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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로 세계 해상풍력 장악한 중국, '국가안보 위협' 경고에도 견제 장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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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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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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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中 풍력업체 안보 위협·불공정 경쟁 우려 확산
저가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 유럽 점유율 하락
韓 낙월해상풍력, 中 기업 불법 선박 투입에 안보 경고등

중국 해상풍력 기업들을 둘러싼 국가안보 위협 경고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견제 장치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기업가가 설립한 업체의 프로젝트에 대해 국방연구소가 직접 나서 전력망 마비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아직도 실질적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한국 역시 안보 논란에도 중국 국영기업의 2조원 규모 프로젝트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각국의 안보 우려가 경제적 현실 앞에서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270MW 프로젝트, 중국發 안보 경고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프쇼어매거진에 따르면 독일국방전략연구소(GIDS)는 지난 1월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이 독일 핵심 해상 기반시설에 참여하면 심각한 보안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견제 장치 마련이나 프로젝트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실제 독일 정부는 국방연구소의 보안경고 이후에도 독일 북해에 지을 ‘워터칸트(Waterkant) 프로젝트’를 공식 중단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독일 경제부는 이달 5일 "2035년까지 해상풍력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 2030년까지 영구자석의 30%를 중국 외 대체 공급망에서 조달 △ 2035년까지 영구자석의 50%를 중국 외 대체 공급망에서 조달 △ 호주, 일본 등 우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워터칸트 프로젝트 중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GIDS가 제안한 국가조달법과 해상풍력에너지법에 따른 계약 배제 조항 검토는 구체적 법안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항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nBW와 RWE 등 독일 에너지 기업들은 중국산 배제를 반대하며 "2030년 30기가와트(GW) 해상·115GW 육상풍력 목표 달성을 이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65%를 차지한 상황에서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으로 진출하는 중국 풍력업체의 견제 움직임이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 中 불공정 무역에 강경 대응 "청정에너지 분야 장악 차단"

독일의 우려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중국 풍력기업 견제 움직임 중의 하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들이 국가 보조금을 통해 불공정한 경쟁을 벌인다는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은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5개국의 풍력단지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들이다.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에서도 이미 중국 기업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했으며, 노르웨이는 최근 밍양(Mingyang)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을 거부했다.

EU 집행위는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풍력터빈 공급 업체가 받는 보조금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위원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경쟁력을 잃은 유럽 태양광 패널 사업을 언급하며 “유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중 3% 미만이 유럽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태양광 패널에서 일어난 일이 전기차, 풍력, 반도체 등에서 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심각하게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토 에너지 안보 연례 원탁회의에서 유럽풍력협회(WindEurope) 대표 길스 딕슨(Giles Dickson)은 "유럽은 해상풍력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및 데이터 보안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현대 풍력터빈에는 300개의 센서가 있다. 이러한 센서의 데이터는 유럽과 우호국에서만 저장되고 분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나토 외무장관들도 "러시아와 중국 모두가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에너지 협박 행위로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회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성토했다.

독일과 유럽이 중국 기업과 협력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현실이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앞으로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해상풍력 설비 보급 시장에서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컨설팅 기관 우드 매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밍양은 세계 5위 풍력터빈 제조사로, 9%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반면 유럽 기업들의 전체 점유율은 2018년 55%에서 2022년 42%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산 터빈은 유럽 경쟁사보다 50% 낮은 가격에 후불 결제 등 경쟁력을 갖춰 독일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이에 독일 에너지 기업들은 중국 제품을 빼면 정부의 풍력발전 확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 영광 낙월해상풍력사업에 설치된 항타·시공 건설장비 ‘순이(ShunYi) 1600호’/사진=낙월해상풍력

中 시공사, 韓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바지선 불법 투입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에너지건설유한공사(CEEC)는 전남 영광군 낙월도 근처 바다에 짓는 365메가와트(MW) 규모 프로젝트인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105억 위안(약 2조원)에 이른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와 올해 뽑은 해상풍력 지원 사업 9개 중 8개가 외국산 터빈을 쓸 예정이며, 이 중 2곳이 중국산이다. 국내 기업인 유니슨은 중국 밍양과 합작법인을 세워 10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시장에서 25% 이상 점유율 목표를 세웠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유럽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우리 정부는 2030년 18.3GW, 2038년 40.7GW의 풍력발전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90MW에 그친다. 해상풍력 발전 건설비는 원자재값 오름 등으로 현재 1GW마다 7조원으로 올라선 상태로,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으로 100조원 이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결국 가격 중심의 입찰 방식을 유지하고 중국 제품에 대한 제한이 없다면 중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에서도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낮추고 중국 의존도를 높여 결국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보에 있어서도 불안 요소가 크다. 올해 초 낙월해상풍력 현장에 중국 국적의 대형 크레인 바지선 ‘순이(ShunYi) 1600호’가 불법으로 투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순이 1600호는 길이 123.6m, 폭 58m, 무게 2만9,896톤(t)에 달하는 대형 선박으로, 풍력발전기 하부구조 설치 작업을 수행 중이다. 국내 법에 따르면 외국 선박이 국내 항로에서 화물 운송 및 건설 작업에 참여하려면 해양수산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중국 시공사 측은 해당 선박을 ‘건설장비’로 신고해 절차를 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순이 1600호가 기항이 불가능한 불개항장에 정박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불법으로 판단해 해경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현재 관련 업계와 참여 업체 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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