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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印서 8,800억원 '벌금 폭탄', 반도체 생산공장 설립 압박으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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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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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임원에 총 6억100만 달러 세금·벌금 부과
통신장비 수입할 때, 관세 회피하려 허위신고
삼성전자 항소 "법 해석 차이, 부품으로 봐야"

삼성전자가 인도 정부로부터 6억100만 달러(약 8,800억원)의 세금 추징과 벌금 부과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통신장비 부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 규정을 어겼다는 게 인도 정부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도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쓰는 만큼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印 "관세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 분류"

15일 반도체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4일 인도 뭄바이 관세·소비세·서비스세 상소법원에 인도 세무당국이 부과한 세금 추징과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인도 세무당국은 지난 3월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를 수입하면서 관세를 회피했다며 총 6억100만 달러의 세금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삼성전자에는 5억2,000만 달러(약 7,411억원) 상당의 미납 세금과 벌금을, 인도법인 임원 7명에게는 총 8,100만 달러(약 1,15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품목은 소형 라디오 주파수 회로 모듈 '리모트 라디오 헤드(RRH)'로 4세대 이동통신(4G) 기지국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의 4G·5G 네크워크 구축 사업을 지원하며 RRH 등 장비를 인도에 공급해왔다. 일부 부품은 인도 현지에서 생산했으나, RRH 등 핵심 부품은 한국과 베트남에서 제조해 인도에 수출하는 구조였다. 2017년까지는 릴라이언스지오가 직업 RRH를 무관세로 수입했고 2018년부터는 삼성전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수입을 이어왔다.

그러나 인도 세무당국은 RRH가 단순 부품이 아니라 신호 송수신 기능을 갖춘 완제품에 해당한다며 관세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도는 통신장비 부품에는 관세를 면제하지만, 완제품에는 20%의 관세율을 적용한다. 세무당국은 삼성전자가 완제품을 들여오면서도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품'으로 허위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인도 세관도 네트워크 장비에 대해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코드(HS Code)로 신고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됐으며, 이로 인해 실제 납부해야 할 관세보다 수백억 루피를 덜 냈다고 주장했다.

삼성 "통신장비 아닌 부품, 관세 부과 대상 아냐"

삼성전자는 인도 세무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차 측은 릴라이언스 지오가 2017년까지 3년 동안 동일한 장비를 관세 없이 수입해 온 관행이 있고, 인도 당국 역시 이 사실을 충분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장에 따르면 2017년 릴라이언스 지오가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세무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나 이 사실을 삼성전자에 알리지 않았고, 세무당국 역시 삼성전자에 아무련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품목 분류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RRH는 신호 송수신 기능을 갖춘 완제품이 아니라, 4·5G 기지국의 핵심 부품"이라며 "그동안 RRH는 인도 현행 법령과 관세 규정에 따라 무관세 품목으로 인정받아왔으며, 과거에도 대기업이 수입할 때 관세가 면제됐던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인도 세무당국이 충분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처분을 내리는 등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처분이 비단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겪는 법 해석과 관행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인도에서 소송을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소송 역시 2030년이 돼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과된 관세와 과징금을 실제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장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승소한 사례도 많아 삼성전자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생산공장 유치 위해 관세·과징금 압박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과거부터 외국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소급 적용하거나 과도한 과징금을 매기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 정부와 14억 달러(약 1조9,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인 폭스바겐을 포함해 기아자동차(1억5,500만 달러), BYD(837만 달러) 등도 유사한 이유로 세금과 과징금 폭탄을 맞은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세금·과징금 분쟁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 집권과 동시에 추진해 온 핵심 경제 정책인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와 무관하지 않다. 인도 정부는 통신,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높은 관세를 적용해 수입보다는 현지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의 완전 분해형 유닛(CKD)에는 30% 안팎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개별 부품은 10% 안팎의 낮은 세율이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1년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 유치 프로그램 '인도반도체미션(ISM)'을 발표했고 지난해 말에는 인도 최초의 자체 반도체 칩 생산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인도 현지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미 지난 2022년 삼성전자에 직접 반도체 생산공장 건립을 요청하며 필요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인도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현지 인프라가 열악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제조 기반을 갖추기에는 제약이 많아서다. 더불어 아직 인도 반도체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고도화된 선단 공정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요와도 괴리가 크다. 다만 최근 NXP,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인도에 투자하며 시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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