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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오픈AI에 300억 달러 베팅 AI 시장 공략 노리는 ARM과 시너지 창출 전망 "투자 실패 사례 쌓였는데" 일각에서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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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 배를 탄 양 사가 본격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시너지를 고려해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소프트뱅크-오픈AI, 같은 배 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총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 투자 라운드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 리드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소프트뱅크가 300억 달러(약 43조원)를 투자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나머지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나눠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오픈AI는 3,000억 달러(약 43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4개월 전 자금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1,570억 달러)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한 5,000억 달러(약 725조원)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로, 오픈AI,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주도하에 AI 합작 회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데이터센터 등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ARM과의 시너지 고려했나
소프트뱅크가 AI 분야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산하 기업 ARM과 AI 산업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ARM은 애플·엔비디아·퀄컴·미디어텍·삼성전자 등 고객사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할 뿐 직접 칩을 제조하지는 않았다. 반도체 업계의 '중립 지대'를 지키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ARM의 경영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은 ARM이 반도체 설계 로열티를 인상하는 장기 전략을 추진했으며,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ARM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IP 침해 소송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문서 등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피카소’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연간 스마트폰 관련 매출을 10억 달러(약 1조4,450억원)가량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실현을 위해 ARM은 향후 최신 컴퓨팅 아키텍처인 ‘Armv9’을 사용하는 반도체 설계에 대한 로열티를 최대 300%까지 인상하고, 엔비디아, 퀄컴 등의 팹리스 기업처럼 자체 칩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더해 ARM은 AI 칩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이는 손 회장의 '10조 엔(약 95조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ARM을 중심으로 10조 엔을 투자해 AI 관련 사업 영역을 확대, 소프트뱅크를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ARM은 2025년 봄 AI 칩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 해 가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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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의 투자 실패 전례
한편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공격적인 AI 분야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투자 실패 사례가 누적되며 손 회장의 투자 역량에 대한 시장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손정의 회장이 10억 달러를 투자한 실리콘밸리 건설 스타트업 카테라는 2021년 파산했다. 2020년에는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를 투자한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지난 2023년에는 소프트뱅크가 베팅한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파산하며 손정의 회장이 137억 달러(약 18조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위워크는 한때 월가에서 주목받는 유력 스타트업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무실 공유 수요가 급감하고 사업 모델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전환사채를 조달한 미국의 유전자 검사 기술 개발 업체 ‘인바이테’ 역시 지난해 2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인바이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유의미한 수익 창출에 실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이와 관련해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유전자 검사는 '일회성'이다”라며 “인바이테 같은 사업 구조를 보유한 기업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