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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에 눈 돌린 태국, 한국은 동남아 SMR 수출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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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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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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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중심 원전 인프라 구상 본격화
입지 조건·안전성·건설비 측면 유리
韓, 기술력 기반 시장 선점 기대감

태국이 오는 2037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초대형 원전은 초기 투자와 사회적 갈등이 크다는 점에서 도입이 어려운 반면, SMR은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시작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태국과 산업 협력을 체결하고 SMR 공동개발 및 수출 협력에 나섰다. 에너지 전환과 수출 전략의 접점에서 SMR이 한국의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절차 간소화 및 기술 선진국과 협력에 속도

17일 (이하 현지시각) 네이션타일랜드(Nation Thailand) 보도에 따르면 이날 태국 정부는 오는 2037년까지 자국에 SMR 600메가와트(MW)를 도입하기 위해 ‘단일 단계 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표준화된 SMR 설계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이를 통해 공정 전 과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태국 원자력청은 앞서 지난 2023년 초에도 미국과 ‘123 협정(원자력 평화적 이용 협정)’을 맺고 미국의 원자력기술 도입과 기술 교류의 법적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협정으로 미국에서 원자로, 핵연료 등 핵심 부품 수입이 가능해졌고, 안전·비확산 규정도 강화됐다. 이후 태국 정책 당국은 원자로 기술 선정, 부지 확정, 전문 인력 확보, 장기 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종합적인 접근에 나섰다.

당국은 절차 간소화와 선진국 협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와타나퐁 쿠로밧(Wattanapong Kurovat) 태국 에너지정책기획국장은 “2037년 목표 달성에 앞서 2030년 이전에 기술을 최종 확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도입 부지 선정, 대중 설득, 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실행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가 나란히 SMR 도입에 나선 상태다. 베트남은 한때 대규모 원전 계획을 세웠다가 중단했지만, 현재 6.4기가와트(GW)의 SMR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인도네시아는 40년이 넘는 핵 연구를 토대로 자국 우라늄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동남아에서는 원전을 가동한 실적이 없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데다, 최악의 경우 좋지 않은 의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태국에서는 지난해 3월 화력발전소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 세슘-137을 한동안 분실해 관리 소홀을 드러낸 바 있으며, 미얀마는 군사 정권 체제 아래 러시아와 원자력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를 두고 닛케이신문은 “국제기관의 감시가 소홀한 미얀마에서 원자력 관련 기술을 군사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초기 대형 원전 구상 난관, 현실적 대안으로 선회

태국이 한동안 미뤄뒀던 원자력 발전 카드를 꺼내 들며 SMR을 주목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SMR은 발전 용량이 300MW 규모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주도할 차세대 원전 기술로 홍보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은 SMR 기술 발전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정부 역시 ‘차세대 원자력’ 또는 ‘미래 에너지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홍보하며 개발과 조기 상용화를 위한 투자와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태국의 SMR 도입 시도가 더 안전하거나 효율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SMR 찬성론자들은 대형원전의 안정성과 주민 수용성, 투자 위험성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위험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방사능 누출 사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 높은 건설 비용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태국의 SMR 추진 계획은 많은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방콕포스트는 “태국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상업적 타당성”이라고 지적하며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건설, 연료, 운영 및 유지보수비용을 포함한 원자로의 수명 기간의 평균 비용)이 여타 재생에너지원보다 매우 비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태국의 원자력 발전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180달러(약 6,664바트·25만원)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비해 최대 3배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방사성 세슘-137 실린더 분실 사고와 올해 4월에 일어난 공장 화재 사건으로 드러난 유해 산업폐기물 불법 방치 문제는 사업자의 무책임함과 태국 정부의 허술한 감독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SMR이라 할지라도 문제 발생 시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전을 태국에 도입한다면 그 잠재적 위험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박용민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왼쪽)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에서 수파맛 이사라팍디 태국 고등교육과학연구혁신부 장관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을 위한 협정'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한국도 유럽 수출 중심에서 아시아 확대 움직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서도 태국 원자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우리 정부는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 3월 박용민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는 태국 방콕에서 수파맛 이사라팍디 태국 고등교육과학연구혁신부 장관과 ‘대한민국 정부와 태국 정부 간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의 원자력 안전과 환경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협정을 통해 두 나라는 △원자력 연구 및 기술 개발 △원전 및 연구로 건설·운영 △방사성 동위원소의 산업·농업·의료 분야 활용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및 원자력 안전 △인력 양성 및 대중 인식 제고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원자력 안전과 핵융합 기술 분야에서 지식 교류와 기술 공유 등을 통해 태국을 지원하고, 태국은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 확대를 통해 산업 및 과학 기술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양국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연구개발(R&D), 실증,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장기적 파트너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태국 정부가 2037년까지 600MW 규모의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는 실직적 사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의 SMR 수출 전략은 단순한 산업 확장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아우르는 복합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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