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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300만 대 찍어낸 BYD, 재고 떠안은 채 고급차로 노선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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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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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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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확장에 잉여 생산력 현실화
대규모 할인 공세에도 재고 누적
‘가성비 브랜드’ 정체성 시험대
BYD 하위 브랜드 양왕의 럭셔리 세단 ‘U7’/사진=양왕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 비야디 (BYD)가 단기간 내 300만 대의 생산량을 기록하며 초과 공급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과잉 재고 문제와 보조금 축소로 인한 판매량 감소가 뚜렷한 가운데, BYD는 프리미엄 모델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고가 차량에 대한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과 브랜드 신뢰 부족이 맞물리면서 수출 확대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잉여 인력·부품 활용 위한 ‘밀어내기 생산’ 해석

21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뉴스에 따르면 BYD는 최근 1,300만 번째 신에너지차량 출고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000만 대 달성 소식 후 불과 8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화려한 생산량 기록 이면에서는 BYD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300만 번째 기념 차량은 BYD의 고급 하위 브랜드 양왕(YANGWANG)의 대표 세단 ‘U7’이다. 지난 3월 중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U7은 3개의 라이다 센서와 32개 인식 모듈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체계 ‘디파일럿 600’이 적용된 게 특징이며, 순수전기차 기준 최대 720㎞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중국 현지 가격은 62만8,000위안~70만8,000위안(약 1억2,100만원~1억3,600만원)으로 매우 고가에 속한다.

이번 BYD의 발표를 두고 업계에선 “의도하지 않은 대기록”이란 평이 주를 이룬다. BYD는 올해 상반기까지 고성능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생산라인을 대거 증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부품 확보와 인력 채용을 병행해 온 만큼 일정 수준의 생산량 유지는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이는 곧 “시장 수요와 동떨어진 과잉 생산”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지면서 BYD의 생산 전략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커지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 6월 BYD는 생산량을 15%가량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소 4곳 이상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2교대로 줄이면서 야간 근무를 없앴으며, 신규 생산라인 증설 계획도 연기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폭발적인 증산 이후 처음 제동을 거는 조치로, 내부적으로도 공급 과잉에 대한 위기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BYD의 생산량 증대 정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시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통망 포화와 수익성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내수 부진에 급브레이크 걸린 수요

실제로 BYD는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BYD의 중국 내 자동차 인도량은 전년 동원 대비 8%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지리자동차, 창안, 샤오미 등 경쟁 업체들이 분전하면서다. 중국 자동차 딜러 협회에 의하면 지난 5월 기준 BYD의 평균 재고는 3.21개월분으로 업계 평균(1.38개월)의 2배를 상회한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재고율이기도 하다.

이처럼 BYD가 재고량을 늘려 온 배경에는 공격적 마케팅 및 저가형 상품 공세에 따른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41% 증가한 427만 대의 전기차를 팔았으며, 이 가운데 41만 대가 중국 외 해외 국가에서 판매됐다. 그 결과 BYD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3%로 2위 테슬라(10%)보다 13%p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은 중국 내부에서 발생했다. BYD가 경쟁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출혈까지 감수하는 상황에서 구매층이 기대만큼 소비에 응해주지 않은 것이다. 올해 1분기 BYD의 중국 시장 내 판매 증가율은 회사 기대치(30%)의 절반인 15%에 그쳤다. 재고가 쌓이면서 지난 5월에는 22개 차종의 출고가를 최대 34%까지 낮췄지만,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 관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중국내에서 20곳 넘는 BYD 매장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중단했다.

1억원 넘는 중국차? 고급화 전략 통할까

주목할 만한 점은 BYD의 생산 전략이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왕과 탕(Tang), 한(Han)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자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내수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식이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SUV), 세단 등 전통 세그먼트 외에도 고성능 오프로더, 럭셔리 세단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차량당 마진을 높이는 전략이지만, 이는 가격경쟁력이 핵심인 BYD의 기존 이미지와 충돌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고가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수용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당장 한국 시장만 보더라도 BYD의 전기차는 보조금이 지급될 때만 구매를 고려하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BYD의 주력 모델 아토3(ATTO 3)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조사에서 해당 모델은 지난 4월 14일 출고가 시작돼 해당 월에만 543대를 판매했다.

이후 5월에는 513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판매 1,000대를 돌파했지만, 6월 전월 대비 57.1% 급감한 22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보조금이 소진된 데다, 차량 성능에 대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이미 아토3를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일부는 언덕길에서 정지 후 재출발 시 반응이 더디다는 지적을 제기했으며, 소프트웨어 오류로 후진 레이더 시스템 고장 경고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는 결국 BYD 차량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외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고급화 전략이 유효하기 위해선 단순히 고가 모델을 생산·출시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 내 신뢰성 구축과 서비스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많이 만든다’는 양적 확장에서는 장기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단 지적이다. 나아가 BYD가 프리미엄 모델을 수출하려는 국가 대부분이 이미 충전 인프라, 인증 절차, 브랜드 인식 등 복합적인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나 현대차, 폭스바겐 등 경쟁 업체와의 품질 및 브랜드 인지도 격차를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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