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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도 안전지대 아니었다, 포윈 파산신청이 드러낸 ‘그린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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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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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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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분야도 구조조정 현실화
투자·거래 관계 국내 기업 피해
에너지 전환 트렌드 변화 감지
포윈의 에너지 저장 설비/사진=포윈

미국의 에너지 저장 솔루션(ESS) 스타트업 포윈이 3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채무를 안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던 기업이지만,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한 채 무너디면서 협업을 이어오던 한국 기업들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윈의 몰락은 ESS를 포함한 그린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기업가치 대비 취약한 매출 기반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따르면 포윈(Powin LLC)은 전날 자발적 파산보호 신청(챕터 11)을 접수했다. 이는 기업이 법원의 보호 아래 채무 조정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절차로, 자산을 정리하거나 회생 계획을 세우기 위한 조치다. 포윈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채권자 수가 최대 5,000명에 달하며, 부채 총액은 3억2,5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9일 포윈은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함께 파산 보호 신청 안건을 결의했다. 포윈 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현재 포윈의 재무·운영 상황과 외부 전문 자문진의 조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파산보호 신청이 회사는 물론 그 이해관계자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번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2010년 설립된 포윈은 ESS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빠르게 성장해 왔다.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통해 전력 수요를 조절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기술 기업으로 꼽혔고, 실제로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와 투자 회수 압박, 공급망 불안정 등이 맞물리면서 자금 유동성 확보에 실패했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온 미국·유럽의 ESS 스타트업 다수가 높은 기업가치에 비해 실질 매출 기반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포윈의 파산은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간 거듭된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무조건 신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신호가 던져졌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삼성물산이 EPC파트너로 참여한 포윈의 캘리포니아 ESS 시설/사진=포윈

KKR 대규모 투자, 파산 전개 예측 어려워

포윈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특히 에이스엔지니어링은 포윈에 1억 달러(약 1,370억원) 상당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ESS 관련 주요 부품을 포윈에 공급해 왔으며, 미국과 한국 공장을 동원해 수년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거래 대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자산 손실과 현금흐름 불균형 등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 역시 포윈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대표적 한국 기업 중 하나다. 두 회사는 2022년부터 ESS 프로젝트 공동 개발을 추진했고, 일부 사업에서는 삼성물산이 포윈의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그간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 ESS 분야를 적극 공략 중이었기 때문에 포윈 리스크가 브랜드 신뢰와 향후 수주 전략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포윈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었던 회사라는 점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지난해 10월 약 2억 달러(약 2,740억원)를 투자하며 포윈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여타 투자자들 역시 KKR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성과 후광 효과를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포윈과의 거래 및 협력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파산 신청에 이르며 모든 신뢰와 기대 또한 무너지는 형국이다.

ESS 스타트업 붐, 거품 걷히나

업계에서는 포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ESS 스타트업 투자가 최근 몇 년간 뜨거웠던 만큼 대형 프로젝트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설계 협력을 맡았던 중견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지적이다. 단일 고객 리스크와 스타트업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 구조가 이번 포윈 사태를 통해 그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그린 거품’으로 불리는 투자 과열 현상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KKR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조차 단기간 내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 체계가 흔들리는 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술 상용화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고정 수익 구조가 취약한 ESS 스타트업들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발표한 투자 노트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전반에 ‘검증되지 않은 유니콘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짚으며 “투자자들로선 기업의 지속 가능성, 실질 매출 구조, 자금 운용 계획 등을 훨씬 더 면밀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윈이 파산이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에너지 전환 산업이 맞이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서막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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