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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I 등 필두로 첨단 기술 투자 확대 '시동' "돈줄 끊어라" 中 첨단 산업 성장 견제 이어져 클린테크 시장서 발 빼는 미국, 中 빈자리 꿰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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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기술 분야 투자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 주도하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 투자가 눈에 띄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자국 투자를 확대함과 동시에 첨단 기술 관련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첨단 기술 시장이 양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타르투자청, 美 기술 산업 '낙관'
22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카타르투자청이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기술 산업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투자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로 5,100억 달러(약 732조9,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타르투자청의 기술·미디어·통신 부문 수장인 모하메드 알 하르단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미국 기술 산업이 현재 매우 우호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취임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거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글로벌 IT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는 2기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IT 산업 지원을 시사하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어 알 하르단은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투자 기회 검토를 위해 특별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AI 인프라 공동투자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AI 인프라 공동투자 프로젝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등 3사가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미국 각지에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3사는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초기 자금으로 즉시 1,000억 달러(약 144조원)를 투입한 뒤, 이후 4년 동안 투자 규모를 5,000억 달러(약 718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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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대중국 AI 제재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이 자국 내 첨단 기술 육성에 공을 들이는 한편, 중국의 기술 발전에는 꾸준히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첨단 기술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했다. 해당 규칙에는 미국 투자자들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단행할 경우 미 재무부에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1월 2일부터 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미국인과 미국 법인은 중국에서 AI·양자·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지분 인수, 합작투자, 그린필드 투자(신규 시설 건설 투자) 등을 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이 이처럼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행한 것은 중국이 최근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패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국의 국영 투자 기관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회장 천량은 국제 중국 투자 포럼에서 "중국의 AI 시장이 여전히 상당한 성장과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AI 산업에 향후 6년 동안 10조 위안(약 1,9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미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자금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최근에는 중국이 자국의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AI 국영 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국영 펀드인 ‘궈지 인베스트먼트’와 ‘중국 집적회로 산업 투자 펀드(CICF)’는 지난 17일 초기 자본금 600억 위안(약 11조9,000억원) 규모의 국가 AI 산업 투자 기금을 합작 설립했다. 이 기금은 중국 AI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지원과 자산 관리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中, 클린테크 시장서 활로 모색
AI 사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중국과 미국이 글로벌 첨단 기술 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AI 등 미국 제재가 극심한 분야 대신 태양광·배터리·전기자동차 등 미국이 발을 빼고 있는 클린테크 시장에서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2030년까지 신차의 50% 전기차 달성,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 충전소 건설 등의 내용이 담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하며 반(反)전기차 행보를 본격화한 바 있다.
반면 중국 클린테크 업계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이 자국 에너지 전환에 투자한 금액은 약 6,760억 달러(약 902조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에너지 전환 투자의 약 38% 수준이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기술 육성에 공을 들였던 미국보다 약 2배 더 많은 규모다. 이 같은 중국의 클린테크 분야 투자 확대 기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내 태양광·배터리·전기차 투자 규모는 6,750억 달러(약 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추가 관세 우회를 위해 해외직접투자(FDI)를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호주 기후 싱크탱크 클라이밋에너지파이낸스(CEF)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녹색 자본의 쓰나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클린테크 업계가 2023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해외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1,029억 달러(약 147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과 청정기술 거래 계약을 체결하기로 협의한 해외 기업은 130여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