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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미국과 중국의 ‘약점 건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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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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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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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약점 손에 쥐고 혈투”
핵심 기술과 전략 광물 ‘무기화’
상호 의존성 유지한 채 ‘줄다리기’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약점을 손에 쥔 채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사일과 이념 대립으로 상징화된 냉전은 핵심 기술과 전략적 광물, 지식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으로 모습을 바꿨다. 2025년 현재 두 초강대국은 서로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지만 놓아 버릴 수도 없는 위험한 균형 상태에 놓였다.

사진=ChatGPT

미중, 상대방 ‘공급망 취약점’ 공략

작년에 미국은 갈륨과 흑연 등의 핵심 광물 중 2/3를 중국에서 공급받았고, 중국의 AI 산업은 미국이 설계한 칩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프로세서에 대한 수출 통제를 도입해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학습(model training)을 견제했지만 수십억 달러의 매출도 함께 위험에 빠졌다. 서로가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다. 냉전 시기에도 비슷한 물류 전략이 존재했다. 마셜 플랜(Marshall Plan)의 공급망 다변화와 1970년대의 전략 석유 비축국(Strategic Petroleum Reserve)은 다각화와 한발 앞선 준비가 소모전 승리의 비결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 전쟁터가 디지털로 확대되고 이곳저곳으로 분산됐을 뿐이다.

그리고 공급망 통제가 탱크를 대신하게 됐다. 중국 정부가 갈륨 생산업체를 통합한 것은 공급망 하단에 위치한 글로벌 산업에 치명적인 위험을 드리우고 있다. 총성도 없는 단 한 번의 정책 실행만으로 레이더 시스템과 태양 전지판을 비롯한 관련 업계가 뒤집힐 수 있다.

핵심 광물 관련 중국 영향력(2024~2025년)
주: 희토류 산화물, 배터리 등급 흑연, 갈륨(좌측부터) / 중국 점유율(%)(청색), 미국 수입 의존도(%)(짙은 청색), 2023~2024년 수출 통제 이후 가격 상승(하늘색, 2023년 6월=100)

미국은 ‘칩 설계’, 중국은 ‘핵심 광물’이 무기

그러므로 각국의 공급망 취약성(network exposure)이 승부를 예측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칩 설계의 글로벌 중심이지만 리튬 가공에서는 뒤처진다. 중국은 반대로 배터리에 강하지만 CPU 소프트웨어 분야에 취약하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강점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술 강국 간 공급망 취약성 지수 비교(2025년)
주: 미국, 중국, 한국, 독일(좌측부터) / 수자원(Water-Capacity Component), 수입 의존성(Import-Reliance Component), AI-컴퓨팅(AI-Compute Component), 종합 지수(Composite NEI)

중국이 공급망을 쥐고 있는 배터리 등급 흑연(battery-grade graphite)은 수출의 80%를 중단해도 국내 산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냉전 시대 원자재 독점을 뛰어넘는 협상력을 제공한다.

미국 교육 과정에도 ‘공급망 전쟁 반영’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와 제재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교육 현장도 변화의 물결에 합류했다. MIT의 칩 생산 집중 과정이 인기 강좌로 등극하고, 초중등 교육 과정에 공급망 모델링과 관리가 포함됐다. 공학 과목에는 리스크 분석이 의무적으로 포함돼 교실이 경제 안보를 위한 전투지휘소가 된 느낌이다. 냉전 시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열풍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교과과정뿐 아니라 공급업자 다각화를 통해 공급망 붕괴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학교 조달 프로그램도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들을 통해 미국의 변화가 해외로 번지기도 한다. 미국 고등학교에는 400,000명의 중국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데 이들이 변화한 교육 트렌드를 고국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소셜미디어까지 가세해 미국의 교육 내용이 해외의 기술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존 관계 ‘뿌리치지도 못해’

미중 관계는 점점 선택적 협력(selective engagement)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GPU 수출을 통제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황산 망간(manganese sulfate) 수입은 멈추지 않는다. 이것도 마치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의 곡물-원유 수출입 관계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 전략은 효익도 있지만 위험도 수반한다. 긴장 완화 이후에도 소련의 에너지 산업 고도화가 지연됐고 소련군의 대한항공기 격추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도 막지 못했다.

양국의 상호 의존이 아슬아슬한 것은 서로 동일한 효과를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갈륨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방 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미국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 규제는 중국의 AI 산업 성장을 수개월 지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칩과 공급망을 둘러싼 이 싸움은 외교 협상이나 생산 경쟁을 통해 가려질 수 없다. 교육과 조달 전략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정한 승부처다.

원문의 저자는 응오 디 란(Ngo Di Lan) 베트남 외교 아카데미(Diplomatic Academy of Vietnam) 외교정책 및 전략 연구소(Institute for Foreign Policy and Strategic Studie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 techno-resource containment challenges China’s tech ambitio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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