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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등 기후 충격으로 교육 현장에 숨은 비용 누적 기존 재정 틀로는 감당 어려워, 시스템 전환 필요 격차 확산 막으려면 정책 차원의 개입 시급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7월 7일, 독일 베를린의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알리안츠 리서치(Allianz Research)는 유럽 폭염으로 인한 경제 피해 전망을 발표했다. 이번 여름 폭염이 유럽 전체 국내총생산의 0.5%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독일의 2024년 연방 교육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단 한 시즌 만에 그만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한 농작물 피해나 도시 침수를 넘어, 폭염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보여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고온 환경으로 인한 신체 부담으로 전 세계 노동시간의 3.8%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규직 일자리 1억 3,600만 개와 2조4,000억 달러(약 3,300조원)의 손실에 해당한다. 교육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료, 인건비, 시설 유지비처럼 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기후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기반이 흔들리면 교육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간접 피해 비용의 재조명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이탈리아 기업 분석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전체 생산성은 1.6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직접 피해만을 반영한 기존 평균 방식과 달리,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같은 간접 비용까지 고려한 결과로, 이전 추정치보다 네 배 이상 크다. 이처럼 간접 영향을 포함하지 않으면 기후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다.

주: 연평균 일수 기준 온도 구간(X축), 계수값(Y축)/(a) 기업 성과에 대한 영향(매출, 원재료비, 인건비, 자본 지출), (b) 투입 요소의 한계 수익률에 대한 영향(원재료, 노동, 자본)
이 결과는 교육 분야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기료나 식자재 비용 증가, 수업 취소 같은 눈에 보이는 비용 외에도 자원의 낭비와 운영 효율성 저하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폭염으로 학교가 조기 하교를 하면 수업은 단축되고, 냉방비는 증가하며, 교사는 급한 일정 조정에 나서야 한다. 통학, 급식, 시설 관리 등 각 부문에서 연쇄적인 비용 증가가 발생하지만, 이러한 손실은 운영비 항목에 묻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재정 구조를 다시 보는 실질적 대응 전략
기존 교육 예산은 수업과 시설 운영을 구분해 편성되어 왔다. 하지만 폭염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면, 교사 채용이나 교재 구입에 쓰려던 예산을 냉방비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기후 변화는 교육의 핵심 자원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응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보강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반사 지붕이나 지열 냉방 설비처럼 비교적 단기 내 원가 회수가 가능한 기술은 교사 결근, 보충 수업, 에너지 낭비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덴버 공립학교는 2024년 그린 본드를 발행해 96개 교사를 리모델링했고,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20년간 1,800만 달러(약 25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시설 개선뿐 아니라 운영 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짧은 학기제, 디지털 수업일, 야간 수업은 팬데믹 당시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더운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피닉스 교육청은 8월에 야간 수업을 시범으로 운영해 냉방비를 22% 줄이면서도 수업 일수를 유지했다.
또한 교사 양성 과정에는 기후 대응 역량을 체계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교실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교사의 경력과 무관하게 수업 계획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격 연수 과정에 온도 관리 훈련을 도입했더니, 여름방학 독해 성적이 0.05 표준편차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시설, 운영, 인력 측면에서의 조정은 기후 리스크를 구체적인 예산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후는 교육 격차를 키운다
기온 상승은 모든 지역에 영향을 주지만, 그 피해는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 CEPR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저소득 지역은 고소득 지역보다 세 배 이상 큰 생산성 손실을 겪었다. 미국도 비슷하다.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는 냉방 설비를 갖춘 교실이 평균보다 45% 적었다. 폭염으로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부유한 가정은 재택근무나 과외 등을 통해 학습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돌봄과 생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미시시피 야주 카운티는 2010년 이후 7월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했고, 지난해 8차례 수업이 중단돼 연간 수업 시간의 0.6%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주 시험 성적은 하위 10%로 떨어졌지만, 인근 매디슨 카운티는 태양광 냉방 설비를 갖추고 있어 수업 손실 없이 성적도 유지됐다.

주: a) 지역별 경제적 피해의 지리적 분포(색이 진할수록 손실률이 높음), b) 지역별 생산성 손실률과 1인당 GDP 간 상관관계
그러나 대응 여지도 있다. 연방정부의 저소득층 대상 교육 예산(TITLE I)의 3%, 약 4억8,000만 달러(약 6,700억원)를 투입하면 5년 안에 모든 대상 학교에 기본 냉방을 설치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와 조달 단가를 고려하면 이 투자비는 10년 내 회수 가능하다. 기후 대응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투자다.
수치를 행동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 도구
정책은 설득력 있는 메시지에서 출발한다. 예일대 기후 커뮤니케이션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같은 사업이라도 ‘친환경 리모델링’이라고 설명할 때보다 ‘수업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 개선’이라고 설명할 때 중도층 유권자들이 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표현 방식에 따라 정책 수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 대응을 교육 정책에 반영하려면 절차도 중요하다. 일부 교육청은 매년 예산을 짤 때 폭염 예보와 학생 수 추이를 함께 검토하며 학사 일정과 예비비를 조정하는 '기후 예산 검토'를 시행 중이다. 호주 퀸즐랜드의 가톨릭 학교는 이를 통해 1년 만에 긴급 유지보수 요청이 23% 줄었다. 실행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500만 달러 (약70억원)이상 투자에는 기후 영향을 반영한 타당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냉방 설비 절감 효과를 재투자하는 회전기금도 마련할 수 있다. 고효율 냉방 장비를 공동 구매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교사 자격 갱신 과정에 기후 대응 교육을 연계하면 학교 현장의 대응 역량도 강화된다. 이처럼 기후 리스크를 구체적인 예산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내년 여름이 오기 전, 말이 아닌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대응의 속도를 높여야 할 때
2025년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유럽 GDP의 0.5%를 감소시켰고, 이를 교육 예산으로 환산하면 OECD 전체에서 약 500억 달러(약 70조원)의 세수 손실에 해당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운영 차질이다. 조기 하교, 학사 일정 혼란, 교직원 결근, 냉방비 증가 등이 반복되면 수업 시간과 교육의 질 모두에 영향을 준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성과와 노동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교육 재정 기반을 약화시킨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그동안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손실을 찾아내고, 기후 변화에 맞춰 교육 환경을 재정비해야 한다. 과거 기후 조건에 맞춰 설계된 시설로는 앞으로의 수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기후 충격이 더 심해지기 전에, 교육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eat, Friction, and the Hidden Arithmetic of Learning: Why Climate-Induced Productivity Loss Demands a New Educational Accounting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