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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대량 해고는 시작일 뿐, AI 확산이 바꾼 고용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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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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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 등 IT 직군 채용 축소
비코딩 인력도 무차별 감원 타격
저부가 일자리 증발, 채용 방식 변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IT 직군 채용 감소에 그치지 않고 전 산업군의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습이다. 챗GPT 등 AI 모델 도입으로 기업들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고용 필요성 자체를 재검토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인사, 마케팅, 콘텐츠 기획 등 여러 직무가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동유럽의 외주 인력마저 자동화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채용 기준도 AI를 잘 활용하거나, 대체 불가능한 고부가가치 역량을 가진 인재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코딩 자동화가 가져온 신입 채용 공백

16일(이하 현지시각) 해고 추적 플랫폼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전 세계 157개 테크 기업에서 7만4,437명이 회사를 떠났다.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하던 단순 반복 업무가 대거 AI로 전환되고, 그 결과 많은 기업이 채용 대신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튼 결과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 해고 규모는 지난해 전체 감원 규모인 약 15만 명에 근접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네 차례 감원을 통해 1만6,000명이 넘는 인력을 내보냈으며, 인텔은 지난 4월 2만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구글은 스마트TV 등 일부 부서의 인력을 25%가량 감축하고 예산을 10% 넘게 줄였고, 메타는 가상현실(VR) 부문을 통합해 하드웨어 개발 인력을 대거 축소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타트업들도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미국의 무인자동차 스타트업 크루즈는 직원 절반을 내보낸 뒤, 사실상 제너럴모터스(GM)에 흡수됐다.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경직된 국가들은 대신 신입 채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구인사이트 애드주나에 의하면 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국에서 구인 등록된 대졸 신입직, 견습직, 인턴십 등 기초 직무 일자리 수는 31.9% 감소했다. 기초 직무 일자리가 전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28.9%에서 25%로 줄었다. 제임스 니브 애드주나 데이터과학 책임자는 “전반적인 경제 침체 외에도 AI가 초급 일자리 시장을 축소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고용 보험료 부담 증가, 새 고용 법안 등 채용을 피하게 되는 이유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채용플랫폼 진학사 캐치의 조사에서 국내 IT 기업의 신입 개발 직무 공고 수는 2023년 상반기 995건에서 올해 상반기 564건으로 43% 쪼그라들었다. 또 전체 IT 채용에서 신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형화된 개발이나 테스트 업무는 이미 자동화가 많이 진행된 데다, AI 도구까지 더해지면서 채용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신입의 경우, 채용과 교육 과정 모두 부담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채용 대상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성 향상 명분으로 인력 감축 정당화

외주 활용에 대한 접근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내부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외주를 활용했다면, 지금은 아예 AI와 외주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 예컨대 코드의 기본 뼈대는 챗GPT로 생성하고, 복잡하거나 특화된 기능만 외부 전문 인력에게 맡기는 식이다. 특히 인도, 동유럽 등으로 향하던 외주 수요도 AI와 경쟁하게 되면서 그 기준선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외주 인력보다는 코드 품질을 감수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감독자’ 수준의 인력이 선호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인 채용 위축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구조적 전환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직접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채용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로 자동화할 수 없다면’이라는 조건을 먼저 검토하는 식이다. 즉, 채용의 기준과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I의 도움을 받는 개발환경에서는 한 명의 고급 인력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코드를 처리할 수 있는 만큼 팀 단위의 채용이 아닌 최소 단위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마케팅, 인사, 콘텐츠 기획, 광고 운영 등 이른바 ‘비개발 직군’들도 빠르게 타격을 입는 중이다. 이들 직무는 반복적이고 문서 중심의 업무가 많으므로 텍스트 생성에 강점을 가진 AI에 의해 대체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예컨대 채용 공고 작성, 사내 보고서 정리, 마케팅 카피 생성 등은 GPT 모델만으로도 높은 품질의 결과물이 도출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실무자 1명이 수행하던 일을 AI 기반 자동화 도구가 대신 처리하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최대 이동통신 기업 BT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계약직을 포함해 최대 5만5,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감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BT그룹 전체 직원 13만 명 중 42%에 달하는 수치다. 앨리슨 커크비 BT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디지털 인프라와 서비스 현대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감원 인원의 약 18%에 해당하는 1만 개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PS 물류센터 내 자동화 관리 시스템/사진=UPS

AI 활용 역량이 채용 판단 기준

생성형 AI의 파급력은 이제 IT업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UPS, 시스코(Cisco) 같은 전통적 물류·장비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UPS는 지난 4월 말, 2만 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이는 이 회사의 116년 역사상 가장 큰 인력 정리다. 당시 캐롤 토메 UPS CEO는 “기계학습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이 이 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의 계기가 됐다”고 말하며 AI 대체를 사실상 인정했다. UPS는 현재 물류의 효율성 향상, 배송 루트의 최적화, 고객 대응의 효율화 등에 AI를 활용 중이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7%인 5,900여 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는 AI와 사이버 보안처럼 새롭게 탄력받은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적 방향 전환의 일환으로, 자사의 네트워크 솔루션에 AI 통합을 가속한 것과도 맞물린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관리의 예측 분석, 고객 지원 시스템 등을 자동화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AI의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중간관리자와 초급 사무직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업무 또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매출 급증에 따른 외형 성장, 이로 인한 인재 영입과 확대가 일종의 성공 방정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AI 사무 자동화 도구 도입을 통한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경영자가 고려해야 할 최우선 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에스테틱 기업 에스티로더는 관리직의 20%를 해고했고, P&G는 비제조 부문 인력의 15%를 감축하고 나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GS AI 어시스턴트’라는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문서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등 업무의 대부분을 AI에 맡겼다.

결국 앞으로의 고용 환경은 단순한 일자리 축소보다 더 본질적인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AI가 처리할 수 없는 업무, 즉 ‘사람이 해야만 하는 일’의 기준은 점점 더 좁아지고, 그 외 대부분은 AI 기반 자동화 체계 속으로 흡수되면서다. 이는 곧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취업의 기회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시장에 나선 개개인은 이제 단순한 노동자를 넘어 ‘AI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설계자’임을 증명해야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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