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거거익선' 트렌드, 韓 전유물 아닌 中 장점으로 中 물량 공세에 삼성·LG 시장 점유율 하락세 OLED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 강화

세계 TV 시장에서 ‘45%’의 벽이 깨졌다. 2018년 합산 41.1%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이다. 중저가 제품을 넘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까지 중국 기업의 침투가 가속화하면서 찾아온 위기다.
中 TCL·하이센스 점유율, 2020년 13.5%→2024년 22.9%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매출 기준)은 44.4%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28.3%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LG전자는 16.1%로 2위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간 연속 1위, LG전자는 12년 연속 OLED TV 1위를 기록하면서 위상이 건재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2020년 48.4%를 찍은 후 차츰 하락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 상승은 괄목상대 수준이다. 2020년 7.4%에 불과했던 TCL의 점유율은 2024년 12.4%로 뛰어올랐다. 하이센스도 같은 기간 6.1%에서 10.5%로 상승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22.9%로 역대 최고다.
대형 LCD 인기 속 가성비 경쟁서 밀린 국산 TV
이는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더 이상 한국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중국 기업의 장점으로 희석된 여파다. 실제로 LCD 패널의 인기를 떠받친 건 대형 TV의 인기몰이다. TV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형 TV는 수요는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다.
옴디아는 전체 TV 제품 대비 30~59인치 제품의 경우 2027년 점유율이 2023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반면, 60~69인치는 13.8%에서 14.5%, 70인치 이상은 9.7%에서 14.9%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시장의 경우 지난해 1~9월까지 97인치 이상 TV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TCL과 하이센스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중화권 기업의 LCD 패널 공급망 장악에 힘입어 삼성전자, LG전자 대비 낮은 원가로 초대형 TV를 생산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의 80인치 이상 점유율은 2020년 각각 2.1%, 3.8%에 그쳤지만 2024년 17.2%, 14.0%로 치솟았다. 특히 하이센스는 최근 시장조사업체 AVC Revo(레보)의 보고서를 인용해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47%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써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에서 판매된 98인치 TV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TCL, 하이센스의 초대형 TV가 내수 시장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도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 80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급속도로 추락하는 양상이다. 2020년 47%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80인치 이상 점유율은 2023년 38.2%로 내려오더니 2024년 28.7%로 하락했다.

中 손 못뻗친 프리미엄 시장 집중 공략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기업의 진입이 본격화하지 않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위기 해법을 찾고 있다.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 소자를 사용해 가격이 비싸다. 대신 전력 소비가 적고, 명암비가 우수하며 색상도 더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OLED TV 시장 규모는 약 607만 대로 전년 대비 8% 이상 성장했다. 경기 침체와 TV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 2023년 전년 대비 14% 가량 줄어든 560만 대를 기록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OLED TV 시장은 1,500달러(약 215만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출하량 비중은 45%로 전년 대비 8.5%p 증가했다.
수요 회복에 힘입어 OLED 시장 주도권을 쥔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LG전자의 올레드 TV 출하량은 318만 대로 작년 296만 대에서 7.4% 증가했으며,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52.4%로 절반을 넘어섰다. LG전자보다 늦게 OLED TV 시장에 재진입한 삼성전자는 더 큰 성장폭을 보이며 시장 입지를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삼성전자의 OLED TV 출하량은 144만 대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2022년 출하량 35만 대, 지난해 101만 대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매출 기준 점유율도 2022년 6.1%에서 지난해 22.7%, 올해 27.3%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글로벌 시장에 OLED TV를 출시하며 10년 만에 OLED TV 시장에 다시 진입했다. 올해 성장세는 전반적인 OLED TV 수요 회복과 더불어 삼성전자가 꾸준히 OLED TV 라인업을 확대한 효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83인치 OLED TV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4종(83·77·65·55)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는 미국과 캐나다에 42·48형 OLED TV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