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추격·글로벌 관세 압박에 수익성 흔들” LG전자, 희망퇴직 全사업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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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에 최대 3년치 연봉 등 지급 3분기 실적 부진 우려 ‘인력 효율화’ 美 관세 여파, TV-생활가전 부진 탓

LG전자가 전체 사업부에서 만 50세 이상 직원과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관세 부담에 더해 중국발 저가 공세로 TV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전사 차원에서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조직 슬림화 단행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적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법정 퇴직금 외에도 근속연수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최대 3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최대 2년 치의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한다. 대상은 HS사업본부(생활가전), MS사업본부(TV), VS사업본부(전장), ES사업본부(냉난방공조) 등 전체 사업본부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MS사업본부에서 희망퇴직을 먼저 시행했다. MS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유일하게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MS사업본부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다른 조직에서도 인력 선순환의 필요성을 검토했다”며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中 공세에 관세 부담까지
LG전자가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2023년 이후 2년 만으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실적 부진 위기감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 중 중국 업체 3곳의 합계 점유율(35.9%)이 LG와 삼성(29.7%)을 넘어섰다. 단순 가격 공세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에서도 빠른 추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LG전자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0조7,351억원, 영업이익 6,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2%, 46.54% 감소한 수치다. 생활가전과 전장사업은 성장했지만 TV와 IT 수요 둔화 등이 수익성을 크게 훼손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실적을 두고 ‘어닝쇼크’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해 전체 이익 전망도 어둡다. 증권업계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이 2조6,834억원으로 작년(3조4,197억원)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0.6%→3.90%’. 2020년 10%가 넘었던 LG전자 영업이익률은 불과 4년만인 지난해 3%대로 뚝 떨어졌다. 하락세는 올해(3.04% 추정)도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도 부담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멕시코까지 철강·가전에 최대 50%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1,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매출에서 TV 패널 비중이 20%에 달한다. LG전자의 TV 적자가 패널 사업에도 직격탄을 준 셈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IT기기·차량용 패널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TV·가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구조적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반기 '질적 성장'으로 위기 돌파
LG전자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끝나는대로 본격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전자는 하반기에도 비우호적인 대외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고 △전장, HVAC 등 B2B △웹OS, 구독 등 논-하드웨어 △D2C 등으로 대표되는 '질적 성장' 영역에 더욱 집중하며 사업의 펀더멘털을 견고히 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HS사업본부는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구독 사업 강화 및 온라인을 활용한 D2C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미국 관세 대응 차원의 원가경쟁력 개선 등 수익성 확보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물류비 부담은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비용 투입 최적화 노력을 병행하며 수익성 확보를 추진한다.
MS사업본부는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한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도국) 지역 공략을 가속화한다. 또한 게임, 예술 등 다양한 신규 콘텐츠 확대해 웹OS 플랫폼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S사업본부는 하반기 고효율 제품으로의 교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라인업을 확충하며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상업용 공조시스템과 산업·발전용 냉방기 칠러의 역량을 강화하고 AIDC(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액체냉각 솔루션 사업 역량도 구축해 사업기회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