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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인수 후 직무 전환 시행 티몬 직원들 "인위적 인력 줄이기 의심" 오아시스 "플랫폼 정상화 일환일 뿐"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티몬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직후, 직무 전환과 희망퇴직 시행에 나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미 조직을 떠난 일부 직원은 오아시스가 인수 조건인 고용 보장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인위적인 인력 효율화는 없었다면서 조속한 영업 재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티몬 직원 직무전환·희망퇴직에 내부 불만 고조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지난달 초 비영업직 직원 전원을 상품기획(MD) 직군으로 전환한다고 안내하는 한편,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공지했다. 당시 오아시스 측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 여부를 결정하라며 반나절의 시간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기준 티몬에 남은 140여 명의 직원 중 50명 안팎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상태다. 상당수는 MD 직군 전환 공지를 받은 비영업직 직원으로 알려졌다.
퇴사한 직원들은 오아시스가 사실상의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영업직으로 전환된 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한 직원은 “회사 간부와 상담한 뒤 원래 직무로 못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다”며 “십수년간 기획, 관리 업무를 하던 직원에게 갑자기 영업을 맡으라는 것은 나가라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오아시스가 고용 보장을 약속하고 법원으로부터 티몬 인수 권리를 확보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러한 조처를 한 데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 3월 티몬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대금 116억원에 추가 운영자금 65억원 등 181억원을 투입하고 티몬 직원의 고용을 5년간 보장하는 조건이다. 또 다른 퇴사 직원은 “티몬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해 7월 이후 끝까지 남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직무 전환과 희망퇴직”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아시스가 전 직원에 의무적으로 물류센터 현장 교육을 받도록 계획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장 교육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오픈마켓인 티몬과 달리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오아시스 물류 운영 방식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취지에서 추진됐으나 이 과정에서 직원 동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아시스, 티몬 인수 이유는 ‘내부 시스템’
이에 오아시스는 플랫폼 정상화로 가는 과정일 뿐, 인력 감축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오아시스 측은 “티몬 직원 수가 애초 500여 명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현재도 계속 퇴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선 정상화를 기약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이직을 계획한 분들에겐 선택의 여지를 드리고 남기로 결정하신 분은 뜻을 모아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무 전환 역시 지난 3월 조건부 투자 계약 체결 전 전 직원 동의를 받은 부분이라고 했다. 티몬에 재직 중인 임직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이 아닌 이직을 준비하거나 오아시스의 운영 방향과 다른 생각을 가진 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보상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 건 당초 오픈마켓의 기획 인력이 필요해서가 아닌 티몬의 오픈마켓 판매·정산 등 내부 시스템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아시스는 티몬을 인수하면서 티몬이 15년간 개발해 온 주문관리시스템(OMS)·창고관리시스템(WMS) 등 각종 내부 시스템을 사들이게 됐다. OMS는 소비자가 주문한 직후부터 배송하기 직전까지 전 사이클을 운영하는 통합 시스템을 일컬으며, WMS는 창고 내에서 발생하는 물류 작업을 관리하는 체계다. 둘 다 이커머스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대형사들은 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2018년 온라인 사업에 진출했고 현재 직매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마켓에 특화된 티몬 내부 시스템을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티몬의 내부 시스템은 대규모 거래도 다룰 수 있다. 티몬은 회생 전 회원 수 2,800만 명, 활성화 회원 수 5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판매자(셀러)를 위한 입점 프로세스와 판매망 체계도 우수하고, 사업을 오래 해온 만큼 유용한 데이터도 많다는 평가가 있다.
몸집 키워 IPO 재도전
결과적으로 오아시스는 티몬 시스템을 활용해 그간 약점으로 지목받은 성장성을 보완할 수 있다. 오아시스의 2022~2024년 연 매출 성장률은 10%다.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쿠팡·컬리 등 경쟁사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더욱이 오아시스는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 2023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오아시스의 3대 주주인 UCK파트너스(지분율 11.78%)가 오아시스의 상장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UCK파트너스는 2021년 프리IPO 성격으로 오아시스에 500억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7,5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UCK는 상장 시 기업가치가 이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아시스 역시 2022년 이랜드리테일(지분율 3%)로부터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수요예측 과정에서 시장은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6,000억~7,000억원으로 판단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은 탓이었다.
결국 오아시스는 상장 절차를 중단했고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재추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오아시스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지분 매각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해 외형을 늘린 뒤 상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티몬 인수는 단순한 몸집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티몬은 '소셜커머스 3대장'으로 불리던 시절을 거치며 대중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력이 있다. 회생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겹쳐있지만, 리포지셔닝에 성공한다면 오아시스의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이라는 틀을 넘어서 종합 커머스로 진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