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해외시장 선점 노린 전선업계 1·2위 특허 싸움, 2심도 LS전선 勝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관련 2심 판결
LS전선 일부 승소, 법원 “15억원 배상”
본게임은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건
LS전선이 생산하는 버스덕트 제품/사진=LS전선

국내 전선업계 1, 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LS전선이 승소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LS전선이 승소하며 특허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번 소송은 양사 간 지속적인 법적 분쟁의 일환으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 의혹을 두고도 맞서고 있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이 독점해 온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형세다.

LS전선, 버스덕트 소송 2심도 승소

14일 법조계와 전선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전날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 대한전선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한전선이 LS전선에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선고를 파기하고 배상액을 15억여원으로 높였다.

이번 소송은 2019년 8월 LS전선이 '대한전선이 제조·판매하는 버스덕트(Busduct)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LS전선은 2007년 조립 정확성과 작업 효율성이 개선된 3세대 버스덕트를 출시해 특허를 취득했고, 이듬해 한 하청업체에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겼다. 그런데 이 하청업체에 다니던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뒤부터 대한전선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소송 과정에서 LS전선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고 자체 기술력만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측은 “미국과 일본 등에는 조인트키트와 관련해 이미 많은 선행 특허가 존재하며, LS전선의 특허는 이 선행 발명을 단순 변경한 것에 불과해 신규성이 결여돼 있다. 또 특허는 특허청 공식 사이트에서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대한전선이 협력업체 직원을 통해서 해당 기술을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1심에서 LS전선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전선의 제품 판매는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므로 보유 중인 해당 제품을 폐기하라”고 명시하면서 LS전선이 청구한 피해 금액 40억원 중 12%에 해당하는 금액(4억9,623만원)을 대한전선이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LS전선은 배상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소했다.

LS전선 동해공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는 모습/사진=LS전선

포화된 국내 시장, '글로벌 진출' 필수 과제로

양사의 갈등은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장 큰 원인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 있다. 국내 전선시장은 전력 및 통신망 설비구축이 대부분 완료되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전력선 시장은 이미 전력망 확충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 생산 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어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선 생산량은 전선 소재인 나동선의 생산량을 통해 시장 규모를 추정하는데 국내 나동선 생산량은 2004년 약 83만 MT(메트릭톤)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전선 산업의 성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가 한계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정체는 결국 전선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중요한 사업 분야는 해저케이블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해상풍력 발전 증가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늘고 있다. LS전선은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Prysmian), 프랑스의 넥상스(Nexans), 스위스의 ABB 등이 과점했던 해저케이블 시장에 국내 최초로 진입했다. 2009년 진도~제주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대한전선은 2022년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1공장을 착공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1공장은 올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고, 2공장은 2027년 가동이 목표다. 그러나 대한전선이 공사 중인 이 해저케이블 1공장이 논란의 장소다. 대한전선은 1공장의 설계를 A건축사무소에 맡겼는데, A사무소는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회사다.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기술자료가 대한전선에 넘어갔다는 것이 LS전선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양측 모두 강경 태세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한전선은 "혐의가 없다고 판명되면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맞받았다. 혐의를 받고 있는 A건축사무소 역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사는 "당사는 공장 건축물 설계만 담당하는 건축설계사고, 해저케이블 설비나 생산설비의 설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LS전선의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모듈/사진=미국 캘리포니아북부연방법원

LS전선-애플 특허소송, 합의로 가닥 잡나

한편 LS전선은 애플을 상대로도 특허분쟁을 제기한 상태다. LS전선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무선충전 특허로, 발명의 명칭은 '무 접점 충전 배터리 및 충전기, 이들을 포함하는 배터리 충전세트 및 충전제어 방법(이하 568 특허)'다. 해당 특허의 패밀리 특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출원(신청)·등록됐다.

LS전선은 애플의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등 여러 제품이 568 특허의 청구항(권리범위) 7항과 또 다른 청구항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허 청구항은 모두 58개로, 해당 기술이 2011년 미국 특허로 등록될 당시에는 청구항이 24개였는데 2021년 LS전선이 보충심사(Supplemental Examination)를 신청하고 2023년 미국 특허상표청이 재심증명서(Reexamination Certificate)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청구항이 58개로 늘었다. 기존 청구항 24개도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재심증명서를 통해 특허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고 권리범위를 구체화하기 때문에 이는 특허분쟁이나 라이선스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

LS전선은 애플이 지난 2017년 무선충전 패드인 에어파워를 공개했지만 발열 문제 때문에 에어파워 출시 계획을 철회했는데, 이후 애플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LS전선의 568 특허를 무단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LS전선은 2019년에 이미 애플에 공식 서한을 통해 침해 사실을 통보했으나 이후로도 문제가 지속돼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현재 LS전선은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및 애플 제품 판매 금지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LS전선 측 변호인은 "애플이 LS전선의 무선 충전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정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오랜 협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소장을 통해 밝혔다.

다만 양사는 지난달 '대체적 분쟁 해결 절차(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를 신청하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ADR은 정식 재판 없이 조정이나 중재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양측이 합의할 경우 정식 재판으로 가기 전에 조기 종결될 수 있다. 특히 대형 IT 기업과의 특허 소송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ADR 절차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