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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용 1년 사이 25.7% 축소
미운영 자산 적극 매각 방침
지속적 주주환원정책 실천 주력

전자제품 유통 업체 롯데하이마트가 재무건전성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저금리 차입으로 부채 구조를 재편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주력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비용 부담을 낮춰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CP→회사채,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차입금 상환
1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의 지난해 금융비용은 361억원으로 전년(361억원) 대비 25.7% 줄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구조 조정과 투자 활동에서 유입된 현금을 활용한 차입금 상환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연결 기준 3,0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하이마트는 고금리 차입금을 저금리 회사채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10월 발행된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꼽을 수 있다. 당시 하이마트는 고금리 기업어음(CP)을 대체할 목적으로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1,600억원 규모의 수요가 몰리면서 증액 발행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그 결과 당시 만기가 도래한 1,000억원 규모 CP는 물론 올해 1월 만기인 400억원 규모 CP까지 차환할 수 있었다. 기존 CP들은 각각 5.20%, 4.39%의 높은 금리가 적용됐지만, 신규 회사채는 3.784%, 3.954% 금리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하이마트는 연간 15억원가량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주력 사업이 아닌 투자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도 차입금 상환에 적극 활용했다. 하이마트의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904억원으로 전년 마이너스(-) 1,061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주요 현금 유입내역은 △단기금융상품 감소(1,503억원) △보증금 감소(110억원) △공정가치 금융자산 처분(25억원) 등이다. 보유 중이던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자산과 일부 유형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유동성이다. 하이마트는 이러한 자금 확보를 바탕으로 비유동부채 차입금 1,135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하이마트는 올해도 금융비용 절감에 고삐를 죈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마트의 매각 예정 비유동자산은 110억원 규모로, 회사는 해당 매각 대금 역시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유휴부지 및 미운영 자산을 선정해 매각을 검토 중이며, 해당 내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면서 “앞으로도 재무 안정화를 위한 차입금 상환과 부채비율 개선을 지속해 신뢰도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잉여금 전입으로 배당 재원 확보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하이마트의 의지는 2년 연속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3,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전입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전입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자본준비금은 결손 보전 목적 등으로 사용되나, 이익잉여금으로 처리할 경우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주주환원책 강화 신호로 읽힌다.
2년 연속 전입으로 하이마트의 이익잉여금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7,000억원을 넘었던 하이마트의 이익잉여금은 2022년 말 1,39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로 인해 배당액도 이전보다 큰 폭 줄었다. 이익잉여금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2020년 1,200원을 기록한 주당배당액은 2022년 300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익잉여금 전입으로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일반 배당 소득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잉여금을 활용한 배당은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이마트는 아직 4,454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이 남아 있다.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으로 전입할 수 있다는 상법의 규정에 따라 하이마트는 2,600억원 상당의 배당 재원을 추가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하이마트의 배당은 3년째 동결 중이다. 이번 2024년 결산 배당 역시 1주당 300원으로 2022년과 같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정관에 명시된 중간 배당에 관한 내용이다. 하이마트 역시 지난해 7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30%의 배당성향을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마트는 오는 3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등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중장기 배당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안건을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안방 내주고 월세살이? 연 75억원 임대 수익 기대
비용 절감을 위한 눈물겨운 다이어트도 계속됐다. 남창희 하이마트 대표는 지난해 8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 ‘하트톡’에서 임직원들에게 본사 이전 계획을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임대로 전환하고,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낮은 건물을 빌려 경영 효율화를 앞당기겠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남 대표는 수용 인원 규모나 업무 효율성 등을 고려해 보라매역 인근의 건물을 임차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은 동작구 대방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경계에 위치해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하이마트가 연간 최대 75억원의 임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사옥 임대 전환과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전 장소와 시기가 확정되진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 규모가 큰 자산인 대치 본사 사옥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