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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SSG닷컴 쓱페이·스마일페이 품는다 "M&A만으로 뚫긴 어려워" 피 튀기는 간편결제 시장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금융당국 제재도 변수

카카오페이가 SSG닷컴으로부터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탄탄한 이용자층을 흡수, 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시장 경쟁자들을 추격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 자체가 꺾인 만큼,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지 않으면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효과가 미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SG닷컴, 쓱페이·스마일페이 처분에 '박차'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올해 초부터 카카오 측과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을 논의 중이다. 양측은 매각 가격을 2,800억원 수준으로 정하는 등 구체적인 가격 협상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SSG닷컴이 지난 2023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을 진행할 당시 기업가치가 7,000억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SSG닷컴은 쓱페이·스마일페이의 몸값을 낮춘 데 더해 사업 구조 자체를 인수 가능성이 높은 형태로 재정비하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SG닷컴 간편결제사업부는 오는 7월 1일 물적분할을 통해 '플래티넘페이먼츠'라는 이름의 신설 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이 법인은 분할과 동시에 SSG닷컴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독립 법인을 설립해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과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물적분할 배경을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번 물적분할이 사실상 매각 재추진을 위한 구조 개편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커머스 기능이 있는 쓱페이·스마일페이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주 이용률 빈도는 낮지만, 이용자가 약 2,500만 명에 달해 카카오페이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간편결제업계, 상황 예전같지 않아
차후 관건은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가 치열한 간편결제 시장 경쟁을 뚫을 수 있을지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금액은 지난해 기준 9,594억원에 달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로부터 일평균 4,814억원, 휴대전화 제조 회사(삼성페이·애플페이 등)로부터 일평균 2,443억원, 금융회사(카드사·은행 등)로부터 일평균 2,337억원의 이용 금액이 발생했다. 전자금융업자가 간편결제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간편결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자금융업자는 총 40개에 이르며, 이 중 '빅3'로 꼽히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 빅3의 지난해 매출액은 네이버페이 1조6,473억원, 토스페이 8,196억원, 카카오페이 7,662억원순으로 많았다. 이커머스와 연동돼 있는 네이버 및 카드사와 손을 잡은 토스가 약진하고, 카카오페이는 피 튀기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 둔화 흐름 역시 카카오페이에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은이 발표한 '2024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지급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액은 약 9,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30.5%, 2023년 16.9% 등 두 자릿수에 달하던 이용액 성장률이 지난해 들어 대폭 둔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 포화와 차별화된 서비스 부족, 수수료 문제 등 악재가 누적되며 시장 성장 동력이 약화했다"며 "카카오페이가 M&A를 통해 덩치를 불린다고 해도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사실상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철퇴' 목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거래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금융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4,0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이용자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애플의 서비스 이용자 평가를 위해 알리페이에 제공했다.
전송된 개인정보에는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자금 부족 가능성과 관련된 정보(충전 잔고 등) 총 24개 항목이 포함됐다. 2018년 4~7월 총 3회에 걸쳐 넘어간 개인정보는 누적 542억 건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위로부터 과징금 59억6,800만원을 부과받았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역시 15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최종 심의를 맡긴 상태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에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 M&A를 추진하면 상당한 부담이 따라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당국의 압박을 우려한 카카오가 정권 교체기를 노리고 M&A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IB 관계자는 "카카오는 윤석열 정부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구속되는 등 각종 고초를 겪지 않았나"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자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M&A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