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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 1,763만 대 BYD 413만 대 판매, 전년比 43.4% 성장 테슬라는 178만 대로 1.1% 역성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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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이 중국 브랜드들의 급격한 성장세에 1,7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전기차 1위 브랜드인 중국 BYD는 40%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2위인 미국 테슬라와의 격차를 배 이상으로 벌렸다. 과거 BYD를 비웃었던 테슬라가 굴욕적인 역전을 당한 가운데, BYD는 딥시크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God’s eye, 천신지안)’을 전 모델에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며 테슬라의 아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 매출 추월한 BYD, 점유율도 2배 앞질러
2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1,763만 대로 전년 대비 26.1% 늘었다. 주요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 대수를 보면 BYD가 413만7,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3.4% 성장했다. SNE리서치는 BYD가 중국 시장에서 쑹(宋), 시걸(Seagull), 친(秦)의 판매량이 늘고 있고, 중국 외 시장에서는 아토3와 돌핀 등의 판매가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테슬라는 전체 판매량의 약 95%를 차지하는 모델3와 모델Y의 판매가 감소했다. 이에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직전 년도에 비해 1.1% 역성장한 178만9,000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BYD와의 격차는 2023년 107만6,000대(1.6배)에서 지난해 234만8,000대(2.3배)로 크게 확대됐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포함한 집계여서 순수 전기차(BEV)만 파는 테슬라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1~11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20.7%를 점유하며 테슬라(13.1%)를 앞질렀던 BYD는 이번 조사에선 점유율을 23.6%까지 끌어올리며, 10.2%를 차지한 테슬라를 2배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뿐만 아니라 BYD는 지난해 매출에서도 테슬라를 제쳤다. BYD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4% 증가한 282억 달러(약 40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252억 달러)보다 30억 달러 많은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BYD가 테슬라의 매출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BYD는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6억3,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자체 제작 배터리로 경쟁력 무장
BYD는 1995년 중국 선전에서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설립한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회사명은 '당신의 꿈을 키워라'(Beyoud Your Dream)'는 영어 문장의 첫 글자를 따왔다. 배터리 사업으로 성장한 BYD는 멈추지 않고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지난 2003년 시안에 있는 국영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사업 초기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느나 왕 회장은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낙관했기 때문에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BYD의 성장에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버핏 회장은 BYD 주식 10%를 2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사들이며 신뢰를 보냈다. 당시 버핏은 BYD의 지분을 매집하면서 "결국 전기차가 대세고 BYD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후 BYD 주가는 1년 만에 1,370%나 급등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난 2020년부터 BYD는 전기차 시장에서 질주를 하게 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BYD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BYD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장악했고, 해외에도 생산 기지를 세우며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 역시 BYD가 테슬라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BYD의 보급형 전기차인 시걸은 중국 내에서 7만3,800위안(약 1,46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22만9,900위안(약 4,540만원)인 테슬라 모델3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 배경엔 자체 개발한 배터리가 있다. 전기차 원가의 30% 상당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판매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 일본 파나소닉 등 해외 배터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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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분야서도 테슬라 턱밑 추격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점령한 BYD는 자율주행 대중화까지 선언하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BYD는 최근 중국 선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 기술 천신지안을 공개했다. 천신지안은 운전자 개입 없이 1,000km 이상을 스스로 달릴 수 있도록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로, 자율 주차 성공률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신지안은 BYD가 출시한 보급형 모델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예상되는 차량 대수는 1,500만 대로, BYD는 1,000만원대 엔트리급 모델인 시걸에도 탑재해 자율주행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테슬라의 풀셀프드라이빙(FSD) 옵션 가격 수준으로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을 낮춘 비결도 '테슬라 비전(Tesla Vision)'과 같다. BYD는 보급형에서는 값비싼 라이다(LiDAR)를 빼고 카메라를 주력으로 했다. 대신 카메라 8개만 쓰는 테슬라보다 훨씬 많은 전방 3개 등 12개에 5개 레이더와 12개 초음파센서까지 추가했다. 운전자 개인 주행도 학습한다. '메모리 파일럿 NOA' 기술이나 자주 다니는 경로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기억시키는 방식으로 복잡한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고급형 모델도 준비했다. BYD는 천신지안을 A부터 C까지 3가지 단계로 나누고, 카메라만 사용하는 C를 비롯해 라이다 1개를 쓰는 B, 그리고 라이다 3개를 탑재해 완전한 자율주행을 추구하는 A까지 각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찌감치 중국에서도 복잡한 도로 사정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라이다가 필수라는 주장이 이어져 왔던 상황으로, BYD는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 가격과 안전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업계는 BYD 기술의 파급력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공공연한 사실로, 스위스 증권사 UBS는 천신지안을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테슬라 비전이 꿈꾸는 라이선스 공급 역시 먼저 실현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BYD는 이번 발표에서 라이선스 사업화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버전별로 구체적인 사양을 정해 놓은 만큼 공급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