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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채권보다 ‘효율성 높고 리스크 낮아’ 높은 유동성에 낮은 거래 비용 차세대 채권 시스템 ‘손색없어’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 1분기 41개의 토큰화(tokenised,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 국채 및 초국가 채권(supranational bond)의 ‘매수-매도 호가 차이’(bid-ask spread, 이하 호가 차이)가 0.031%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전통적인 채권의 ‘호가 차이’가 0.066%로 더 높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토큰화 채권이 불필요한 거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주는 만큼의 가치를 가리킨다.

토큰화 채권, ‘거래 비용 및 시간 줄여 줘’
거창한 ‘조건화 금융’(programmable finance)이나 화폐 개혁이 아니라 현실에 입각한 장점을 말하는 것이다. 토큰화 채권은 시장의 세부 구조를 개선해 거래 비용을 줄여준다. 탐색 비용과 정보 격차, 결제에 걸리는 시간 등이 그것이다. 또 일반 채권 최소 거래액이 185,000달러(약 2억6,000만원)인 반면 토큰화 채권은 110,000달러(약 1억5,000만원)여서 더 많은 시장 주체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보다 원활하고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돼 딜러들이 호가 차이를 크게 벌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주: 국채 시장(좌측), 연도(X축), 시장 규모(좌측 Y축), 호가 차이(%)(우측 Y축), 국채 시장(연두), 선진국 10년 만기 국채 호가 차이(적색), 개도국 10년 만기 국채 호가 차이(청색)
거래 상대방의 계좌 내역이 자동 대조 및 조정되는 것도 중요한 이점이다. 또 일반 채권이 중개인 손을 떠나기까지 며칠이 걸리지만 토큰화 채권은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 발행자의 신용 프로필이나 약정도 복잡하지 않아, 규정을 검토하느라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
유동성 높고 리스크는 낮아
2023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 나타난 ‘호가 차이’를 분석해 보면 명확한 사실이 드러난다. 신용 위험과 액면가 차이 등을 모두 반영해도 토큰화 채권의 유동성이 더 높다. 일일 거래량이 총 액면가(notional outstanding)의 18%로 기존 채권의 두 배에 달한다. 시장 거래량도 최초 발행 규모인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이미 넘었다.
기존 채권이 어쩔 수 없었던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점도 있다. 보안이 검증된 디지털 원장에서 더 많은 거래자가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데다,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담보 회수 기간도 짧다. 투명한 거래 내역으로 ‘내부자 거래’ 같은 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 실제로 2023년 홍콩에서 시범적으로 출시된 친환경 채권은 개인 투자자들이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s)을 통해 토큰화 채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호가 차이가 10.8%나 감소했다.
토큰화 채권 거래의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발행 비용이 높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살이 아니다. 오히려 채권 인수 비용이 기존 채권과 비슷하거나 낮다. 서류 준비와 등록에 드는 비용이 적어 토큰화 채권의 할인율이 0.22% 낮았다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조사 결과도 있다.

주: 호가 차이(좌측), 토큰화 채권(Tokenised), 기존 채권(Conventional), 평균(적색), 사분편차(검정) / 발행 비용(우측), 토큰화 채권(Tokenised), 기존 채권(Conventional)
그렇다고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세계은행이 발행하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로 결제하는 ‘디지털 채권’은 거래상의 문제가 전혀 없는 데다, 환매조건부채권 담보로도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 거래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미국 국채가 보증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사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지난 2월 금리 폭등 우려가 불거졌을 때, 기존 채권의 호가 차이는 0.017%까지 벌어졌지만 토큰화 채권은 오히려 0.009% 줄었다.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딜러들의 보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위기 상황에서 놀라운 유연성을 보인 원인으로 판단된다.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 “모두 갖춰”
이렇게 장점이 명확하니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정책 당국은 토큰화 채권을 공식적인 담보 자산으로 인정하고, 투명성 유지를 위해 실시간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면 된다. 국채 사무소는 기존 채권과 토큰화 채권을 동시 발행해 시장이 유동성 가치에 어느 정도의 가격을 매기는지 시험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블록체인 간 거래 호환성과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지표) 관련 조항 자동 입력, 디지털 자동 처리 시스템 등의 인프라 확충이다. 이는 추가로 비용을 줄려 딜러 및 자산운용사 등 민간 부문의 전폭적인 협력을 이끌 수 있다.
호가 차이가 기존 채권보다 0.035% 적은 것은 연간 수조 달러에 이르는 채권 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수억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게다가 이전의 금융 혁신들이 리스크와 복잡성을 키웠다면, 토큰화는 앞에서 열거한 장점을 제공하면서도 이해가 쉽고 시장 혼란을 부추기지 않으며 규제 조항을 모두 준수한다. 적극 도입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ictionless Finance: Why Tokenised Bonds’ Tighter Spreads Signal a Structural Reboo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