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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으로 혁신 앞당긴 中 기업들, 이번엔 ‘반부패’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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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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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채용 비리 관련 대규모 해고
시장 입지 확보, 개방형 혁신에 방점
韓 경직된 규제에 ‘극과 극’ 성적표

중국 기업들이 채용이나 업무 수행 중 비리를 저지른 직원들을 상대로 칼을 빼 들었다. 최근 기업·국가 간 혁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투명한 경영을 위해 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개인 간 관계에 기반한 ‘꽌시(关系)문화’가 사회의 한 축을 지탱했던 과거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中 산업계 뒤덮은 반부패 물결

13일 차이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10일 내부 공지를 통해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일부 책임자가 직접 대리시험을 보거나 대리시험을 알선한 사례, 응시자에게 문제를 유출한 사례 등이 파악됐다”며 “관련자들을 해고하고, 이들에게 불법 이익 반환과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채용 비리에는 정규직 72명과 파견직 19명 등 최소 91명의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채용이 벌어진 곳 가운데 하나인 화웨이 청두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 내 데이터 저장 부서가 주요 타깃이었으며, 전체 직원 100여 명 가운데 퇴직이나 문책을 당한 사람이 62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차이신은 “화웨이 역사상 가장 큰 집단 처벌”이라고 표현했다.

부패 척결에 열을 올리는 중국 기업은 비단 화웨이 만이 아니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한 해에만 비리에 연루된 353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이 가운데 39명을 사법당국에 넘겼다. 바이트댄스는 해고된 직원들이 악의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해친 것으로 판단해 업계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과거 부여한 스톡옵션까지 취소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도 지난 1월 공금횡령과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직원 100명 이상을 해고했다. 또 해당 사안에 관련된 37개 기업을 ‘문제 있는 업체’로 특정해 향후 협력을 제한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내부적으로 △사기 △허위사실 △뇌물수수 △기밀 유출 △부당경쟁 등 6가지를 금기하는 ‘텐센트고압선’이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중국 산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 보면, 반부패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차이신에 의하면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800개 기업 중 반부패 제도 정보를 공개한 기업의 비율은 2020년 19.4%에서 지난해 67.1%로 47.7%p 증가했다. 반부패 제도 처리 결과를 공개한 기업 비율도 같은 기간 21.8%에서 85.1%로 63.3%p 늘었다.

산업계의 변화에 중국 사법당국도 반색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경제도시인 상하이의 인민검찰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업의 부패 방지 실무 가이드’를 발표하고 부패 방지 관리 및 예방, 위험 평가, 조사 및 처분, 교육, 형사 고발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많은 기업이 관련 법률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자체적으로 부패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판단에서다. 사법당국은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반부패 시스템 표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화웨이 ‘지속 가능한 변화’ 강조

시장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화웨이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사법당국보다도 한발 앞선 화웨이의 움직임이 많은 개도국 기업에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화웨이는 혁신에 방점을 찍은 2009년을 기점으로 매서운 상승세를 그렸고, 2012년에는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 업체로 우뚝 섰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쓴 결과다.

화웨이는 다음 세대로의 이동을 위해 개방형 혁신과 기업 간 협업 확대를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협력적인 디지털 포용성 프로젝트가 소외된 지역 사회에 적절한 기술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1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5’에서 켄후 화웨이 순환 회장은 “디지털 기술과 파트너십이 사람과 지구를 위한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세계에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와 ICT 업계가 협력 플랫폼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포용적인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더 많은 기술 기업이 개방형 혁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자체적으로 장기 이니셔티브 테크포올(TECH4ALL)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된 TECH4ALL을 통해 화웨이는 케냐 청소년 6,000여 명에게 교육을 제공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손잡고 11개국에서 진행된 13개 자연 보호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화웨이가 기술의 발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과 자연 보호를 재정의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권위주의와 시장 경제의 이례적 공존

전문가들은 치열한 시장 경쟁이 중국 기업들의 혁신을 앞당겼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자체는 공산당 체제의 권위주의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포화 상태에 놓인 기업들로선 생존을 위해 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혁신을 뒷받침할 만한 자원과 다양한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도 권위주의 속 시장 경제의 활성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한국경제학회장은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예를 들며 “시장 후발 주자의 한계는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내놔도 더 싸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그런데 딥시크는 성능은 끌어 올리고 가격은 낮추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바로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며 “이미 중국에서는 딥시크와 비슷한 사례들이 제조업 분야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대 이후 대기업의 생산성조차 정체되는 등 혁신 역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율이 4%가 넘을 정도로 투자는 꾸준하지만, 그 성과는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 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짙은 만큼 섹터별·품목별 경쟁의 양상에 따라 세분화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생산성을 억제하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 유례없는 초강력 주 52시간제, 한 번 고용하면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된 노동법 등이 혁신의 핵심과도 같은 속도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이 노동을 착취한다’는 낡은 이념과 경직된 규제가 한국과 중국 혁신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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