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삼성전자, 엔비디아·퀄컴과 2나노 공정 성능 평가 중 2나노 경쟁력은 TSMC가 여전히 우세해 외신 "삼성전자, 수율 70%는 확보해야 승산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물량 수주를 위해 엔비디아, 퀄컴 등과 공정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안정적인 수율을 무기 삼아 2나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가운데, 고객사들의 '제조사 다변화' 수요를 흡수하며 조금씩 시장 입지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퀄컴·엔비디아, 삼성전자 2나노 왜 찾았나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조만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2나노 공정 성능 평가 최종 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자체 제작 AP인 ‘엑시노스 2600′ 양산에 힘을 쏟던 삼성전자가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퀄컴과 엔비디아는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TSMC와도 2나노 공정 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진행하는 공정 성능 평가는 제조사 다변화를 위한 일종의 준비 작업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 해협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TSMC에만 생산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 개선 가능성에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TSMC 웨이퍼 제품의 높은 가격대 역시 엔비디아와 퀄컴이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전자부품 전문 언론 디일렉에 따르면, TSMC의 2nm 공정 웨이퍼 가격은 장당 최고 3만 달러(약 4,200만원)에 이른다. 이는 3nm 공정보다 50% 비싼 수준이다.

TSMC의 '2나노 자신감'
다만 근본적인 기술 수준과 시장 영향력은 TSMC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대만 공상시보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TSMC는 엔비디아와 퀄컴은 물론 애플, AMD,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은 모두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했었다.
공상시보는 하반기 양산 예정인 TSMC 2나노 반도체 웨이퍼의 면적당 평균 결함 수가 이미 5나노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3나노 생산 직전 단계보다 높아졌다고 전했다. 웨이퍼 면적당 평균 결함 수는 파운드리 수율을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TSMC의 2나노 수율은 실제 대량 납품이 가능한 '양산 수율 기준선'인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매체는 △애플 아이폰18 시리즈용 프로세서 △AMD의 차기 서버용 CPU △엔비디아 ‘루빈’ 시리즈 인공지능(AI) 반도체 △인텔 고사양 AP 등이 TSMC 2나노 공정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웨이저자 TSMC CEO도 2나노 파운드리에 몰린 주요 고객사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TSMC 추월 시나리오, 현실성은?
시장은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수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기술 매체 ‘Wccftech’의 오마르 소하일 전문 기자는 “(삼성전자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엑시노스 2600의 시험 생산 수율은 30% 수준”이라며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웨이퍼 생산은 수율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최소한 2나노 GAA 노드를 통해 고객의 주문을 받기 위해선 70%의 수율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선두 주자인 TSMC의 현재 수율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소하일 기자가 언급한 GAA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선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성능을 끌어 올리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3나노 공정에 처음으로 적용했으며, 2나노 공정은 이 같은 3나노 공정을 개선해 개발됐다. 사실상 GAA 공정의 원활한 작동이 삼성전자의 2나노 칩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Wccftech는 올해 3분기까지 GAA 노드 설계가 완료돼야 엑시노스 2600이 향후 출시될 Galaxy S26 시리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은 지난 2022년에 1세대 3나노 GAA 공정을 공식 발표할 때도 TSMC보다 관련 분야에서 우위를 점했다”며 “그러나 (나중엔 TSMC보다 뒤처진)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벌어진 3나노 경쟁의 전례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