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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I 아닌 FI가" 청담인베스트먼트 키이스트 인수에 시장 '의문' 청담인베스트 전신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원영식 초록뱀 전 회장과 박근범 아시아금융그룹 회장, 이전부터 친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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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가 손자 회사 '키이스트'의 매각을 본격화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청담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를 통해 청담인베스트먼트를 소유하고 있는 박근범 아시아금융그룹 회장이 원영식 초록뱀그룹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담인베스트먼트, 키이스트 '왜' 샀나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스튜디오스는 산하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청담인베스트먼트와 케이엔티(KNT)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SM스튜디오스와 SM엔터테인먼트재팬이 보유한 지분 33.7%의 매각가는 약 37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매각 주관사는 딜로이트안진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된 이후 시장에서는 키이스트를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가 직접 나서 인수하는 것이 '의외'라는 평이 나왔다. 한 시장 관계자는 "배우 매니지먼트는 수익 다각화가 어려워 FI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는 시너지 창출을 위해 연예·콘텐츠 부문 SI가 키이스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바이오 등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과는 무관한 포트폴리오를 쌓던 청담인베스트먼트와 KNT인베스트먼트가 인수에 나선 것이 의문스럽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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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그룹과 아시아홀딩컴퍼니의 '관계'
이 같은 의문은 키이스트 인수 후보로 등장한 청담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을 살펴보면 일부분 해소된다. 청담인베스트먼트의 원래 이름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로,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컴퍼니의 100% 자회사였다. 지난 2023년 원영식 초록뱀 전 회장은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인 이후 아시아홀딩컴퍼니에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지분 전량을 넘겼고, 초록뱀인베스트먼트는 청담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청담인베스트먼트 지분은 아시아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네오크레마(60%)와 비비씨(40%)가 나눠 갖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아시아홀딩컴퍼니는 박근범 아시아금융그룹 회장과 그 가족이 지분 100%를 지배하고 있다.
아시아홀딩컴퍼니와 초록뱀그룹의 '연결고리'는 청담인베스트먼트 최대주주인 네오크레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오크레마는 창업주였던 김재환 대표의 엑시트(지분 매각)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한 2022년 대주주가 김 대표에서 대호에이엘 등으로 변경됐고, 같은 해 초록뱀플랫폼이 대호에이엘 대신 경영권을 쥐었다. 이듬해에는 청담서머셋이 대주주 자리에 올랐으며 초록뱀플랫폼이 특별관계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아홀딩컴퍼니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시장 곳곳에서 아시아홀딩컴퍼니와 초록뱀그룹 계열사의 이름을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박 회장이 원 전 회장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원 전 회장 밑에서 사채업과 코스닥 M&A 시장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전 초록뱀미디어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원 전 회장과 함께 홈캐스트, 포인트아이(현 엔에스이엔엠), 에너지솔루션(현 HLB생명과학), 루보(현재 상장폐지) 등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청담인베스트먼트의 키이스트 인수에 이 같은 두 사람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 "원 전 회장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0트에 초창기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엔터업계의 큰손"이라며 "엔터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키이스트 인수를 통해 엔터업계로 복귀하며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원 전 회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두 사람 둘러싸고 곳곳에서 '잡음'
다만 일각에서는 키이스트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박 회장과 원 전 회장이 지나간 자리에 수많은 '잡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홀딩컴퍼니 산하 기업인 네오크레마는 대주주 변경 직후 67억원을 들여 청담인베스트먼트 지분 60%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네오크레마 회삿돈이 대주주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청담인베스트먼트의 당시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 네오크레마는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며 지분을 사들였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한 이후 별도 공시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12월 보석 석방된 원 전 회장 역시 시장 재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원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코스닥 상장사 '오션인더블유'의 소액주주들이 원 전 회장의 투자 활동에 제동을 걸면서다. 오션인더블유는 지난 12일 이 모 씨가 법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은 주로 기업의 주주들이 경영진의 부정행위나 부실경영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다.
소송을 제기한 이 모 씨는 오션인더블유가 더 이상 투자조합에 출자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 씨는 "(오션인더블유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투자처에 그 자본금이나 순자산에 비해 턱없이 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주식 전환이나 만기 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션인더블유는 메자닌 방식으로 다방면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1,000억원 규모의 지오릿에너지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51.0%)로 나서는가 하면, 하이츠투자조합과 돌핀에이아이투자조합에 출자해 '엑스큐어'에 대한 150억원 전환사채(CB) 납입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