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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AI시대의 근로자 복지, 도입보다 중요한 건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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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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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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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확산 속도와 달리 복지 체감은 사용자 방식에 따라 차이
자동화 효과는 단순 도입보다 설계와 통제 구조에 좌우
줄어든 업무를 어떻게 재투자하느냐가 복지의 핵심 요인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을 업무에 도입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종사자 10명 중 7명이 AI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이 중 실제로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이 간극은 기술 도입이 곧장 복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성과 효율은 개선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자율성이나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술이 아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복지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사진=ChatGPT

제안에서실행으로진화하는 AI

최근 AI는 단순한 정보 제안 기능을 넘어,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7월, 웹 탐색, 코딩, 문서 작성까지 가능한 자동화 도구를 공개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조직의 71%가 하나 이상의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있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AI가 실행 기능까지 갖추게 되면, 기술 자체보다도 그것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기준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능력이 없다면, 자동화는 오히려 판단력을 잠식하고 책임만 남길 수 있다. 따라서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이 주도권을 갖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설계 권한과 숙련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 경험'

AI가 실제로 노동자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기술 자체보다 사용 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종단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에 많이 노출된 직종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만족도나 정신 건강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신체적 부담이 줄어들고 주당 근무 시간이 평균 30분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됐다.

AI가 근로자의 웰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Webb 기반 AI 측정 기준(AI 기반 기술 노출)
주: AI 노출도(X축), 항목(Y축)- 삶의 만족도, 직무 만족도, 고용 불안, 경제적 불안, 건강 상태, 건강 만족도, 정신 건강, 불안감

반면, AI를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근로자 중에서는 삶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다소 낮게 나타났다. 기술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기보다, 체계적인 활용이 아닌, 맥락 없는 사용이나 결과에 대한 검토 없이 AI에만 의존할 때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느냐가 복지를 결정짓는 변수라는 점에서, 의사소통과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은 오히려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AI가 근로자의 웰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SOEP 기반 AI 측정 지표(설문 기반 실제 경험)
주: AI 노출도(X축), 항목(Y축)- 삶의 만족도, 직무 만족도, 고용 불안, 경제적 불안, 건강 상태, 건강 만족도, 정신 건강, 불안감

자동화의 효과, 재설계 없이는 제한적

AI가 노동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는 부분적으로 실증되고 있다. 독일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 5,7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부상이 줄어들면 스트레스 지수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AI 도입이 업무 재설계 없이 이뤄질 때 건강 지수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반면, 반복적이거나 물리적 위험이 큰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남는 시간을 더 의미 있는 작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가 재편되면, 복지 지표는 4년간 0.18 표준편차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하게 하느냐가 복지를 결정짓는 셈이다.

설계 없는 도입은 효과 없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정책과 행정의 역할도 무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28년까지 전 세계 AI 지출이 6,320억 달러(약 8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에이전트형 소프트웨어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통제할 기준과 설계 역량이 함께 요구된다.

일부 조직은 AI 도입 시 보안 테스트, 편향 검증, 인간 통제 태그 부착 등의 절차를 거치며, 자동화 비율에 맞춰 사용자 훈련과 예산을 함께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기술만 도입하고 관리 체계는 뒷전인 곳에서는 활용도도 낮고 복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도 인프라 지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OECD는 AI가 노동자의 자율성과 역할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제도 설계를 권고하고 있다. 단순한 도입률이 아니라, 스트레스 지표나 직무 만족도 같은 복지 항목을 정책 평가와 예산 배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판은 존재하지만, 답은 설계에 있다

AI가 감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컴퓨터 추적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근로자의 45%가 해당 기술이 건강이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3명 중 1명은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단순 반복 업무를 보조하는 AI와 성과 평가를 자동화하는 감시형 시스템을 구분하지 않으면, 논의는 왜곡된다. 중요한 건 AI가 '판단'을 대신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알고리즘을 참고 도구로만 제한한 조직에서는 현장의 반발이 줄고, 기술 활용도는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다른 우려는 AI가 사람의 사고력이나 업무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24년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AI 사용법을 익힌 집단이 오히려 비판적 사고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며, 제대로 설계하고 교육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학습과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람 중심의 설계가 답이다

AI를 두고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 손에 쥐여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업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책임과 권한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도입한다면 절약된 시간은 피로가 아니라 회복으로 돌아온다. 반대로 준비 없는 도입은 효율보다 불신을, 여유보다 과부하를 낳는다. 선택의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설계다. 지금 필요한 건 도입이 아니라 설계 역량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ntelligent Application, Not Mere Adoption: Why the Education Workforce's Well-Being Hinges on Reflective AI Us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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