희망을 주고 있다. 일부 난임은 부부의 정자나 난자의 결함으로 발생해 이를 착상 전 유전자검사(PGT-A)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키드는 배아 5개 세포만으로 전체 유전체(30억 쌍)를 분석해 1,200개 이상의 단일유전자 질환과 함께, 조현병·치매·비만 등 다유전자성 질환에 대한 발병 위험을 수치화한 ‘다유전자 점수(polygenic risk score)’를 제공한다. 수천 가지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기회를 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오키드 창업자 누르 시디키는 지난 봄 투자자 모임에서 “유전자 분석으로 아이의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은 인간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를 낳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라면 사람들은 주사위를 굴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성관계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아기는 스프레드시트로 선택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아예 인간 배아의 DNA 직접 편집

배아를 선별해 ‘더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보다 급진적인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부트스트랩 바이오(Bootstrap Bio)는 아예 인간 배아의 DNA를 직접 편집하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한 번 수정된 유전자가 모든 세포에 영향을 주며, 후세까지 영구적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부트스트랩 바이오는 당초 성인 유전자 편집을 연구하다가 최근 배아 편집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미국 규제를 피해 중미 국가 온두라스에서 2026~2027년경 임상시험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이 포함된 임상시험 신청조차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자금을 활용한 실험실 연구 자체는 금지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부트스트랩 바이오의 초기 투자자 중에는 ‘출산 장려 운동(pronatalism)’을 이끄는 시몬·말콤 콜린스 부부도 있다. 이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연결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스크 CEO와 아이 4명을 낳은 전 뉴럴링크의 임원 사본 질리스도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몬 콜린스는 “후대까지 특정 질병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혁신”이라며 “우리는 수익보다 사람을 돕는 데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확도 미흡·윤리적 논란도

그러나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기술적·윤리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슈퍼 베이비' 논란이다. 미국에서 체외수정 시술 비용은 약 2만달러 정도다. 여기에 배아 검사 비용인 2,500달러(약 348만원)를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부자들만 지능과 건강이 뛰어난 이른바 슈퍼 베이비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의 생명윤리연구를 위한 비영리 연구기관인 헤이스팅스센터 연구진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많은 질병이 신체활동이나 식이요법 등 여러 환경적·사회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착상 전 유전자 검사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생명윤리학자인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도 “우리는 편집된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시카고대 윤리학자 로리 졸로스 교수는 “아기를 마치 부품을 조립하듯 설계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국제 과학자 단체들도 올해 5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에 대해 최소 10년간의 전면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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