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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반도체 벨트’ 구축 청사진
인구 유입·일자리 창출 자족도시 기대
시장 기대감에 지가 상승세 뚜렷

경기도 용인특례시에 조성되는 용인플랫폼시티가 본격적인 개발 사업을 위해 첫 삽을 떴다. 이번 착공으로 용인시는 산업과 주거가 함께 발전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역대급 개발 호재를 맞이한 처인구 등 일부 지역은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83만 평 규모 플랫폼시티 2030년 준공 목표
경기도와 용인시는 11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옛 올리브스퀘어 용지에서 ‘경기 용인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상일 용인시장,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 신경철 용인도시공사 사장 등이 자리했다. 김 부지사는 “용인플랫폼시티 착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용인플랫폼시티는 기흥구 보정동·마북동·신갈동 및 수지구 상현동·풍덕천동 일대에 주거용지 37만7,718㎡, 산업용지 44만9,705㎡ 등 총 272만㎡(약 83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경제 자족형 복합 신도시다. 용인시와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되며, 사업비는 8조2,680억원에 달한다.
이번 개발 사업은 애초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교육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행정 절차가 지연됐다.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학생들의 학교 배치 문제가 제기되면서 심의가 늦어졌고 이에 따라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을 신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영동고속도로 소음이 주거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주거 및 산업시설 배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용인시 등은 일부 지적 사항을 말끔히 해결한 만큼 향후 개발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 말 용인도시공사가 담당하는 3공구 개발 작업이 시작된 데 이어 오는 4월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가 1·2공구를 착공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준공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시장은 “수도권 남부의 핵심 거점이 될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많은 인구 유입과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라며 “용인플랫폼시티가 대한민국의 명품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속도전 시작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내 산업시설용지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기업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유치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공간은 인근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를 연결하는 ‘L자형 반도체 벨트’의 핵심 축으로, R&D와 생산 기능이 연계된 배후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로부터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되면서 이 같은 청사진에 한 발짝 다가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3대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로, 지정된 지역은 관련 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우선 선정, 각종 인·허가 처리 기간 단축 등 사업의 신속한 진행에 도움 되는 각종 행정 지원을 받게 된다.
용인시는 특화단지 선정으로 L자형 반도체 벨트를 3개의 중심 기지로 나눠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R&D, 소재·부품·장비기업(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모델로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먼저 이동·남사 국가산단을 ‘시스템 반도체 국가 선도기지’로 재구축할 전략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2042년까지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세우고 국내·외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설계) 기업 등 150여 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첨단전략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약 120조 원을 투자해 4개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상지 일대에는 50여 개의 협력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며, 이들 업체가 모두 입주하면 415만㎡(약 126만 평)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첫 번째 반도체 제조공장은 오는 202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한창이다.
기흥구에 들어서는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연구기지 기능에 중점을 뒀다. 삼성전자는 소재·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약 20조원을 투자, 오는 2028년까지 파운드리 및 차세대 비메모리 분야 연구개발 센터를 기흥 캠퍼스에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지 일대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이주기업의 주거·생계 안정을 위해 상생 보상 방안도 마련됐다. 토지 매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먼저 업종 제한 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산단 남서쪽에는 270호 규모의 이주자 택지(37만㎡)가, 북서쪽에는 이주기업 전용 산단(50만㎡)이 조성된다.
현금 보상을 원하지 않는 주민에게는 근린생활시설 용지를 우선 공급하는 대토보상을 통해 산단 내 재정착을 지원한다. 또 이주자 택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임차 가구를 위해서는 산단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 발주사업에 대해 원주민 단체의 사업위탁을 활성화하고, 산단 내 입주기업에 주민고용을 추천해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아파트 신고가 거래 속속, 전체 시장 부양은 미지수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의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지가가 많이 오른 곳은 용인 처인구로 지난 한 해에만 5.87%의 상승 폭을 그렸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핵심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5.23%), 성남 수정구(4.92%)보다 높은 수치다.
아파트 실거래가도 크게 뛰었다. 이동·남사 국가산단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국가 선도기지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인 2023년 2월 3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6단지(84㎡)의 경우 같은 해 3월 4억8,000만원(25층)에 새 주인을 만났다. 불과 한 달 사이 1억원 넘게 급등한 금액이다.
처인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우미린센트럴파크(84㎡)도 올해 초 5억9,800만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처인구에서는 우미린이 있는 역북동이 상권 같은 인프라가 좋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된 고림동 같은 곳에 비해서 평균 5,000만원 정도 비싸게 거래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입주를 앞둔 푸르지오원클러스터1단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인접한 해당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동, 총 1,681세대 대단지로 조성되며, 오는 2027년 8월 입주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주목하는 모양새”라면서도 “실제 계약은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랜드마크 아파트를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