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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창안·둥펑車, 양사 경영 통합 계획 동시에 밝혀 연 500만 대 생산하는 中 최대 자동차 기업 탄생 전망 전기차 전환 공동 대응, 자체 브랜드 강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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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국영 자동차 기업 창안(長安)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한다. BYD 등 자국의 민간 자동차 제조사에 밀리며 고전 중인 국영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기술 도입 등 급변하는 모빌리티 산업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창안차와 둥펑차는 각각 중국 자동차 시장 4위와 6위로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510만 대 규모의 글로벌 7위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는 미국 포드와 일본 혼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자동차 업계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中 창안·둥펑車 합병 논의, 합병 계획 동시에 밝혀
11일 지무신문에 따르면 창안차와 둥펑차는 지난 9일 "모회사가 다른 국영 자동차 기업과의 경영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각각 발표했다. 양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구조 재편으로 인해 간접 지배 주주가 변경될 수 있지만 실제 지배 주주는 변경되지 않는다. 두 회사가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통합 대상이 어딘지를 두고 여러 추측을 낳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이 오랜 기간 통합 가능성을 논의해 온 만큼 창안차와 둥펑차 간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매일경제신문도 둥펑차가 창안차와의 경영 통합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감독하는 완성차 제조사는 4곳(창안차·둥펑차·상하이자동차·제일자동차)으로 이 중 창안차와 둥펑차의 모회사는 각각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병기장비집단과 둥펑자동차집단이다. 현재 조직 구조와 통합 방식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양사가 공동지주사를 설립한 뒤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동지주사의 대표는 둥펑차의 양칭 회장이 맡을 예정이며 창안차의 주화룽 회장은 올해 은퇴를 앞두고 있어 경영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의 통합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BYD(427만 대)를 제치고 중국 1위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창안차와 둥펑차의 판매량은 각각 268만 대, 248만 대로 중국 내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국영 자동차 기업 중에는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두 기업의 판매량을 합산하면 총 516만9,000대로, 300만 대를 기록한 혼다와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7위에 오르게 된다. 6위 스텔란티스와의 차이도 불과 16만 대에 불과하다.
창안·둥펑 등 국영 기업, 전기차 전환 흐름 속 고전
창안과 둥펑은 최근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 등 민간 기업의 전기차 전환 속에 고전하고 있어, 전기차 분야 투자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의 3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데, 일본 등 해외 업체와 합작사를 운영하는 창안과 둥펑은 이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사가 경영 통합을 계기로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 자동차를 강화하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 속에 외국 회사와 합작이 어려워진 것도 양사의 합병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차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장벽을 세우고 부품 조달 등 통제가 강화되면서 외국차와 협력이 어려워지자, 양사 합병으로 새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닛산, 혼다 등 외국 브랜드와 합작사를 운영하는 둥펑차는 외국차와 합작사에 나오는 차량이 전체 매출의 80% 안팎을 차지한다. 둥펑차는 기아와 합작사를 운영하다 20여 년 만인 2021년 결별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중국 완성차가 글로벌 10위 안에 들어간 세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023년 볼보와 폴스타 등 프리미엄 완성차를 보유한 지리자동차가 세계 1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으며 지난해는 BYD가 382만대를 판매해 9위에 올랐다. 동풍자동차는 중국에서 푸조-시트로엥, 혼다, 닛산 등과 합작사로 판매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21년까지는 기아와 합작사를 운영했다. 창안자동차는 포드, 마쓰다 등과 합작사로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인 디팔과 아바타 등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혼다, 닛산과의 합병은 무산, 독자 생존의 길로
한편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닛산과의 합병 무산으로 '독자 생존'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혼다는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자체적인 노력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10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혼다는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전기차 개발, 생산, 조달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려 했다. 하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혼다는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혼다의 영업이익률은 2.4%로, 토요타(8.2%)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혼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 효율적인 경영 전략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혼다는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만 판매하고, 2030년까지 10조 엔을 투자해 전기차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닛산과의 합병 무산으로 혼다는 자체적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는 토요타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수 있다. 토요타는 이미 전기차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혼다는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려 했지만, 합병 무산으로 토요타와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다만 혼다의 오토바이 사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자동차 사업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혼다는 오토바이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17%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