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퀄컴 3나노 AP 동시 출격, TSMC 쏠림 속 삼성전자 반격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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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티 9500·차세대 스냅드래곤 중국도 도전장→글로벌 경쟁 가속 삼성은 엑시노스 시리즈로 재도약 야심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미디어텍과 퀄컴이 TSMC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된 신제품을 동시 공개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중국 샤오미까지 자체 개발한 3나노 칩을 선보이며 시장 다변화를 가속하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2나노 공정 기반 엑시노스2600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안정적 수율 확보 여부가 생존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오는 22일 차세대 모바일 AP ‘디멘시티 9500’을 공식 발표한다. 비슷한 시기 퀄컴 역시 연례 기술 행사인 ‘스냅드래곤 서밋 2025’를 개최하고 최신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 칩은 앞으로 1년간 애플의 A19 프로, 그리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과 최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엑시노스 2600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개가 유력해, 글로벌 AP 시장은 3파전 구도로 전개되는 형세다.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500은 ARM의 최신 루멕스 플랫폼을 토대로 C1 시리즈 코어와 12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는 등 하드웨어 사양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구성은 4.21GHz 초고성능 코어 1개, 3.50GHz 고성능 코어 3개, 2.7GHz 효율 코어 4개 등으로 짜였고, 연산 성능은 100TOPS급 NPU로 확장됐다. 메모리 지원은 LPDDR5X 10,667Mbps, 저장장치는 UFS 4.1 규격을 채택했다. 차세대 통신 규격인 5G, 와이파이7, 블루투스6.0까지 지원하며, 오포와 비보 등 중국 제조사 플래그십 모델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퀄컴은 5세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앞세워 자체 CPU 아키텍처 오라이온과 개선된 아드레노 GPU를 내세웠다. 주력 코어는 최대 4.6GHz, 갤럭시 특화 버전에선 4.7GHz까지 끌어올린다. 초기 탑재 단말은 샤오미 17 시리즈로 확정됐고, 갤럭시 S26 울트라에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성능 수치는 벤치마크에서 싱글코어 3,393점, 멀티코어 1만1,515점, 안투투 420만 점 등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양사의 신형 칩이 모두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는 점은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첨단 공정 수주를 누가 독점하느냐가 향후 경쟁 구도를 바꿀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TSMC가 5나노 이하 AP 제조에서 87%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며 “내년에도 애플·퀄컴·미디어텍의 2나노 제품까지 TSMC가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 2나노 공정 기반 엑시노스 2600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삼성전자는 초기 물량에서 열세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샤오미도 중국 최초 3나노 AP 출시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마저 갈 길 바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샤오미는 자사 최초의 3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AP ‘XRING 01’을 정식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에 이은 세계 네 번째로 자체 모바일 칩 상용화로, 2017년 첫 도전작 ‘서지 S1’이 시장에서 실패했던 전례를 딛고 재도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업계는 샤오미의 출사표를 단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화 전략 속에서 기술 자립을 실질적으로 가속한 사례로 받아들였다.
XRING 01은 TSMC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다. 샤오미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인공지능(AI) 특화 칩에 집중돼 소비자용 모바일 칩에는 아직 제약이 적다는 점을 활용, 첨단 공정을 확보했다. 내부 사양은 ARM 아키텍처 기반 CPU는 8코어 혹은 10코어 트라이클러스터 구조로, 최신 Cortex-X925 코어와 Immortalis-G925 GPU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해당 모델의 연산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8 Gen 2세대를 상회한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처음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칩셋 경쟁의 전면에 나선 신호로 읽혔다.
샤오미의 강한 의지는 프로젝트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현지 보도에 의하면 XRING 01은 개발 인력만 1,000여 명이 투입됐고, 이 중에는 퀄컴 출신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적극적 움직임으로 샤오미는 지난해 일찌감치 3나노 칩셋의 테이프아웃(설계 완료)을 마쳤다. 애초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통신칩 부문에서 미디어텍이나 유니SOC 모뎀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샤오미는 CPU·GPU에서 독자 설계를 이뤄내며 ‘자체 칩 개발사’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샤오미의 행보는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급력을 미친다.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기조와 맞물려 향후 중국산 스마트폰에서 자체 AP 채택 비중이 확대된다면, 글로벌 생태계는 기존 퀄컴·삼성·애플 삼각 구도에 추가적인 변수를 안게 된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무기로 한 샤오미의 전략이 퀄컴의 아성을 흔드는 것은 물론, 삼성에도 2나노 엑시노스 2600 성공 압박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생존 분수령 ‘안정적 수율 확보’
시장의 이목은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600 2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로 쏠린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 말부터 엑시노스2600의 양산을 시작하며, 내년 초 갤럭시 S26 시리즈에 해당 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세계 최초로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첫 모바일 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업계가 평가하는 안정적 수율 기준인 60% 도달은 여전히 불확실해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AP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600을 통해 압도적인 성능을 구현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실제 긱벤치 시험 결과에서 엑시노스2600은 싱글코어 3,309점과 멀티코어 1만1,256점을 기록해 전작 엑시노스2500 대비 약 35% 개선된 성능을 자랑했다.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에서 신형 ‘히트 패스 블록(HPB)’ 솔루션을 도입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모바일 탑재 환경에서 이러한 성능이 입증된다면,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따라잡지 못했던 퀄컴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엑시노스2600으로의 복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삼성전자는 발열 및 수율 이슈로 갤럭시 S23과 S25에 퀄컴 AP를 전량 탑재한 바 있다. 이번 S26 시리즈에 자사 칩을 다시 적용하면, 2년 만에 주력 라인업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곧 원가 절감으로 연결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스마트폰(MX) 사업부 AP 원재료 비용은 7조7,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는데, 대부분이 퀄컴 조달분이었다. 이는 자사 칩 활용이 설계 경쟁력 회복의 발판인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엑시노스2600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반의 재도약과 직결된다. 양산 안정성이 확보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신뢰 회복은 물론, 테슬라향 AI 칩과 애플 이미지센서 등 최근 따낸 수주와 함께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수율 문제로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AP 사업은 다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번 2나노 엑시노스2600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반의 향방을 결정짓는 시험대로 여겨지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