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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핵심 광물 통제 조치에 저온 솔더 페이스트 가격 460% 급등 엔비디아·아마존 공급업체 냉가슴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공급망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공급업체들은 핵심 소재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확충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비스무트 재고 1.5개월분만 남아
12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4월 미국과의 무역 긴장 속에서 기술 제조업 핵심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 관련 원소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AI 서버 제조에 필수적인 저온 솔더 페이스트(Solder paste)의 재고가 극도로 부족해진 상태다.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의 한 공급업체 임원은 "AI 서버와 열 관리 솔루션 구축에 중요한 저온 솔더 페이스트 재고가 현재 바닥나고 있다"며 "중국이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지만 장기간의 검토 과정이 이미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저온 솔더 페이스트는 인쇄회로기판과 열 모듈에 부품을 장착하는 데 필수적인 소재로, 주석과 비스무트의 합금이 필요하다. 비스무트는 독성이 낮고 융점이 낮아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전자제품 분야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비스무트 생산량의 69%를 통제하고 있다.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공급도 타격을 받았다. 애플과 테슬라 공급업체인 페가트론의 존슨 덩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개월간 희토류 병목 현상이 정말 고통스러웠다"며 "호주 등 중국 밖에서 네오디뮴을 조달하려 하지만 중국이 공급과 품질 면에서 정말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액셀 밟는 AI 데이터센터
이번 수출 규제 대상이 된 희토류는 거의 모든 주요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제품에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는 대용량 하드드라이브에 희토류 자석을 대량으로 활용하며 시스코, 주니퍼 네트웍스, 델, HP, 레노버 등도 다양한 부품에 이들 소재를 활용한다.
데이터센터 분야도 해당 조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최근까지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와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AI 기술이 지속 성장하려면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시스템 등의 컴퓨팅 자원 성능과 효율이 함께 향상돼야 하는데, 이들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팅 자원들을 적절하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된 전세계 투자액은 3,180억 달러(약 461조원)로 전년보다 34.7% 급증했으며, 올해는 그보다 15.5% 늘어난 3,670억 달러(약 532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투자는 AI 산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도 최근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인프라 구축 계획을 담은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오픈AI(OpenAI), 소프트뱅크(Softbank), 오라클(Oracle) 3사는 합작회사를 설립,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최대 5,000억 달러(약 725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5~10곳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거점(Data Center Campuses)’을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전환 속도 지연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전력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고성능 연산 기능과 대규모 데이터 저장공간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전력·냉각·배선 등 물리 인프라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요소들이 핵심 광물 의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데이터센터 전환 속도까지 지연시킬 수 있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스토리지, 냉각 시스템, 전력변환 장치 등 수만 개의 정밀 부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많은 부품들이 희토류 기반 합금 또는 소재로 만들어진다. 특히 구리·알루미늄 등 범용 금속과 달리, 희토류는 부피는 작지만 기능적 대체제가 없다는 점에서 '기술 병목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구성하는 고성능 냉각 모듈에는 네오디뮴-보론 자석이 들어가며, 이 자석의 효율은 냉각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결정짓는다. 또한 디지털 전원공급장치(Power Supply Unit, PSU)의 변압기와 컨버터에는 고자속 희토류 코어가 필수다. 이들 부품 중 어느 하나라도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랙 단위 조립이 중단되며, 이는 설비 지연으로 직결된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공급 불안정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체 구축 비용을 비가역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