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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유동성 틈새 뚫은 메리츠, 고금리 딜 이면엔 ‘절체절명 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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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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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력·전략에서 우위 점한 메리츠
내부 수익률 기준 ‘7% 이상’ 충족
남은 과제는 SK온, 생존 걸린 승부수

SK이노베이션이 LNG 자산 유동화를 통해 5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메리츠증권은 고금리 조건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가 대형 글로벌 사모펀드를 제치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한 이번 거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해당 자금이 SK온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SK그룹 입장에서는 SK온의 실적 반등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업황 회복 속도와 수익성 개선 여부에 따라 이번 거래가 전략적 전환점 또는 중장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 ‘매우 낮음’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SK온 지분 인수를 위해 2조원대에 달하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물량 중 1조4,000억원을 우선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6,000억원을 메리츠가 후순위로 직접 인수하기로 한 만큼 잔액을 선순위로 재매각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할 5조원 중 3조원을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발전소에, 남은 2조원을 PRS로 SK온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우협에 선정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가 더 큰 규모의 CPS를 미뤄두고 PRS부터 셀다운을 추진하는 배경에 주목했다. 이는 PRS 투자가 CPS의 선결 조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리츠가 SK온에 PRS로 직접 2조원을 투자하는 계약이 체결돼야만 CPS로 3조원을 투자하는 계약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메리츠는 CPS에 대한 투자확약서(LOC)를 아직 제출하지 못한 상태로, CPS 투자 대상 발전소들을 실사하는 동시에 PRS 또한 셀다운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2조원 규모의 PRS 전량을 연 금리 5.3%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조4,000억원어치를 4.3%의 금리로 시장에서 되팔면, 추후 메리츠가 인수할 6,000억원어치에 대한 실질 수익률은 연 7.6%까지 올라간다. 이는 메리츠증권의 내부 수익률 기준인 7% 이상에 부합하는 조건이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선순위 1조4,000억원에 대한 금리가 4.5% 이하로 제한돼야 한다.

SK그룹은 콜옵션 행사로 향후 5년 내 우선주를 다시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메리츠 측이 6% 후반대의 금리를 제시한 만큼 6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전환상환우선주(RCPS) 대신 CPS를 발행해 SK이노베이션에 콜옵션을 주고, 약속한 기한 내에 콜옵션이 행사되지 못하면 전체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금융사 유동화·딜메이킹 역량 강화 신호탄

이러한 구조적 강점 덕분에 메리츠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 등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단순히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채권의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고객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조건을 설계한 것이다. 실제 KKR은 SK 측에 광양·파주 등 5개 발전소 전부를 담보로 요구했지만 메리츠는 3~4곳만 담보로 잡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소한의 담보 설정을 통해 고객사의 경영권을 약탈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려는 의도다.

이는 과거 SK E&S 자산 유동화 과정에서 KKR과의 악연을 경험한 SK 측에 매우 솔깃한 제안으로 읽혔다. SK그룹은 알짜 사업인 도시가스 자산을 SK E&S를 통해 보유하고 있었으나, 2021년 KKR이 SPC를 통해 투자에 참여하며 통제권을 상당 부분 잃었다. 당시 KKR은 RCPS를 활용해 배당과 구조적 우선권을 확보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추진되자, KKR은 전환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SK그룹은 KKR에 신규 RCPS 발행을 약속한 후에야 합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사실상 도시가스 사업을 빼앗겼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메리츠가 제안한 ‘총액 인수’ 방식 또한 주효했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총액 인수로 물량을 떠안아 주겠다는 점이 이번 SK의 선택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추후 SK온에 자금을 직접 지원할 길도 열려 있다. 이번에 담보에 포함되지 않은 발전소를 추가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후속 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유동화 목적이 SK온에 대한 자금 수혈에 있는 만큼 이는 더없이 매력적인 조건으로 해석된다.

그간 시장에서 메리츠는 재무적으로 어렵지만 담보 자산이 탄탄한 기업을 대상으로 고금리 차입금을 빌려주는 투자 공식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상환이 지연되면서 구조화 거래로 IB 사업 고도화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 결과 이번 SK이노베이션과의 거래를 통해 메리츠는 기업의 유동성 공급자로서 정통 IB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SK온은 자체 수익성 한계 및 업황 악화 이중고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마련한 자금은 SK온 재무적투자자(FI) 엑시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SK온 FI로는 MBK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스텔라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국내외 기관이 합류해 있다. 이들 FI는 내년까지 SK온의 기업공개(IPO)를 기대하고 약 3조원을 투자했으나, 거듭된 적자로 상장 추진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약속된 수익률에 맞춰 콜옵션을 행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문제는 SK온의 현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 압력에 직면했으며, SK온도 이에 따른 적자 지속과 고객사 이익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선제 투자로 막대한 고정비가 발생한 가운데, 수익 창출까지의 시차가 길어지면서 자본 소진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이번 유동성 공급으로 일정 부분 숨통은 트일 수 있겠지만, 단기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후속 투자는 물론 신용도 유지 또한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거래로 그룹 내 안정적 현금창출원인 LNG발전소 자산 일부를 포기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일시적 유동성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룹 전체의 장기적인 자산 효율성과 수익 기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7%대에 달하는 고금리 차입은 향후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상당한 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만기 도래 시 재차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물론 SK그룹 전반의 명운이 SK온의 회복 속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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