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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마구잡이’ 이민자 수용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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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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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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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및 북미, ‘이민자 선별 실패’ 후폭풍
국민 불만 증가하며 포퓰리즘 득세
역량과 안전성 검증은 ‘필수’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북미와 서유럽의 이민 정책이 반발에 처한 것은 국민들이 갑자기 외국인 혐오증에 걸려서가 아니라 정부가 이민자들을 선별 수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도적 이유로 받아들인 수백만 명 중에는 기술이나 언어 능력이 부족해 현지 시스템에 통합되기 어려운 이민자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이민자 수가 늘며 복지 및 안전 관련 이슈가 불거지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이 틈을 타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ChatGPT

이민 정책 반발, ‘선별 실패’ 때문

2023년 한 해만 650만 명이 OECD 국가들로 영구 이주했는데 이중 1/3만이 현지 고용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 졸업자들이다. 나머지는 저임금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불투명한 전망을 지닌 채 망명 절차를 밟아야 했다. 현지 주민들의 우려는 커져 작년 하반기에 이르자 28%의 유럽인들이 이민을 유럽연합(EU)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고 강경 조치를 주장하는 정당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민자 증가와 법치주의 간 상관관계(유럽 국가들, 2006~2023년)
주: 노동인구 중 이민자 비율(X축), 반법치주의 지수(Y축), *양의 상관 관계는 이민자 비율이 증가할수록 법치주의 지수가 감소함을 나타냄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인종주의라기보다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 국가가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경제 발전에 공헌할 이와 공공 안전을 위협할 사람조차 구분하지 않은 탓에 국경 개방이 공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2015~2016년 난민 위기 때 관대하게 문호를 개방한 후 범죄 조직과 관련한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에는 9개 경찰 관할 구역 중 6개에서 살인 사건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민자 밀집 지역과 연관성을 보이기도 했다. 얼마 안 돼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Sweden Democrats)이 득세해 여론을 이민 규제로 몰아가고 있다. 포퓰리즘의 원인을 경제적 고통과 문화적 공포로 보는 이론에 비추어 보면 스웨덴의 경우 세심한 선별 절차를 생략한 이민자 관리가 양쪽 모두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민 심사 강화했다면 “유럽도 달랐을 것”

다른 나라들은 스웨덴보다는 전략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캐나다의 익스프레스 엔트리(Express Entry) 시스템은 언어 능력과 교육 수준, 캐나다에서의 직업 경험 등을 우선시한다. 기준을 통과한 이민자는 소득이 높고 사회에 쉽게 통합된다. 독일의 새로운 심사 제도 역시 대졸자를 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면서 국민의 저항과 정치적 반발은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후보자의 역량 외에 안전성(security)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검증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행정명령을 통해 비자 신청자의 소셜 미디어 검사가 의무화된 후 300명이 넘는 학생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지지자들은 진작 도입했어야 한다고 반기고 있다. 영국의 전자 여행 허가(Electronic Travel Authorisation, ETA) 시스템도 해외 방문객을 보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사전에 점검한다. 투명한 절차와 이의 제기권만 보장된다면 저비용으로 확대 가능한 보안 수단으로 보인다.

만약 유럽이 해당 시스템을 일찍 도입했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2015년 이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온 이민자 중 5만 명의 저숙련 노동자만 고숙련 노동자로 교체할 수 있었다면 해당 국가는 매년 14억 유로(약 2조1,900억원)의 세수를 더 확보하면서 9억 유로(약 1조4천억원)의 사회 지출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얻어지는 11억 5천만 유로(약 1조8천억원)의 재정 흑자는 EU의 국경관리업체 전체 비용보다 크다.

폭력성은 낮은 교육 수준과 실업의 결과

이민자들의 폭력성 때문에 이민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나이와 성별,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이민자 신분이 폭력 범죄율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다. 문제는 이민자들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일자리에서 배제된 경우에만 나타난다. 그러니 더더욱 이민 자체를 금할 것이 아니라 선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선별 기준은 지원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하되 실제 노동 수요와 일치해야 하며 매년 업데이트해야 한다. 투명한 기준에 따른 디지털 신원 조회를 포함하며 이민 수속 이후 고용 및 학업 등 사회 통합 현황을 추적하고 관리해야 한다. 모두 민족주의나 배타주의와 상관없는 것들이다. 역량을 기반으로 현대 사회가 수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자질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Trump) 행정부가 학생 비자를 대규모로 취소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 디지털 신원 조회라는 발상 자체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 일찍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면 현재와 같은 정치 지형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투명성과 신뢰에 기반한 선별적 개방성만이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적 이상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사프 라진(Assaf Razin) 텔아비브 대학교(Tel Aviv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igration and regime change: Outflows follow democratic decline, inflows fuel illiberal drif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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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