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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인천공장, 8월까지 생산 중단 포스코·현대제철, 지난해부터 줄줄이 공장 폐쇄 발표 올해 조강 생산량 6,000만 톤대 초반까지 하락 전망

동국제강이 1954년 창사 이래 71년 만에 처음으로 셧다운(폐쇄)을 발표했다. 국내 건설 경기가 가라앉으며 철강 제품 수요가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생존을 위해 생산량 감축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동국제강의 생존 전략
26일 동국제강은 7월 22일부터 인천공장 압연공장 및 제강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생산 재개 예정일은 8월 15일이다. 인천공장은 동국제강 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으로, 전기로 2기와 압연 라인 2기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220만 톤(t)의 철근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 중단 사유로는 '공급 과잉 해소'가 꼽혔다. 동국제강은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전방 산업 수요 감소로 작년 공장 가동률을 60%로 감축한 데 이어, 올해 초 50%로 낮췄다"며 "이후에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한 달여간 가동률을 0%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며 시장의 철강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수요 위축 흐름은 철근 가격 변동 추이를 통해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직경 10㎜ 철근의 톤당 유통가는 작년 10월 말 75만원에서 12월 말 67만원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69만원, 2월 67만원, 3월 68만원 선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제철 인천공장 셧다운이 이뤄지고 공급이 줄면서 73만원 선으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5월 들어 재차 상승세가 꺾였다. 철근 제품의 원가는 평균 70만원 중반으로, 유통가가 80만원대는 돼야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멈춰서는 철강 공장들
동국제강 외에도 다수의 철강 기업이 생산량을 감축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1위 업체인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 1제강공장의 문을 닫았으며, 같은 해 11월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당시 포스코 측은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등으로 날로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이루기 위한 결정”이라고 공장 폐쇄 배경을 밝혔다.
같은 달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폐쇄 계획을 공개했다. 포항 2공장은 연간 제강 100만 톤과 압연 7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현대제철 연간 철강 물량의 약 5%를 책임져 왔다. 다만 해당 안은 노사 협의 과정에서 무산됐으며, 현대제철은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4조 2교대에서 2조 2교대로 축소 운영을 결정했다.
핵심 기업들이 줄줄이 생산을 축소하며 지난해 철강 생산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연간 쇳물 생산량은 6,350만 톤으로, 지난해 6,670만 톤 대비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총 조강 생산량 감소폭이 0.8%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파른 하락세다.
올해 업황 전망도 '먹구름'
철강 생산량 감소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1,550만 톤으로 집계됐다. 1분기 조강 생산량이 1,600만 톤 밑으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1,368만 톤)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체 조강 생산량이 6,000만 톤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불구, 조강 재고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판매량이 감소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올 1~2월 조강의 내수 판매량은 19만6,5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5,600톤)과 비교해 33.5% 감소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내 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5,000만 톤(연간) 명목 소비가 작년 붕괴된 후 올해는 최저 수준에 달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 여건 역시 좋지 않다. 미국이 3월 12일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그간 쿼터제 적용을 받던 국내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된 탓이다. 미국의 철강 관세 시행 첫 달인 지난 3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4,000만 달러(약 4,74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이에 더해 일본 등 주력 수출국 대부분이 시장 방어에 나선 상황인 만큼 수출처 다각화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